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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리 삼번지 Jun 20. 2023

축구 그게 뭔데

입덕부정기를 지나 덕후가 되어버린 ssul.

스포츠에 빠진다는 것은.


사실 축구라는 종목을 좋아하기보다는 무관심에 가까웠다. 뭐, 그거 그냥 공놀이 아냐? 싶더랬다. 물론 20년 전, 전설의 2002년 월드컵 시절에는 가족들과 다 함께 TV 앞에 모여 응원하던 기억은 선명하다. 그 당시도 축구가 좋은 것보다도 국민들이 하나 되는 느낌, 빅 이슈, 하나의 신드롬, 열광적이고도 건강한 분위기가 좋았던 이유가 크다.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구구절절 이야기하다가는 1박 2일도 모자라다. 각설하고, 내가 뒤늦게 축구에 빠진 이유는 단 하나였다. 때는 2022년 12월, 카타르월드컵이 한창이던 때였다. 


그 당시의 나는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 조차 0에 수렴하고 있었다. 오히려 월드컵에 되레 감정 이입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 명단도 몰랐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생각 없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편이 틀어놓은 경기를 bgm 삼아, 야식으로 그저 열심히 피자를 먹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기였지만 뭐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한 선수의 인터뷰가 나온 순간이었다. 울먹이며 한 글자, 한 글자에 진심을 담아 인터뷰를 하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내 시선엔 자체 슬로우모션이 걸렸다. 그 순간, 축구는 최애 스포츠가 되어버렸다.





물론, 축구의 매력에 빠지기 전에는 야구를 즐겨 보던 시절도 있더랬다. 이 또한 남편의 영향이다. 스포츠의 '스' 자도 모르던 문외한이었지만, 데이트를 핑계 삼아 보던 야구가 의외로 재밌었다. 경기 자체가 재밌다기보다는 경기장에서 먹던 음식, 응원 문화가 너무 즐거웠다. 그런데 가을야구가 끝나고 그것마저 시들해져 갈 무렵, 축구가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러나, 입덕부정기가 시작됐다.

그냥 월드컵이니까, 뉴스에 많이 나오니까 관심이 조금 갔었던 것뿐이라고 생각했을 땐 이미 늦었다. 어느덧, 그 선수의 경기를 챙겨보고 있는 나였다. 여러 경기를 줄기차게 보다 보니 흐름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거나 혹은 졸음을 참고 epl을 챙겨보고, 축구 뉴스를 찾아보고, 관련 유튜브를 골라 보는 내가 있었다. 그래, 인정한다. 난 덕후가 되었다.

생각이 이렇게까지 미치자, 두려울 게 없었다. 이왕 시작한 덕질 한번 제대로 해보자 싶어, 과감하게 최애 선수가 마킹된 유니폼과 머플러를 샀다.ㅡN년간 야구를 봐왔지만 가지고 있는 야구 유니폼은 단 한 개도 없다. 이건 뭐 말 다 한 거라고 본다.ㅡ 하루의 시작이 괜스레 설레고 두근거렸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리라 믿는다.


3월 A매치 친선경기는 갔는가? 대답은 YES. 첫 직관인 만큼 잊지 못하리라. 심장이 그렇게 빨리 뛴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드레날린을 제대로 맛봤다. 6만 관중 사이에서 좋아하는 선수를 코 앞에서 보는 그 감동 또한 잊지 못한다. 수많은 관중 중에 하나가 나라는 생각을 하니 흥분됐다. 아니, 그동안 이렇게 재밌고 짜릿한 걸 왜 나만 몰랐지? 억울하다! 싶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즐기면 된다. 가슴이 설렌다. 최애가 생긴다는 것은 삶의 원동력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감히 뮤즈라고 불러도 될까 싶다. 그처럼 열심히 살아가고자 한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공 하나로 시작되고 끝이 나는 경기. 이보다 순수한 경기가 있을까? 

그게 바로 축구의 매력, 마력이 아닐까 싶다.




여기까지가 3월에 기록해 둔 나의 애정 어린 속마음이다.

6월 중순에 다다른 오늘까지도, 나는 여전히 쏘니의 팬이고 축구를 좋아한다. 

이렇게까지 좋아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일상을 보내다가 괜스레 우울하거나 힘에 부칠 때면 그의 정신력을 떠올린다. 그래, 못할 게 뭐 있어. 뭐든 부딪히면 할 수 있어. 

그에게 축구라는 존재만큼 미칠 만큼 좋아하는 무언가를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비록 아직 찾고 있는 중이지만, 

문득, 언젠가 그 무언가를 찾게 되면, 그의 마인드를 본받아 더욱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막연하지만, 그냥, 마냥 나에게 힘이 된다. 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오늘은 6월 A매치 마지막 경기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최선의 컨디션으로, 즐거운 경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여전히, 항상, 매 순간 그를 응원하고 그의 행복축구를 기원한다. 

방구석 팬의 마음이 고스란히 그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2023년 6월 20일

6월 마지막 A매치 경기를 기다리며,

Love, Son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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