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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과참 Jul 25. 2023

책임감 강한 엄마에게 씁니다

  한때는 엄마가 내 세계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각자의 세계를 일구며 상생하고 있네. 엄마는 내 독립을 내가 어릴 적부터 염원했지만 나는 엄마 곁을 '아직'은 떠날 생각이 없어. 엄마와 떨어져서 살 수야 있겠지. 그런데 엄마와 함께 살 때 나는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들이 보여야 하는데, 아무래도 엄마의 아들 염원이 부작용을 보인 거 같아. 엄마아빠 사이가 좋을 때면 나는 은근히 아빠가 싫었던 거 있지. 사이가 안 좋을 때는 더 싫었고. ㅎㅎ 인기쟁이 우리 엄마에게 호감을 품는 모든 이들도 아니꼬웠어. 엄마는 내 건데, 엄마는 나랑 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뭐야! 하는 마음이었어. 그런 '껌딱지' 시절이 있었네~


  엄마의 지나친 솔직함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걸 지금은 우리 둘 다 알고 있지.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엄마를 고생시키는 요주의 사람들과 엄마를 애정하는 사람들을 분리할 수 있었어. (아빠는 전자, 후자에 모두 해당하는 특이 케이스였지.) 어른이 되고 나서는 후자의 사람들이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행동을 보였다는 걸 이해하지만, 어릴 적에는 이러다 엄마를 빼앗기리라는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나 봐.


  물론 나 또한 후자의 사람들에게 동감했지. 엄마는 우리 집에 있기에, 남편 없이 두 아이를 돌보기에, 아이들 때문에 소규모 직장에서 일하기에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었어. 어린 나의 눈에도 엄마의 대단함이 잘 전해졌고, 엄마를 교사 시키려던 할아버지의 염원도 수긍할 수 있었지. 엄마의 책임감, 다시 말해 나의 존재가 엄마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걸 은밀히 알았는데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아. 내가 인정하는 순간 엄마가 떠나버리면 어떡해!




  엄마 속 썩이느라 바빴던 애가 이런 말을 하니 모순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정말 그랬어. 더 자라면서는 내게서 엄마를 분리해 내며 엄마와 부딪치는 순간들이 많았지. 서두에 말했듯이, 다르다고 해서 부딪칠 게 아니라 상생하면 된다는 걸 이제는 알아.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이걸로 골머리 꽤나 앓았는데 이제는 우리의 다름이, 엄마를 향한 내 사랑, 나를 향한 엄마의 사랑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


  얼굴은 곱디고운데 때때로 입이 험해서 뜨억! 하게 만드는 우리 엄마. 엄마가 내게 뱉었던 모진 말들, 완전한 진심은 아니었지? 그 말들에 휘둘리며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엉엉 울었던 순간이 너무나도 길었어. 안 좋았던 과거는 안녕, 좋았던 과거만 더 크게 부풀린 채 엄마와의 행복한 순간들을 쌓아 나가려고.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학교 얘기 꺼내는 걸 들켜버리면, 엄마는 걱정할지도 모르지만 난 가벼운 마음으로 풀어내고 있어. 그놈의 학교 때문에 엄마와 자주 싸웠어도 다 지나온 과거인데 뭐 어쩌겠어. 더 후련해지게끔 글로 풀어내면 될 일이지. 엄마아빠를 원망하는 마음은 매우 얕아져서 조금 있으면 증발해 버릴 것만 같아.


  안 믿기지? 나도 그래. 그런데 애증이란 말이 괜히 있겠어. 이렇게 엄마를 하염없이 사랑하다가도 또 미워하는 순간이 발생하겠지만 엄마아빠를 향한 애증이 50:50으로 나눠질 거 같진 않아. 愛가 90, 憎이 10인 관계는 그냥 사랑이라 봐도 되지 않을까? 어찌 됐든 愛가 번번이 덮어버릴 테니 걱정 마세요. 

  엄마 사랑해. 자라나는 새싹들이 엄마 품에 매달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애교 부리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버렸지만 난 애기들과 달리 글을 쓸 줄 아니까 (아이고 유치해!) 이렇게라도 고백해 볼게. 사랑해~~~


  고무줄 다 늘어난 바지 입고 뛰다가 바지 벗겨질 뻔한 칠칠이가 -


엄마에게 기필코 맛있는 뇨끼를 선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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