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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May 17. 2024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힘듭니다

몸의 건강이 중요한 이유


지난주에 4박 5일간의 짧지만 강렬했던 파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시차 적응할 새도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파리에서 지독한 감기를 달고 돌아온 탓에, 일주일이 지나도록 원래의 일상을 되찾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당분간은 푹 쉬세요. 운동하지 마시고요."


악화된 증상에 병원에서는 여러 차례 휴식을 당부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 이보다 더 달콤한 충고와 조언이 있을까.


몸이 아플 땐 죄책감 없이 쉬어도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하루종일 집에 박혀서 쉬는 게 감기보다 나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 같았다.




사실 퇴사를 하고 두 달간, 집에서 하루종일 일상을 보내 본 적이 없다. 수입이 없을 뿐이지 나름의 일상 루틴을 지켜가며 끊임없이 하루하루를 채워가기에 바빴다.

그러다 갑자기 일주일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려고 하니 왠지 모를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나가서 뭔가를 또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대로 집에서 하루를 보내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운데..'


나는 목표 의식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이번에 퇴사를 다짐한 이유가 '회사 밖에서 더 의미 있는 일상을 보내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집에 이대로 매여있어야 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졌다.


억지로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서도 봤지만 이내 몸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깨닫고 5분 만에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막상 글로 적으니 쉬는 것도 맘편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까 어떻게 해서든 뭐라도 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집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어쩌면 이런 조급한 생각 때문에 회복 기간이 더 길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이런 사람인 것을. 길게 푹 쉬고 깔끔하게 낫는 편이 좋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이성적으로만 행동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오랜만에 아프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건강 관리를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게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일까,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면 이런 시기에 좀 더 의연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은 해보고 싶은 일들이 참 많다. 여행도 다니고 글도 쓰고 영상도 찍고 사람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그러나 늘 그렇듯 모든 일이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러한 과정 또한 삶의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번에 집에서 쉬는 동안 최근에 관심이 생긴 영상 편집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찾아봤다. 원래는 국비지원 프로그램을 수강할 생각이었지만 유료 온라인 강의를 듣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어느 정도 돈을 지불하더라도 좀 더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경험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어제부터 온라인 강의를 통해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가고 있다.


이제는 몸도 많이 나아져서 운동도 시작하고 모임에도 나가고, 외부활동을 이어가며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러나저러나 건강이 최우선이다. 몸이 망가지면 일상이 무너지면서 마음도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건강 관리에도 좀 더 집중해보려고 한다.


평소 기관지가 약한 편이라 아침마다 차를 마시고 있는데 또 좋은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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