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구름이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우리 애기.
강아지라면 치를 떨던 부모님마저도 무장해제 시켰던 우리 애기.
벌써 태어난 지 8년이 된 우리 애기.
우리 첫 만남을 너도 기억할까?
아픈 과거 때문인지 낯선 사람만 보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너라서, 날 보고는 짖고 공격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으로 너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어.
근데 넌 처음 보는 나에게 꼬리를 흔들었고, 바로 내 품에 안겼지. 진짜 가족이 될 운명이었나 봐-
우리가 만난 지도 벌써 5년이 됐어.
가끔은 너의 진짜 애기시절 모습을 보지 못해, 알지 못해 조금은 아쉽기도 해. 얼마나 눈부시고 이뻤을까?
너희 나이랑 사람 나이는 다르다던데, 나는 그 사실을 종종 까먹거든.
그냥 너랑 함께 하는 오늘이 마냥 행복하니까.
너의 총총 발걸음 소리, 꿀꺽 물 마시는 소리, 아삭아삭 사과 먹는 소리, 잘 때 내 품으로 파고드는 너, 산책 가자고 조르며 내 다리를 긁는 모습, 산책 나가서 신나 하며 걷는 너의 뒷모습, 팔랑거리는 귀, 기분 좋을 때 나를 핥으며 애교 부리는 너, 하품하는 모습, 드라이브할 때 바람을 맞는 모습, 그 어느 모습도 다 사랑스러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너의 눈을 보면서 대화를 하면, 진짜 나랑 대화하는 듯한 느낌도 들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옆에서 항상 있어줘서 고마워.
내 말을 알아듣고 있는 걸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 마음도 이미 알고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작년보다 눈에 띄게 약해진 체력이 계속 마음에 걸려. 우리가 같이 평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은 엄마랑 너의 건강에 대해서 더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해. 두렵고 걱정되는 게 많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거야.
우리 마음이 조금이나마 너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아냐, 그냥 이 마음 받아만 주라. 우리 곁에 건강히 함께 해줘.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아껴주고 사랑할게.
우리에게 찾아와 준 이쁜 우리 애기.
과분한 사랑을 주는 너에게, 무한한 사랑을 줄게.
사랑해 구름아 ❤
언니가 너무너무너무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