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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과참 Jul 22. 2023

♧ 열쇠당번과 오리걸음 2

학창 시절의 추억은 친구들과의 순간으로만 채워지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브런치의 계정주 밀과참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 올린 <열쇠당번과 오리걸음 1>이란 제목의 글을 외부 사이트 유입으로 읽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서이초'나 '서이초 교사' 등 최근 발생한 가슴 아픈 사건을 인터넷에 검색했을 때 저의 글이 떴나 봅니다. 

  제 글이 어떻게 읽혔을지 모르겠어서 2편을 곧장 이어 쓰지 못했습니다. 사건의 경위를 서술한 게 아니라 저의 일화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한지라, 검색한 분들이 알고 싶어 한 내용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만, 이를 보며 하고픈 말이 생겨 다시금 글을 씁니다. 꽃다운 선생님의 죽음과 교육의 지탱을 위해 감내했을 선생님들의 노력, 교사 단체가 앞으로 보일 행동과 주장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저 또한 그러하겠습니다.




  관련글이나 반응을 계속 보고 있는데 직접적으로 괴롭힌 학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댓글이 많이 보였습니다. '서이초'를 검색하면 '학부모 신상'이 바로 뜰 지경이고요. 신상 공개가 이루어지기는 분명 힘들 겁니다. 대신 공적인 발화권도 가진 <감투를 쓴 분들>이 나서는 게 현실을 바꿀 더 빠른 방법일 텝니다. (제발 좀 나서 주시죠....) 


  몇 달 전에, 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이우영 작가님께서 빼앗긴 권리를 돌려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지요. 이에 대해 며칠 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저작권을 말소시켰습니다. 기존에 공동 저작권자였던 출판사와 출판사 대표가 더 이상 횡포를 부리지 않도록, 캐릭터 등록을 말소시키면서 저작권이 창작자에게만 귀속되게끔 조치를 취한 겁니다. 작가님께선 돌아가시기 전부터 피해를 계속 언급하셨습니다. 하지만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지요.  

  작가님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번 서이초 1학년 신규 선생님도 죽음을 통해 상황을 알리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그것도 이틀 전까지 수업을 진행했던 학급의 창고에서 목숨을 끊으신 데는.... 감히 유추할 수 없지만 그만큼 절박함이 크셨을 겁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뉴스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분명 관심을 가져야 될 일인데도 관심이 하루 사이에 끊기고 마는 걸 오래 목도했습니다. 교사의 죽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요.... 


  이번 사고가 대대적인 관심을 받으며 여기저기서 울화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거 같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원 강사님이나, 유치원 선생님, 대학 조교님 등 '교육 현장'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의 증언을 비롯해, 사건이 발생한 '서초구'에 거주했던 분들의 질타까지 합져진 듯 보입니다. 동시에 일반화시키지 말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요.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유를 분석하려면 귀를 열어야 합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은 잠시 내려놓은 채 다수의 말, 소수의 말, 공적인 말, 사적인 말을 객관적인 자세로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 사람의 말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열을 낼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이들의 말까지 포괄하며 사회의 변혁을 고민해야 합니다.

  꽤나 늦었지만, 이제라도 교사의 무너진 권리와 무너져가는 교육 현장에 관심이 쏠린 건 반길 일이라 봅니다. 다만 여기에 쏠린 관심이 너무나 뜨겁기에 또 다른 분열을 심화시킬 것만 같아 걱정도 됩니다. 


  혐오와 가르기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의 분열은 막아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교사 단체와 학부모 집단, 자녀가 있는 기혼자와 미혼자의 분열로만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열은 논의 중에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목적은 나 자신(개인)에게 있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사회에 있음을 인지하면서 의견을 내야 합니다. 합의를 위해 서로 다른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올바른 현상이나, 이전까지의 일들을 보았을 때 분열은 더 큰 혐오를 야기하는 것만 같습니다.... 혐오는 종잡을 수 없이 커지고요.




  오리걸음은 열쇠당번처럼 자세히 말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2011년에 교내 체벌이 금지됐을 겁니다. 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고, 그해에 체벌을 대신해 오리걸음을 받았습니다. 반 아이들이 도무지 조용히 하려 하지 않자 학급 전체가 강당으로 가서 오리걸음으로 한 바퀴를 돌아야 했습니다. 저는 이날 '오리걸음'이 무엇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선생님과는 이후에도 잘 지냈고 무척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출산휴가를 가신 선생님을 대신해 오신 거라 졸업앨범에도 남지 않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만난 선생님은 그 선생님이 유일합니다. 선생님께서도 한 가정을 이루셨던데 이번에 추모 프사를 올리셔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오리걸음은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테지요. 하지만 그때 학급 아이들의 부모님들 중 선생님의 행동을 따지시며 민원을 거신 분들이 계셨다면 저와 친구들의 기억은 긍정적으로 남지 않았을 겁니다. 


  학창 시절의 추억은 친구들과의 순간으로만 채워지지 않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을 만날 때면 선생님 얘기가 꼭 나올 만큼 선생님도 학창 시절의 소중한 추억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선생님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만 한다면, 선생님도 아이에게 다가가는 걸 주저하게 된다면 아이들의 추억은 단편적으로만 남겠지요. 소중한 내 아이가 학창 시절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길 바라신다면 이 현상은 분명 잘못된 것처럼 보이실 겁니다.


  저는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제 사촌동생들이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엄마 지인분들의 자녀들 중에도 초등학생이 많습니다. 저와 절친한 친구는 교생실습을 최근에 다녀왔고요. 저에겐 존경하는 선생님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러니 모두를 위해, 달리 말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하는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국민일보 / 서이초 선생님께서 생전에 제자에게 쓰신 편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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