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목마름으로

주말에도 밥을 짓는 나의 목마름

by 투명물고기

국물 기분을 내고 싶은데,

남은 밥이 있으면 곤란하다.

새 밥을 지을 쌀을 씻어야

쌀뜨물을 마련할 수 있으니.


뽀오얀 쌀뜨물은

“오이시꾸나레, 오이시꾸나레”

망작 방지 부적.

엄마 손 맛도 아직이고,

절대 미각이 아니라도,

기대고 싶은 곳이 필요하니까.


쏴아아—

옹기종기 모여 잠자던 새하얀 백미가

찬 물을 맞고 종알종알 노래를 부른다.

첫물은 먼지와 함께 씻어버리고,

쌀의 기운을 머금은

두 번째, 세 번째 헹굼물을

얼른 챙겨둔다.


벗겨놓은 마늘이 신경질을 내도록

주방칼의 몸통으로 쾅.

초록초록 대파는 쫑쫑쫑쫑 썬다.

매서운 기운으로 눈을 아리게 하지만,

조금만 달래면 달큼함으로 옷을 갈아입는

츤데레 양파.

정갈한 정렬을 마친 찌개 삼대장.


개수대로 시선을 옮긴다.

세신하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너.

어느새 배가 불룩하다.

아…

잠시 잠깐만에 변한 모습에

갑작스러운 갈증이 밀려온다.

시간을 견디며, 썩지 않으려고

쌀은 물도 마시지 않고 그렇게 버텼구나.

마른 논이 해갈을 하듯,

온몸 가득 물을 삼켰구나.


나의 목마름도,

썩지 않기 위한 애씀이었다고.

언젠가 자랑스럽게 귀한 상에 오르려

긴 시간을 견뎌온 거라고.


배부른 쌀 덕분에

입술에 웃음이 걸린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다시 살아볼 힘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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