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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과참 Sep 05. 2023

왜소하다고 괴롭히는 사람(동물)들

[ㅙ] 왜소하다
작은 키와 작은 체구에게 통용되는 말
근래는 어거지의 원인으로 전락


<말 못 하는 동물>, <말 안 통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웃기지 않니? 다 같은 동물인데. 소통으로 척질 게 아니라, 마음 씀씀이가 삐뚤어진 요주의 동물들부터 문제 삼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너네가 왜소하고도 착하다는 건 이유가 될 수 없어. 괴롭힌 이들은 矮者보다 못한 矮心者야. 마음이 난쟁이 똥자루만큼도 안 된다는 의미지. 그런 심보는 덫이 되어 돌아올 거야. 동물 목숨 가벼이 여긴 이들에게 미래가 가당키나 하니.


  왜소하다 & 외소하다 / 써먹고자 할 때면 문득 헷갈릴 수 있다. 내가 그랬다. '외소하다'라는 말은 없다. '왜소하다'는 矮와 小로 이루어진 단어로, 矮의 대표 훈은 '난쟁이'다. 세상엔 별의별 한자가 다 있다.... 난쟁이, 키 작다, 짧다 외에 이 한자 결이 다른 의미를 딱히 지니지도 않다. 세 뜻대로 외관상의 길이를 논할 때만 써먹을 수 있다. 키 작은 사람을 한자로만 표현하려면 왜인(矮人) 아니면 왜자(矮者)라 할 수 있겠다. (* 小는 길이만 가리키는 게 아니어서 다른 의미도 발생)


  矮만 보면 키가 작다는 뜻이나 '왜소하다'는 건 키와 체구 다 통용된다. 그리하여 개인적으로 이 말은 동종 말고 다른 종에게 쓰는 게 나아 보인다. 소수의 사람들을 빼놓고는 줄 세웠을 때 고만고만하지 않은가. 고등학교 다닐 적, 여학생들 중 키가 가장 컸던 내 단짝과는 어깨동무가 가능했다. 반면 타종(他種)인 우리 집 멍멍이는 등길이 30cm에 몸무게 3kg여서,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바닥에 발라당 눕거나 번쩍 안아 들어야 한다.




  애정을 나눈 존재 중 가장 왜소한 생명체는 슈퍼 겸 복권방에서 살았던 아기 고양이다. 어미는 어찌 됐는지 공사장에서 또 다른 형제하고만 발견되었다고 들었다. 인이신 할아버지에게 일찍이 입양된 탓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금방 바닥을 쳤다. 오히려 동네 고양이들(* 가끔 가게 와서 사료 뺏어 먹음)을 무서워하였지, 사람은 어린이-청년-중년-어르신 안 가리고 좋아라 하였다. 견주인 내가 강아지 목줄을 챙겨 가는 날이면 더 환장하였다. 사이즈도 안 맞는 목줄을 채웠다는 건 아니고 표현 그대로 휙휙 움직이고자 챙겼다. 할아버지가 매달아 주신 노끈은 기둥에 고정되어 있는 반면, 목줄은 내 스냅에 따라 움직이는 데다 더 단단하고 힘 있어서 재밌었나 보다. 신발끈 물어뜯겠다고 신발 위로 올라오기도 하였고, 서 있으면 신발과 신발 사이에 비집고 누워버려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늦은 가을에 태어난 아기 고양이는 해가 바뀌기 전에 실종되었다. 할아버지 호루라기 소리에 무조건 달려왔는데 무리 기다려도 고개를 내밀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호루라기를 들고 인근 가게를 방문하는 동안, 나는 고양이를 찾는다는 유인물을 만들었다. 동네 전봇대마다 유인물이 지만 결국 떼 때까지 아기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그리 예쁘니 누가 데려 키웠을 거라 하였고 나도 여기에 동의하려 했다. 그 왜소한 크기에 주목해 괴롭히려는 사람 말고, 앙증맞은 미모에 반한 사람이  거길 바랐다.


  고등학생 때, 친구와 유기동물 보호센터 다녀온 적이 있었다. 지금은 잘 운영되는 듯 보이나, 그때는 시에서 설립한 기관임에도 학대가 발발하여 논란이 일었다. 분노한 시민들의 헌신이 꾸준히 이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를 지도해 주신 분들도 관계자가 아닌 봉사자들이다. 소형견들은 보통 한 방에 우르르 있었다. 사나운 개들은 견당 철조 케이지에 분리되었다. 외부 마당은 덩치는 크나 순둥한 개들이 놀고 있었다. 그런데 마당 구석에 소형견과 중형견 사이로 추정되는 왜소한 강아지가 보였다.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모견이었다. 배변 치우는 게 주된 일이어 몸에 밴 냄새에 예민해질 만도 한데, 모견은 내 관심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손길에 얌전히 있으면서 눈을 마주쳐 주었다.


  개체 수 적은 고양이들은 경계가 있는 애들과 없는 애들이 한 방에 따로따로 고 있었다. 아침 청소만 하면 끝이라 하여 오래 머물지 못했다. 하루종일 맞닥뜨린 수많은 개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사람이 좋아서 활달하게 매달리거나, 경계심이 강해 분리되었거나, 사람이 궁금한데 먼저 다가오 못하거나. 세 번째 성향은 꼬리로 인해 파악 가능했고, 밖에 있던 모견 여 속했다. 꼬리는 흔드는데 수줍게만 구는 꼬질한 강아지였다. 자기 자신도 그리 왜소하면서 훨씬 작은 새끼들을 위해 분리된 거였다. 보고 정하겠다는 방문객들은 보통 소~중형견들 방에 왔다. 그러니 모견 새끼들이 클 때까지 입양자들 눈에 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새끼들이 다 떠나면 좀 매달리라고, 사람 품이 좋으면 안아 달라 울라고, 그렇게 너의 존재를 각인시키라고 일러주고 싶었다. 나 말고도 이 친구의 매력을 알아챈 분은 필히 나타났으리라 믿는다.




  며칠 전, 국가에서 허가받은 대규모 번식장이 수면에 올다. 죽은 모견의 배를 커터칼로 잘라, 자견들만 빼낸 채 모견은 냉동실에 처박아서였다. 냉동실에는 더 많은 사체들이 있었다. 구조된 천 사백 마리가 넘는 강아지들은 서로 다른 생김새를 지니고, 서로 다른 부위 다쳤지만 모두 다 왜소하다. 왜소하디 왜소한 모견들은 '화성번식장구조견'이라는 동일한 명칭 아래 치료받고 있다. 그 이전에는 몸에 새겨진 고유 번호로 불렸을 테다. 최근에, 한 배에서 난 새끼 고양이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화단에 버려진 일 있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한날한시 태어났으니 같은 체격이었으나 저마다 다른 몰골로 세상을 떠났다. 길고양이인 어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범죄자가 한 마리씩 다른 방법으로 죽인 거였다. 이 범죄는 지나치게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낮은 동물권을 인식 건 고등학생 때다. 이전까지 몰랐다는 게 그리 부끄러울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동물 단체들을 구독하 소식을 듣고 있 숱한 캠페인을 뒤로하고, 동물학대만큼은 수법이 발전하면서 더 얍삽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반려 동물인 , 고양이 말고 토끼, 햄스터, 조류, 파충류 등도 예외 없다. 려 동 데리고 있지 않은 범자들은 길고양이아예 표적 삼아 버렸다.


  같은 동물인데 인간이란 종에 비해 왜소하다는 것이 학대의 이유라 받아들일 수 없다. 동물들이 착해서 그렇다는 것도 논외로 두고 싶다. 화살촉은 가해한 (種)에게 려야 한다. 인간의 마음이 체구에 맞지 않게 자꾸만 작아져서 그렇다. 동물을 괴롭히는 것들, 요리조리 빠져나오게 도와주는 인간들, 관심조차 갖지 않는 사람들, 탄식하는 나, 다 똑같이 고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고통받는 다른 종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인권(人權)이란 말을 없애 버리고 싶다. 우리도 저들도 똑같은 동물이니, 뭉뚱그려 '동물권'이라 칭해 나아질 거 같아서.


아가! 할아버지는 너를 못 잊으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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