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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Apr 16. 2024

퇴사 후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ONE STEP AWAY : 멀리서 보이는 것들

나는 사진에도 관심이 많다. 원하는 구도와 색감들로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는 재미는, 어디에서든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되어주곤 한다.


SNS에서 우연한 기회에 이경준 작가의 사진전을 접하게 됐다. 뉴욕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사진작가를 겸업하는 분인데, 흥미로운 마음에 바로 티켓을 예매했다.


평일 오후 2시에 나 홀로 사진전이라니. 퇴사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주변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한량이 따로 없다며 농담을 건넨다. 당분간은 한량으로 살기로 했으니 이런 순간들을 즐기려고 한다.




이번 사진전의 부제는 'ONE STEP AWAY'. 말 그대로 한 발자국 멀리서 일상들을 기록한 사진전이다. 입구에서부터 푸릇한 센트럴파크의 풍경이 펼쳐진다. 총 4개의 챕터, 4가지의 주제로 일상의 순간들을 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광활한 규모의 빌딩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칭과 일정한 패턴을 드러내는 외관이 묘한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외벽에 비친 빛들에게서는 따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의 경제 수도라고도 일컫는 뉴욕의 웅장함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사진전의 특징 중 하나인 건축물의 균형감을 많은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다. 가끔 유튜브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라며 균일한 패턴이나 연속성을 보여주는 영상들을 보곤 하는데, 딱 그런 느낌을 받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균일해 보이는 사진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형태와 모습을 지닌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멀리서 보면 작은 점과도 같은 작은 존재들이다. 그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ONE STEP AWAY'의 의미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빨간 커튼. 이런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게 사진의 묘미가 아닐까. 같은 장소일지라도 날씨와 환경,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기록될 수 있다.



맨해튼 일대에서 찍은 사진들. 루프탑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작가는 건물이란, 유기체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와도 같은 곳이라고 표현한다.


건축물은 사람들이 교류하는 현장이자 우리의 일상이 펼쳐지는 삶의 베이스와도 같은 곳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한때 자주 보이던 횡단보도 거리의 사진이다. 이 작품을 모티브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사진을 남기고 있다.


멀리서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지만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 통제 불가능한 순간들이 원하는 순간과 접점을 이루는 순간, 하나의 사진으로 기록된다.



뉴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인 센트럴파크.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휴식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모여드는 장소가 바로 공원이다.


푸릇한 녹음만이 펼쳐지는 곳에서는 평온함이 가득하다. 지난 도쿄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인간에게 자연은 필수 조건이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뉴욕에서도 눈이 내리면 고요한 적막이 깃든다. 눈 덮인 풍경은 묘하게도 사진으로 마주하면 따뜻한 느낌을 갖게 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작품들을 돌아보며 사유하게 한다. 멀리서는 작은 점에 불과한 존재들처럼, 매일 안고 사는 고민들도 멀리서 바라보면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을까.



가끔 광활한 자연들을 보러 여행을 떠나곤 한다. 등산이 됐든, 해외여행이 됐든. 대자연을 마주하고 서있으면 초연한 기분과 함께 마음이 비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사진전이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었다.


커다란 대상을 바라보는 것 대신, 나의 존재를 축소하여 멀리서 바라봄으로써 얻게 되는 생각들이 있었다. 퇴사 후 조금은 복잡해질 수 있는 마음을 한번 더 정화해 주는 좋은 순간이었다.



챕터의 마지막에서는 각자의 고민을 종이에 적어 갈아낸다. 고민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드는 생각을 가감 없이 적어보았다. 악필이긴 하지만 훗날 돌아볼 추억을 위해 사진으로도 남겨본다.


잘 가라 고민아


우연한 기회로 흥미를 느껴 다녀온 사진전이었지만 생각보다 큰 울림을 주고 내면을 채워 준 전시였다.

앞으로도 많은 생각들을 남기는 경험을 쌓아가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을 추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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