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냐옹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표현한 말로, '멍멍'과 달리 실감적이라 때로 소통까지 가능함
우리 동네는 종합 병원 한 군데 말곤 내세울 게 없다. 자라면서 몇몇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긴 했지만 고층 아파트보다도 저층 빌라가, 저층 빌라보다도 주택이 많아 건물이 해 가릴 일 또한 없다. 한낮에 나가노라면 아이는 잘 보이지 않고,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만 눈에 들어오는 조용한 우리 동네, 아주 그냥 나와 찰떡궁합이다.
한때는 고양이 친구들도 참 많이 다녔는데 근래 들어, 보는 게 여간 힘들어졌다. 어르신들은 고양이가 지나가면 나만큼이나 좋아하셨는데. 이래 봬도 다른 나이대의 유입이 늘어나긴 했나 보다. 고양이들의 성지로 알려졌던 모 단지에는 고양이 쉼터가 있었다. 어느새 그곳이 판때기로 봉쇄되면서 터줏대감 고양이들이 흩어지고 말았다.낙후된 공원에도 고양이 집만큼은 군데군데 있었다. 도청에서 설치했다고 들었건만 이 또한 회수해 가면서 공원부근 고양이들도 종적을 감추었다.
고양이가 보이지 않으면서 동네를 향한 애정이 많이 감소했다. 물론 변화하는 현실에선 이 또한 내 욕심이라 본다.동네 고양이들과 공존하려면 개체수 증가가 멈춰야 함을 알고 있다. 막무가내의 서식지 파괴는 납득이 안 되지만반감을 가진 주민들이 늘어나니 고양이 친구들의 안녕을 빌 수밖에. 우호와 반감은 입장의 차이라 그렇다 쳐도, 학대파만이라도 더 이상 출몰않길 간절히 바란다.
21년도 여름, 한 마리도 아닌 세 마리의 고양이가 내 앞을 얼씬거리는 행운이 찾아왔다. 낙후된 공원을 산책 코스로 집어넣으면서 만나게 됐다. 내 마음을 난도질한 꼬마 냐옹이는 날 기다리기라도 한 듯, 공원에 들어섰다 하면 어디에선가 달려와 냐옹- 냐옹- 울어댔다. 동네 고양이들은 기본적으로 관심을싫어하는 데다, 낯을 덜 가리는 애들도 멋대로의 터치는 거부한다. 그런데 이 꼬마 냐옹이는 얼른 만지라고 재촉하는 모양새로 냐옹- 냐옹-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궁딩이를 내밀었다가 배를 깠다가 했다.
꼬마 냐옹이에 홀딱 빠져 있자 수다쟁이 친구(공원을 사랑하는 초등생)가 내 옆으로 다가와 정보를 흘렸다."얘 이름은 여름이에요. 저기 삼색이가 여름이 엄마고요. 가게에는 여름이랑 삼색이 말고 까만색 고양이도 살아요. 걔는 할머니예요" 역시 아이의 정보력은 무시 못한다. 그 정보는 100% 사실이었다.
삼대가 머무는 가게는 공원 코앞에 위치해 있다. 편의상 가게라 부르곤 있으나 물건이 쌓여 있는 거며 트럭이 떡하니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걸로 봐선 납품 쪽이 아닐까 싶다. 관계자가 아닌 이상 못 들어간단 뜻이다. 올해, 낙후된 공원이 대대적인 탈바꿈에 들어가면서 삼대 고양이는 놀이터를 잃고 말았다. 그 때문에 가게 앞에 가야만 볼 수 있게 됐는데,못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조용한 할머니-다혈질 어머니-말썽꾸러기 아들>로 이루어진 삼대 고양이는 운 좋은 날이면 사장님 차량 밑에 누워 있다. 산책 후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냐옹 냐옹" 고양이 흉내를 내면 빼꼼 고개를 내민다. 행인들 뒤로 하고흉내 내는 게 무척 창피한데 귀한 만남을 위해 부끄러움 정도야. "미-야옹~" 고양이들은 원조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몸을 비벼댄다.
올해의 무더위에 아스팔트가 워낙 달궈졌으니 고양이들을 근 3주 넘게 만나지 못하고 있다. 가게 안의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쬐고 있을 테다. 나야 모셔야 할 강아지가 있어 무더위에도 산책은 나가는데, 크나큰 힐링이었던 삼대 고양이를 못 만나니까 어째 이프로 부족한 산책길이 되어버렸다. 아니다. 50%는 부족하다.
삼대 고양이 중 길고양이 출신인 1대 할머니는 2대 엄마, 3대 손주와 달리기력이 없다. 그런데도 애교는 손주 못지않게 부리는데 쓰다듬을 때면 말라가는 게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맘씨 좋은 사장님네 식구들과 삼대 고양이가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추가 정보: 1대 고양이가 임신한 채로 가게에 찾아와 구조가 됐다. 출산 후 우울해할까 봐 한 마리만 곁에 두고 입양 보냈다. 중성화 전에 길고양이와 밀회를 가졌는지 2대 고양이도 임신이 됐다. 2대의 새끼들도 동네 이웃들에게 입양 갔지만 한 마리만이 두 번 연속 파양돼서 할머니와 엄마, 사장님 품으로 돌아왔다. 다사다난한 역사를 가진 삼대 고양이 식구다. (중성화를 마쳐 4대로 이어질 일은 없다.)
사장님과 안면을 터서 직접 들은 정보다. 안면 텄다고 가게에 들어갈 순 없는 노릇이니 우연한 행운을 기다리는 중이다.보고 싶다, 냐옹이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