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도리 May 12. 2024

대기업 퇴사 후 두 달, 얻은 것과 잃은 것

두 달간의 생활에 대한 정산


회사를 그만두고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6년간의 회사 생활이 무색할 만큼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의 생활을 돌아보고 정리해 보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얻으려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처럼 퇴사 후 나의 삶에도 '득과 실'이 있었다.




먼저 잃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1. 월급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월급이다. 더 이상 통장에 입금 알림이 오지 않는다. 마지막 월급을 받은 날의 기분이 참 묘했다.


퇴사하기 전 어느 정도 자금 계획을 수립한 터라 당장의 큰 문제는 없을 테지만, 수입이 없다 보니 돈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하게 된다. 가계부를 좀 더 꼼꼼히 기록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장 큰 변화이자 일상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퇴사 전 자금 계획을 세우는 편이 심리적인 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계획이 없다면 하루하루 줄어드는 잔고에 불안감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2. 소속감

월급과 함께 잃은 것은 소속감이다. 회사라는 집단에 매일 출근하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상이 사라진다. 동고동락하며 의지하던 회사 동료들과도 퇴사 후엔 자연스레 공감대가 떨어지며 거리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리적인 시간을 함께할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 매일 연락을 주고받을 수는 없더라도 가끔 시간을 내서 식사를 한다거나, SNS에서 교류를 하는 것도 좋다.


소속감을 잃더라도 평생 함께 할 사람만은 남겨두어야 한다.



지금까지 느끼는 퇴사 후 나의 '실'은 크게 이 두 가지이다. 이제 얻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1. 시간

퇴사 후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시간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출근해 있는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고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직장인으로서는 아무리 부지런하게 하루를 채운다고 해도,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에 매여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활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나 역시 회사를 다닐 때도 매일 퇴근 후에 운동을 하고, 카페 투어를 다니며 영상을 촬영하고, 재테크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늘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퇴사 후에는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내가 컨트롤하고 내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투자한다. 운동을 하고 책을 보고, 새로운 곳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관심있는 것들을 배우고.


이제야 하루를 온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의 시간은 유한하며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그 시간을 회사에서 보낼 것인지, 밖으로 나와 나의 뜻대로 채워갈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 시야

두 번째로는 삶을 넓게 보는 시야를 얻게 됐다.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방향성을 고민하다 보니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기회들이 존재하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


이번 달부터 시작한 '브루잉 커피 트레이닝'을 통해 커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이론 학습과 실습을 통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커피의 세계가 깊고 다채로워서 흥미롭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간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협찬과 광고 제의를 받기도 하고, 촬영에 나가 사장님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최근에는 영상 편집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프리미어프로 같은 전문적인 툴을 활용한 편집을 배워보고 싶어졌다. 다음 달에는 국비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영상 편집 수업을 수강하려고 한다. 적성에 맞는다면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새로움을 경험하다 보니, 그 안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흥미와 관심들이 생겨나고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서 적어보았지만 둘의 경중을 따지자면 얻은 것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다니며 늘 했던 생각 중 하나가 바로 '하루를 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장의 월급보다 내게 더 중요한 것은 온전한 하루를 채워감으로써 얻는 성취감과 성장하고 있다는 만족감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의 과정은 내면을 채워가며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쥐고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손에 쥘 수도 없다. 활짝 펼쳐진 양손에 많은 것들을 채워가며 그 안에서 진정한 나의 방향성을 찾게 되기를 바래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