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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Jun 26. 2024

좋아하는 일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기업 퇴사 후 좋아하게 된 세 가지


6년간의 회사 생활을 뒤로하고 퇴사를 한 이유는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회사를 나온 후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일상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한 가지 느끼는 점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다 보면 조금씩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영상 편집

 - 인스타그램 계정에 숏폼(shot-form) 영상으로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여 브이로그 형식의 롱폼(long-form) 영상을 만들어보고 있다.


2. 커피

 - 작년 말에 취득한 2개의 바리스타 자격증과 더불어, 커피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커핑과 핸드드립 클래스 등을 통해 커피를 배우고 있다.


3. 글쓰기

 - 브런치와 일기장에 평소 내가 느끼는 생각들, 그리고 일상에 관한 글을 남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를 왜 좋아할까, 하나씩 파헤쳐보려고 한다.




1. 영상 편집

영상 편집의 가장 큰 묘미는 온전한 나의 시선을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를 비롯한 좋은 공간에 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지만 이 작은 프레임 안에는 모든 것을 담아낼 수가 없다.


결국 제한적인 요소들을 압축해서 담아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편집은 시작된다. 이 공간의 특징을 어떻게 살려서 하나의 화면에 담아낼 것인지. 그 역할은 온전한 나의 몫이다. 건물의 높은 층고가 매력적이면 광활함이 느껴지는 구도를 잡고, 아기자기한 공간에서는 포인트가 될 만한 오브제에 집중한다.


화면 전환을 정적으로 담을 것인지, 역동적인 무빙을 녹여낼 것인지, 밝고 화사한 느낌을 낼 것인지, 묵직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살릴 것인지, 공간의 분위기를 살려줄 만한 음악은 어떤 장르가 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요소들이 정말 많다.


그렇다고 대단한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나의 시선과 취향을 담아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 낼 때, 그리고 그 컨텐츠를 누군가가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확인할 때 주는 즐거움이 정말 크다는 것이다.




2. 커피

기계로 내리는 에스프레소보다는 원두를 직접 갈아서 주전자로 물을 부어 내리는 핸드드립에 관심이 많다. 사람의 손이라는 게 신기한 매력이 있다. 같은 원두와 같은 양의 물을 부어 내려도 바리스타가 누군지에 따라서 확연하게 다른 맛이 느껴진다.


커피에도 정말 다양한 변수들이 있다. 사람을 기준으로 보자면 생두를 생산하는 '농부',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드는 '로스터', 원두를 갈아서 자신만의 레시피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까지,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재료의 특성을 보더라도 커피가 생산되는 지역에 따라 맛이 다르고, 생두를 약하게 볶을 것인지 강하게 볶을 것인지, 원두를 갈아내는 굵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물의 온도와 양, 커피를 내리는 드리퍼는 어떤 걸 사용할 것인지, 물을 한 번에 내릴 것인지 나누어 내릴 것인지, 글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들 덕에, 커피를 내리는 입장에서는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변수들을 조정하여 내가 추구하는 커피의 맛을 한 잔에 담아낼 때, 그 즐거움과 행복은 정말 크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사람들과 나누며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고, 일상을 나누는 과정 또한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다.




3. 글쓰기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고 내면을 채울 수 있는 건강한 활동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서 책을 볼 때, 문득 정리하고 싶거나 더 생각해보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바로 핸드폰 메모장에 키워드를 기록한다.


그리고 언제든 그 메모장을 펼쳐놓고 마음에 드는 키워드를 골라 지금 이 글처럼 하나하나 생각을 적어 내려 간다. 오늘의 주제는 어제 커피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떠올렸다.


요즘 나의 관심사, 느끼는 것들, 앞으로에 대한 계획, 하나의 현상에 대한 생각, 일상을 돌아보는 일기, 그 어떤 것도 글쓰기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글 쓰는 사람 마음대로 모든 것이 컨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점이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나의 글에 공감해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과 희열은 내일도 글을 쓰게 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 한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통제 가능한 변수들을 조합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 여러 프레임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영상편집, 다양한 요인들을 조절하여 한 잔에 담아내는 커피, 자유로운 생각을 자유로운 방식대로 풀어내는 글쓰기.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에 나만의 색깔을 담아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낸다.


2. 정답이 없다.

 - 무수히 많은 좋은 영상과 커피, 글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하나의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각자의 카테고리 안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활력이 도는 선순환이 유지된다. 정답이 없기에 개성을 살릴 수도 있고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다.


3.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작용한다.

 - 누군가는 영상을 통해 좋은 공간을 알게 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커피를 통해 취향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며, 바쁜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찾기도 한다. 글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받고 좋은 영향력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모두 저마다의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다.


좋아하는 일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니, 공교롭게도 회사를 다니며 늘 결핍을 느끼던 것들이었다. 회사에서는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고, 위에서 정해주는 정답지만을 향해 달려야 했으며, 이 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일들은 다르다. 정답이 없는 환경에서 내가 주체가 되어 컨텐츠를 만들어가며, 누군가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결과물들을 하나씩 만들어간다.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조금씩 잘하게 된다. 그리고 잘하는 일을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순간, 좀 더 큰 가치로 연결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좋아하는 일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은 분명 나의 가치관을 담고 있으며,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살 때 가장 행복한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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