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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Jun 03. 2024

나는 평범한 사람일까

나는 나를 알고 있는가


요즘 SNS를 보면 자신만의 개성으로 삶을 재밌게 그려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평범하고 적당한 '중간'의 미덕을 강조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보편적 정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과 신념을 가지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선망한다.


한편으로는 대비되는 내 모습이 한없이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일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하다고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우리는 사회 집단에 소속되어 항상 평범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대학교에 가서 그럴듯한 직장에 취업을 하고, 사회에서 정해주는 '때'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어쩌면 내 삶이 평범하게 보인다는 것은 그동안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것의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하다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습된 평범함 속에 나의 진짜 모습이 감추어져 있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비극이 아닐까.




나 역시 평생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누구보다 무난하고 특색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적당한 삶을 참 좋아했다. 사람을 색에 비유한다면 무채색에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할까.


그렇게 30년을 넘게 물 흐르듯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모든 사람들이 잘 닦여있는 길 위로, 같은 보폭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이 무리에서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의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떤 색깔과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지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의 본질을 찾아가는 노력을 했다.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키워드로 엮어 가시화했고, 거기서 파생되는 일들을 하나씩 경험해 보며 '진짜' 내 모습을 조금씩 발견해 가기 시작했다.




퇴사를 하고 요즘 국비지원 프로그램으로 일자리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퇴사 후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는 이런 취업 관련 프로그램들이 참 잘 되어있다는 것이다.


상담 과정 중의 하나로 '직업심리검사'를 정말 오랜만에 해봤다. 한편으로는 '이런 검사가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과지를 받아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예술형 : 창조/예술지향

사회형 : 자선/사람지향


살면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직업 유형이었다. 추천해 주는 직업군으로는 방송활동을 하는 연예인들부터 기자, 방송작가, 리포터, 연극배우,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평소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직업들이 리스트업 되어 있었다.



몇 년 전에 취업준비를 하며 똑같은 테스트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의 결과지에는 공무원, 사무직, 행정직을 비롯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직업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학생 때는 나의 주관보다는 주변의 조언들을 통해 '좋아 보이는 것'들을 형상화하고 그게 마치 나의 꿈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나의 꿈을 대필해 주는 것이다. 지금과 결과가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번 결과지를 받아보며 비로소 나의 주관과 취향을 알게 된 것 같아 흥미와 기쁨을 느꼈다. 이렇게 30대가 되어서야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일까? 평범한 것도 좋다. 그게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라면.


지금의 나는 나의 주관으로 빚어진 모습일까, 아니면 학습된 평범함으로 빚어진 모습일까.


누구나 한 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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