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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과참 Aug 06. 2023

내 냐옹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ㄴ] 냐옹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표현한 말로, '멍멍'과 달리 실감적이라 때로 소통까지 가능함


  우리 동네는 종합 병원 한 군데 말곤 내세울 게 없다. 자라면서 몇몇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긴 했지만 고층 아파트보다도 저층 빌라가, 저층 빌라보다도 주택이 많아 건물이 해 가릴 일 또한 없다. 한낮에 나가노라면 아이는 잘 보이지 않고,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만 눈에 들어오는 조용한 우리 동네, 아주 그냥 나와 찰떡궁합이다.


  한때는 고양이 친구들도 참 많이 다녔는데 근래 들어, 보는 게 여간 힘들어졌다. 어르신들은 고양이가 지나가면 나만큼이나 좋아하셨는데. 이래 봬도 른 나이대 유입이 늘어나긴 했나 보다. 고양이들의 성지로 알려졌던 모 단지에는 고양이 쉼터가 있었다. 어느새 그곳이 판때기로 봉쇄되면서 터줏감 고양이들 흩어지고 말았다. 낙후된 공원에도 고양이 집만큼은 군데군데 있었다. 도청에서 설치했다고 들었건만 이 또한 회수해 가면서 공원 부근 고양이들도 종적을 감추었다.


  고양이가 보이지 않으면서 동네를 향한 애정이 많이 감소했다. 물론 변화하는 현실에선 이 또한 내 욕심 본. 동네 고양이들과 공존하려면 개체수 증가가 멈춰야 함을 알고 있다. 막무가내의 서식지 파괴는 납득이 안 되지만 반감을 가진 주민들이 늘어나니 고양이 친구들의 안녕 빌 수밖에. 우호와 반감은 입장의 차이그렇다 쳐도, 학대파만라도 더 이상 출몰 않길 간절히 다.




  21년도 여름, 한 마리도 아 세 마리의 고양이가 내 앞을 얼씬거리는 행운이 찾아왔다. 낙후된 공원을 산책 코스로 집어넣으면서 만나게 됐다. 내 마음을 난도질한 꼬마 냐옹이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공원에 들어섰다 하면 어디에선가 달려와 냐옹- 냐옹- 울어댔다. 동네 고양이들은 기본적으로 관심을 싫어하는 데다, 낯을 덜 가는 애들도 멋대로의 터치는 거부한다. 그런데 꼬마 냐옹이는 얼른 만지라고 재촉하는 모양새로 냐옹- 냐옹-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궁딩이를 내밀었다가 배를 다가 했다.


  꼬마 냐옹이에 홀딱 빠져 있자 수다쟁이 친구(공원을 사랑하는 초등생)가 내 옆으로 다가와 정보를 흘렸다. "얘 이름은 여름이에요. 저기 삼색이가 여름이 엄마고요. 가게에는 여름이랑 삼색이 말고 까만색 고양이도 살아요. 걔는 할머니예요" 역시 아이의 정보력은 무시 못한다. 그 정보는 100% 사실이었다.


  대가 머무는 가게는 공원 코앞에 위치해 있다. 편의상 가게라 부르곤 있으나 물건쌓여 있는 거며 트럭이 떡하니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걸로 봐선 납품 쪽이 아닐까 싶다. 계자가 아닌 이상 못 들어간단 뜻이다. 올해, 낙후된 공원이 대대적인 탈바꿈에 들어가면서 삼대 고양이는 놀이터를 잃고 말았다. 그 때문에 가앞에 가야만 볼 수 있게 됐는데, 못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용한 할머니-다혈질 어머니-말썽꾸러기 아들>이루어진 삼대 고양이는  좋은 날이면 사장님 차량 밑에 누워 있다. 산책 후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냐옹 냐옹" 고양이 흉내를 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인들 뒤로 하고 흉내 내는  무척 창피한데 귀한 만남을 위해 부끄러움 정도야. "미-야옹~" 고양이들은 원조 울음소리를 들려주 몸을 비벼댄다.




  올해의 무더위에 아스팔트가 워낙 달궈졌으니 고양이들 근 3주 넘게 만나지 못하고 있다. 가게 안의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쬐고 있을 테다. 나야 모셔야 할 강아지가 있 무더위에도 산책은 나가는데, 크나큰 힐링이었던 삼대 고양이를 못 만나니 어째 이프로 부족한 산책길이 되어버다. 아니다. 50%는 부족하다.


  삼대 고양이 중 길고양이 출신인 1대 할머니는 2대 엄마, 3대 손주 달리 기력이 없다. 그런데도 애교는 손주 못지않게 부리는데 쓰다듬을 때면 말라가는 게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맘씨 좋은 사장님네 식구들삼대 고양이가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추가 정보: 1대 고양이가 임신한 채로 가게에 찾아와 구조가 됐다. 출산 후 우울해할까 봐 한 마리만 곁에 두고 입양 보냈다. 중성화 전에 길고양이와 밀회를 가졌는지 2대 고양이도 임신이 됐다. 2대 새끼들동네 이웃들에게 입양 갔지만 한 마리만이 두 번 연속 파양돼서 할머니와 엄마, 사장님 품으로 돌아왔다. 다사다난한 역사를 가진 삼대 고양이 식구다. (중성화를 마쳐 4대로 이어질 일은 없다.)


  사장님과 안면을 터서 직접 들은 정보다. 안면 텄다고 가게에 들어갈 순 없는 노릇이니 우연한 행운을 기다리는 중이다. 보고 싶다, 냐옹이 친구들아!


'냐옹'의 용례
1) 냐옹하고 울자 고양이가 알아듣고는 고개를 내밀었다.
2) 아빠의 냐옹 소리가 리얼해서 고양이가 나왔다고 착각했다. 아, 아빠!

딸과 손주가 있어 할머니라 불리지만 사람 옆에선 언제고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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