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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리 삼번지 Mar 09. 2023

무례함은 한 끗 차이

(부제: 안녕, 30대는 처음이지? - 6. 무례함을 아는 어른)

#무례함


하루 24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예를 들자면 직장인에게는 회사라는 공간, 학생에게는 학교라는 공간 말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에서 무례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감정을 느끼는 건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일테면 이런 것이다. 회사를 가기 위해 대중교통에 몸을 실었을 때 일면식도 없던 제3자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으로 인해, 혹은 그 접촉으로 인한 불쾌함과 같은 찰나의 순간 말이다. 순간의 감정으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화가 치밀기도 한다. 그러나 불현듯 떠오른다. 요즈음 잦은 빈도로 들려오는 대중교통에서의 난동, 사고 소식과 같은 뉴스말이다. 그래서 더욱 몸을 사리게 되는 건 사실이다. 속된 말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 제3자의 무례함을 삼킨다. 그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 그의 행위를 못 본 척.



무례함은 장소와 시간,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던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회사 상사의 한 마디 속에서, 가족 혹은 연인 간 툭툭 던지는 그 한마디로 인해 우리는 쉽게 무례함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예로 들자면, 전직 회사에서 퇴사 의사를 밝힐 당시 상사의 반응이 꽤나 무례했다. 남편이 돈을 잘 버냐는 식의 대답이었다. 상사는 내 걱정을 한답시고 가볍게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겠지만, 내가 쌓아온 커리어를 한 순간에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대체 어떤 논리로 생각하면 나의 퇴사가 그런 식으로 비칠 수 있단 말인가? 웃어넘겼던 당시의 내 대처가 아직도 후회스럽다. 무례한 건 무례한 거다. 바로잡진 못하더라도 내 감정을 정확히 표현했어야 했다.



이렇듯, 무례함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가해자와_피해자

무례함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무례함을 느끼고 언짢은 감정을 표출하면, 그는 그럴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 정말이지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봐요, 그 말을 들은 제가 그런 감정을 느꼈다면 그런 겁니다. 좋은 의도로 말했다 한들, 그 의미가 상대방에게 닿지 않는 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화란,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고 말로써 감정을 교류하는 행위다. 우리는 어른이다. 어른답게, 어른스러운 대화 방식이 필요하다.




#자기반성

무례함에 대해 한 자, 한 자 적어가면서 나를 돌이켜본다.

그동안 나는 남에게 무례하지 않았나?

걱정과 위로를 방패 삼아 무례함이라는 불청객이 되지 않았나?


우리 모두 서로에게 상처 줄 권리는 없다. 상처받을 권리 또한 없다. 진짜 어른이란 무얼까? 어른스러운 어른은 무얼까? 무례함을 알고, 상대방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 사실 우리는 이토록 기본적인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무례()라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 삼십 대의 나는, 오늘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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