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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과참 Aug 24. 2023

우리 가족, 내 가족이잖아요

  시내버스든, 시외버스든, 고속버스든 버스에 올라탈 때면 기사님께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내 데이터의 결과, 시외버스 기사님들이 가장 잘 받아주신다. 허허 웃으시면서 푸근한 말투로 반응하시는 기사님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간혹 이러한 기사님들 중 버스가 도로에 오르는 순간 빠-앙 연달아 경적 울리시는 건 물론 씨X, 저 X끼, 미X놈 등 온갖 욕을 입에 담으시는 분들이 있긴 하다. 이 또한 반전 매력인가?


  역시 사람은 너무도 입체적이다. 그런 까닭에 타인과 교류할 때면 단점은 저리 치우고, 장점만을 게 보려고 하는 편이다. 당사자 앞에서 단점을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장점만 있는 이 없고, 단점만 있는 이 또한 없다. 단점은 거기서 거기며 내가 아는 단점은 자기 자신도 이미 알고 있다. 험담을 즐겨하거나, 돈을 제때 보내지 않거나, 필요할 때만 연락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문제는 남들이 아무리 말한들 단점이라는 게 쉽게 고쳐지진 않는다는 거다. 남의 지적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란 어렵지 않은가.


  우쭈쭈 한다는 의견도 있긴 한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좋은 말밖에 안 튀어나오는 걸 어쩌라는 식으로 군다. 그게 더 못난 행동이라는 지적도 듣지만 내겐 이 방식이 더 편하다. 아뿔싸... 나도 이처럼 단점 고칠 줄 모르는 이다. 아무튼, "거 봐~ 나는 이리 잘났다니까"라고 구는 사람들, 달리 말해 타인의 칭찬을 자아도취의 근거로만 는 사람들은 피하면 그만이다. 이처럼 인간관계에서는 채찍은 내팽개치고 당근만을 취급하나, 대상이 '가족'인 경우에 당근은 고이 내려놓게 된다.




  언니가 내게 자주 하는 말 중에 "너는 남들에게 그리 착하면서 왜 나한테만 지랄이냐" "내게 하는 것만큼 남들에게도 성깔 좀 부려라"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이중인격자나 지킬 앤 하이드 소리도 듣는다.


  타인에겐 지나치게 친절하고 가족에겐 톡톡 쏘아붙이는 건 내가 지닌 양면다. 하나 타인에겐 관대한들 그 사랑이 가족 사랑을 이길 순 없다. 이처럼 어쩌다 비추어진 한 면만 갖고 가하기엔 앞서 말했듯 개인은 입체적다. 그 사람이 어떤 의도로 그런 면을 보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애매하게 아니까 말을 아끼는 게 상책이다. 반면 가족은 다르다. 새로 사귄 이와 아무리 가까워진들 가족만큼 잘 알기란 어렵다. 남의 단점을 평가하는 건 의도를 모르면서 '섣불리' 행동하는 것과 같다. 반면 가족의 단점은 세월의 축적이 뒷받침되어 있으니 쓴소리도 가능한 셈이다.


  남들 눈에 우리 가족은 엉망진창으로 비추어질 때가 잦아 보인다. 우리 엄마는 "남편 복 없는 이는 자식 복도 없다더라"라는 말을 들어 왔다. 우리 자매 "(너네 가족) 왜 저러냐?"는 평가를 지겹게 들었다. 내가 엄마 눈치 보기 바쁜 상황에서도 "너네 엄마가 자식 눈치 보며 살아야겠니?"라며 혀를 끌끌 찼다. 부모님을 위한 선택에도 "부모가 고생한다"는 핀잔을 들었다. 이런 까닭에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지만 마냥 천사 같던 어릴 때건, 방황에 시달릴 때건, 부모님과 직접적으로 부딪칠 때건 사람들의 반응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우리 가족이 긍정적으로 변하든, 더 부정적이게 되든 남들 눈에는 오래 전부터 '문제 많은 집안', 내겐 '문제 많은 집안의 자식'이라는 편견이 박혀 있던 것이다. 


  단점 없는 이가 없듯, 집안마다 문제 발생하기 마련이다. 인간사에 희로애락이 반복되는 것처럼 가정 내에도 충돌과 화합이 번갈아 일어날 수밖에 없다. 부부가 화목해도 자식 때문에 골머리 앓고, 부부 싸움으로 자식이 스트레스 받는 경우는 허다하지 않은가. 한 가정에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 가정을 <문제 있는 집안>으로 취급하는 건 섣부른 평가다. '내가 뭐라고 저 집안에 손가락질할 수 있는가. 우리 집이라 해서 마냥 좋기만 한가' 먼저 살펴야 한다.




  사람들의 반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맞아요. 저희 가족이 죄인입니다. 어린 제가 더 노력해야지요" 엎드리는 게 아니라,


우리 집 일이에요. 내 가족이에요. 뭐라 해도 내가 뭐라 한다고요!


  성깔 내는 게 정답이다! 우리 가족에게 뭐라 하는 이들에게만 성깔 내면 이거야말로 '우쭈쭈'다. 남들의 비난이 근거 없는  아니기에 우리 가족도 똑같이 구박한다. 언니가 엄마에게 함부로 대하면 "언니 엄마야? 내 엄마기도 해. 누가 내 엄마에게 그따위로 굴래!" 난리 친다. 엄마가 아빠를 무시하면 "엄마 남편이기도 하지만 내 아빠기도 하거든?" 툴툴거린다. 아빠가 엄마를 힘들게 하면 "내 엄마 고생시키지 말랬지!" 눈알을 부라린다. 남이 이런 말하면 "네가 뭔데?" 리 듣기 십상이나 나는 이 가족의 구성원 아닌가. "그래, 니 잘났다" 하면서도 가족들은 조금이나마 반성하는 듯하다.


  둘째 포지션 덕도 있고 지난 세월이 있기에 가능한 행동이도 하다. 아빠, 엄마, 언니에게 고루 시달렸고 셋과 관련된 어른들의 총체적인 구박에 서러울 때도 많았다. "우리 집은 콩가루 집안이다"라고 부끄러워한 게 무색할 만큼 남의 집들도 콩가루거나 콩가루 묻은 걸 다 털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내 지난 과거가 어찌 됐든 우리 가족을 비롯해 연관된 이들까지 미워하진 않는다. <덕분에 바뀌었으니 그만 좀 하시죠>란 마인드를 장착하고 나서야 가족에 관한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지나치게 솔직해지는 순간은 우리 가족 앞에서고, 지나치게 싸가지 없어지는 순간은 우리 가족 욕할 때다. 가족들, 어른들! 어찌 보면 특별 대우인 셈이니 뭐라 하지 말고 예쁘게 봐주세요. 


음흉한 미소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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