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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Apr 26. 2024

퇴사 후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한 회사


6년간의 직장 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동기들은 단연 더 애틋한 감정을 불러온다. 누구보다 깊은 공감대를 가지고 동고동락한 사이인 만큼 여전히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지낸다.


퇴사 후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동기들은 여전히 거리낌이 없다. 사회에 나와 이만큼 깊은 유대를 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감사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진심을 다하게 된다.



한 달 만에 듣는 회사 소식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지독하리만치 변함이 없어서 놀라울 따름이다. 맥 빠지고 무의미한 업무들은 늘어가고, 일 잘하는 몇 사람들에게 업무가 몰리는 구조가 되어 퇴사자가 속출한다.


지나간 기억은 미화된다고 했던가. 미화될 틈도 없이 회사 소식을 접하니 '참 여전하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한 편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합리성보다는 그럴듯한 '명분'이 더 중요시되고, 임원들은 큰 그림을 그리는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데만 여념이 없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만, 내가 원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없는 조직에서는 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 새삼 내가 내린 퇴사라는 결정에 다시 한번 확신이 들었다.




전에 회사 동료와 나눈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이 이직도 많이 하고 더 다양한 분야로 나가면 좋겠어요. 그래야 제 시야도 넓어질 테니까요."


한 조직에서 동고동락하는 삶도 좋지만, 넓은 세상을 각자만의 가치관과 시선으로 채워가며 일상을 공유한다면 더 다채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소식은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프라이드와 애정을 담고 일했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이상적인 생각인 걸까. 회사라는 조직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살다 보니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어디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점점 잊게 된다.


최근에 한 책에서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의 총감독을 담당했던 송승환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배우와 방송 MC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에,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인생의 암흑기를 지나 돌연 뉴욕으로 건너가 길거리에서는 시계를 팔았다.


그러던 중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받고 '난타'라는 대작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일평생 '재미'만을 추구하며 살아왔다고 말한다. 최선을 다 할 만큼 재밌는 일에만 몰두해 온 그의 인생을 바라보며 삶을 살아가는 본인만의 기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채워갈지는 정말 중요하다. 하루하루 짧게 보면 물 흐르듯 흘려보내기 쉽다. 지금 흘려보내는 물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주변 사람들도, 그리고 이 글의 독자분들도, 자기만의 가치관이 담긴 물줄기를 펼쳐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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