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도리 Apr 24. 2024

퇴사 후 저는 이렇게 삽니다

나의 의지로 계획하는 하루들


"퇴사하고 몇 시에 일어나세요?"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늦잠 자는 평일의 아침이 그렇게 간절하다. 매일 아침에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던 불과 몇 개월 전의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7시에 일어나요. 늘어지는 게 싫어서요."


열에 아홉은 내 대답에 놀라곤 한다. 늘어지는 게 싫다. 하루를 온전히 내 마음대로 활용하고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는데,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쓰고 싶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한 뒤, 뉴스 방송을 켜놓고 밥을 준비한다. 유일한 요리 전공과목인 계란후라이 두 알을 대충 부쳐서 밥을 먹는다.


자리를 정리하고 따뜻한 차나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SNS에 올라오는 뉴스 자료를 보고, 브런치나 일기장에 글을 쓴다. 열한시쯤엔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오후에는 보통 외부에서 일정을 보낸다. 가고 싶었던 카페나 문화 공간에 다녀오고, 좋은 곳들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해서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한다. 요즘에는 감사하게도 협찬이나 광고 제의가 들어와서, 새로운 공간에 좀 더 재밌게 다녀오고 있다.


평일 오후에 햇살 좋은 카페에 앉아 영상을 편집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보고 싶었던 책을 읽는 순간들이 좋다. 팔자 좋은 백수의 감상평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온전한 나의 의지로 하루를 계획해 가면서 내면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새로 오픈한 가게의 사장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시야를 발견하기도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을 보며 영감을 받기도 한다.


소소하고 우연한 기회로 마주치는 새로움들을 통해, 회사 밖의 세상에 대한 안목을 키워가는 중이다.




아직 뚜렷한 수익을 창출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상들을 보내고 있다.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지금을 즐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음식이든 음악이든, 한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하는 편이다. 일주일 내내 제육볶음을 먹을 수도 있고, 한 달 내내 빈지노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요즘에는 영상 편집에 빠져있다. 촬영한 영상들을 눈이 침침해지도록 밤늦게까지 편집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금방 질려버리는 시기가 올까 봐 염려스럽기도 하다.


취미가 일이 되면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딱딱하지 않은 적당히 물렁한 하루가 되도록, 너무 '일'스러운 일상이 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여유를 가져보려고 한다.




이번달부터는 커피를 주제로 한 새로운 모임에 참석한다. 다음 달에는 해외와 국내 여행을 몇 차례 다녀올 예정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생각의 싹을 틔워가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글로 기록하며 추후에 곱씹을 추억을 남겨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