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삶을 살 것인가
퇴사를 하기 전, 일과 직장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무의미한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아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 본 생각일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업무와 도저히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프로젝트와 기획안. 그리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알맹이 없는 회의들.
출근해 있는 시간을 그저 월급과 맞교환한다는 생각은 점점 부풀어 올랐고,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원래 다들 그렇게 살아"
나름의 무거운 고민을 꺼내올린 것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다들 비슷하게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대답을 들은 나의 마음 한 켠에 의구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정말 그럴까?'
의문은 점점 커져갔고 마침내 나는 6년 차에 회사 밖으로 나왔다. 회사 바깥의 삶이 궁금했다.
정말 다들 어쩔 수 없이 한결같고 똑같이 살아가는 건지,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게 허무맹랑하고 낭만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직장에 대한 수개월간의 고민을 거듭하여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았다.
1. 생각이 확고하다면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할 수 있을까?
2. 내 삶은 내가 계획하는 것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3. 대기업에서의 6년간의 경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충분히 바깥을 경험하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다시 돌아와도 된다. 물론 이전 직장보다 눈은 낮춰야겠지만.
그렇게 6년 차에 회사 밖으로 나와 열심히 세상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퇴사 후 두 달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내면적으로 많은 것을 채우고 삶의 시야를 넓혀가는 유의미한 하루하루였다.
두 달간의 시간 동안 '원래 다들 그렇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사고인지 깨닫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었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것만이 가치 있고 안정적이며, 삶을 살아가는 '당연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한 사진작가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을 본 적이 있다.
"주변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기록할 수 있는 제 삶이 좋아요. 가끔 축복받은 인생이란 생각도 듭니다."
일을 하면서 축복받았다는 생각을 한다니, 6년간 직장인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었다.
아마 누군가는 이런 글을 보고 '인플루언서가 돼서 먹고살만하니 저런 말을 하지'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누군가는 '축복받았다는 생각을 하려면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라며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훗날 나의 삶이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지, 모든 것은 나의 생각과 계획, 그리고 행동에 달려있다.
각자의 삶 속에 각자의 장점과 특색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평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 원래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말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 인생은 무한하지 않다. '원래' 그런 건 없다.
새로운 곳에 올라서서 삶을 바라볼 때, 숨겨져 있던 작은 길이 보일 것이다. 길의 끝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걸어가 보려고 한다.
그래야만 알 수 있는 게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