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책을 보게 된 이유
어릴 적엔 책을 정말 멀리했다. 학교에서도 부모님도 모두 책을 봐야 한다며 독서를 적극적으로 권장했지만 왜 책을 봐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책을 봐야 똑똑해진다는데, 당시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친구들이었다. 친구들과 나가서 축구를 하거나 같이 게임을 하는 편이 내게는 더 큰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그로부터 한 20년이 지났을까. 30대 초반이 된 지금의 나는 책을 즐겨 읽는다. 독서의 재미를 30대가 되어서야 조금씩 알아간다. 책에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공부를 할 때도,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동기 부여였다.
책은 내가 품고 살아가는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다. 그게 나에게는 명확한 동기였다. 대기업 직장인으로 6년간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자연스레 세 가지 주제에 관심과 궁금증이 생겼다.
1. 어떤 가치를 좇으며 삶을 살아야 할지
2. 부를 쌓아가기 위해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 할지
3. 세상에는 어떤 다양한 일들이 펼쳐지는지
가장 큰 관심사는 1번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록한 에세이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누구나 알 법한 대기업 CEO부터,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길 희망하는 스타트업 임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만의 일을 펼쳐가는 사업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프리랜서 마케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녹아있는 삶을 들여다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더불어 브런치를 통해서도 많은 분들의 생각을 담은 기록을 살펴보며 새로운 자극을 받기도 했다.
그 기록들에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차곡차곡 모아 나의 가치관을 형성해 가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자본 증식에 관심이 많다. 스스로를 물욕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필요하다.
자연스레 세상의 경제 활동과 금융 시장은 어떤 로직을 가지고 돌아가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경제 서적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기초 체력처럼 알고 있어야 하는 경제 상식들부터, 경제적 현상과 역사를 담아낸 서적들, 다양한 투자와 재테크의 경험을 녹여낸 경제 에세이까지. 나는 어떤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고 나에게 맞는 재테크는 어떤 방향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요즘에는 유튜브에서도 경제 관련 좋은 정보들을 많이 얻어갈 수 있다. 트렌디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들을 찾아보기 위한 최적의 매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활자들이 주는 깊이는 훨씬 깊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리듬으로 정보를 곱씹으며 체화할 수 있는 최적의 매체는 바로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참 넓고 다양하다. 어릴 적에 '60억 인구'라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80억이 훌쩍 넘는 숫자가 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화되고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도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트렌드에 관심이 생겼다. 새로운 흐름은 어떤 것들이 있고 왜 발생하는지,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어떤 것들이 있고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매년 발행되는 '트렌드 코리아'부터 커머스, 외식업,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담아낸 서적들까지.
최근에는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 트렌드를 전해주는 뉴스레터 서비스들도 많아지고 있어, 정보를 습득하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새로운 현상을 포착하고 습득하고, 실생활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지게 된다. 트렌디한 정보들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에 흥미를 키워가게 된 결정적인 생각이 있다. 책을 '대충' 보자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너무 무게감을 갖지 말자는 표현이다.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볼 때 우리는 모든 내용을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밥 먹으면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영상 매체다.
그에 반해 활자로 된 책을 읽을 때는 왠지 각을 잡고 조용한 환경에서 읽어야 할 것 같고,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기억에 담아야 할 것 같고, 한 번 펼쳐본 책은 꼭 완독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다. 책도 가볍게 술술 훑어본다면 더 흥미롭게 자주 접할 수 있다. 이제는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하거나 눈에 담으려고 하지 않는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집중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을 가까이하는 건 분명 좋은 습관이다. 그러나 강요한다고 되지 않는다.
책을 찾는 목적을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접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책 읽는 게 취미가 되지 않을까.
30이 넘어 발견한 새로운 취미를 오래도록 간직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