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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리 삼번지 Mar 06. 2023

칭찬 품앗이를 아시나요?

(부제: 안녕, 30대는 처음이지? - 4. 긍정적 역지사지)

#칭찬_품앗이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남에게 해주는 것. 대체로 나는 그런 편이다. 


예를 들자면, 퇴사를 앞둔 친구에게 건네는 "수고했다."와 같은 한 마디, 생일을 맞이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태어나줘서 고맙다."라는 한 마디가 그러하다. 나는 본디 말하는 것보다 글로써 표현하는 게 편한 사람이다. 때문에, 상대방에게 말보다는 글로 위로받는 경향이기도 하다. 


좋은 문장, 좋은 글귀를 보고 난 후 필사를 하기도 한다. (다시 사랑이 온다-이정하)


대학 졸업 이후 조교 시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시절.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위로를 받을 적마다 큰 위안을 받진 못했다. 내가 위안을 받은 순간은 너무나 단순했다. 근로학생이 준 초콜릿과 쪽지 하나였다. "쪼교님 힘내요!" 여섯 글자가 주는 힘은 커다랬다. 학생에게는 큰 의미가 아닐지언정, 그 시기의 나에게 꼭 필요한 한 마디였다.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더니, 나에게 있어서는 그 여섯 글자가 두고두고 생각나는 순간이 되었고, 힘든 순간에 불현듯 떠오르는 소중한 날이 되었다. 



반면에, 상처를 받는 순간 또한 명확하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나는 내 입시의 모든 사활을 수시에 걸고자 했다. 당시 큰 마음먹고 부모님이 마련해 주신 논술 입시 비용은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한 번도 허투루 생각한 적이 없었다. 다만, 운이 지지리도 없던 모양인지, 실력이 모자랐던 모양인지 수시는 모두 떨어졌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컸고, 입시선생님께 소식을 전달하며 그동안 감사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받은 그의 답장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너는 간절함이 부족해." 그 텍스트는 화살이 되어 내 마음에 비수로 꽂혔다. 


그 뒤로, <간절함>이라는 단어를 보기가 힘들었다. 마치 내 치부가 된 냥, 마주치기 꺼려졌다. 고작 열아홉에 불과했던 나에게는 너무 혹독한 답변이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어른이었던 그가 보기에는 내가 간절함이 부족해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못한 대가였던 걸까? 아직도 가끔씩 그가 왜 그런 송곳 같은 답장을 보냈는지 궁금하다.(소문에 의하면, 그는 모 언론사의 기자가 돼었다고 한다. 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될까 봐 말을 아끼련다.)


직장인 시절엔 회사 앞 카페의 컵 홀더나 뚜껑에 적힌 말들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새로고침


한번 이렇게 데고 나니, 나는 <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무렇게나 휘갈긴 문장 하나에 상처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적어도, 열아홉의 나에게 상처를 준 그처럼 무신경해지지 않기로 했다. 나를 위해서라도.


때문에,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남에게 하기로 했다. 그 말은 돌고 돌아 나에게 오기도 한다.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은 있기 마련이다. 고생했어, 수고했어, 힘내, 네가 최고야, 지금 잘하고 있어, 나는 널 믿어. 와 같은 말 말이다. 이러한 말들은 대부분 칭찬에서부터 비롯한다. 칭찬에 인색해지지 말아야 한다. 칭찬은 긍정적인 사고 흐름에서 나온다. 긍정적인 말들이 서로 오고 가는데, 부정적일 새가 없다. 긍정적인 한 마디는 그날 하루의 기분을 <새로고침> 시켜 준다. 그 날 하루, 그리고 일주일, 또 한달.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내가 믿는 글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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