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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정 Dec 06. 2024

꼬마마녀의 미용실

창작동화

나윤이는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요.


친구와 다투다가 넘어져서 손을 다쳤거든요.


엄마에게 말했지만 엄마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어넘겼어요.


나윤이는 집에 오자마자 방문을 콩 닫고 들어가서 혼자 인형놀이를 했어요.




"나윤아! 미용실 가자!"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나윤이는 입을 삐죽이며 나왔어요.


"왜요? 나 아직 머리 자를 때 안 됐는데."


"오늘은 엄마 머리 자르려고. 같이 가자."




엄마가 다니는 미용실은 시장 한복판에 있어요.


그래서 생선가게, 과일가게, 두부가게, 온갖 가게를 다 지나야 나와요.


가게 구경을 하는 건 언제나 재밌어요.


그래도 오늘은 구경할 기분이 아닌데.


나윤이는 발을 터벅터벅 거리며 걸어갔어요.




"어서 오세요! 나윤이 왔구나!"


미용실 원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해요.


엄마도 웃으며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았어요.


나윤이는 원장님을 슬쩍 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미용실 의자 뒤의 기다란 소파로 갔어요.


미용실에 오면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언니, 오빠들이 보는 만화책도 들춰보고 원장님이 틀어놓은 TV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지만


너무나 지루해 하품이 나요.




꾸벅.


나윤이는 고개를 번쩍 들었어요.


"하암. 졸려."


졸고 있는 나윤이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어요.


"안녕! 심심해?"


나윤이는 다시 고개를 번쩍 들고 다가온 그림자의 주인을 쳐다보았어요.


나윤이보다 조금 더 큰 키의 여자아이가 온통 까만 원피스를 입고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누구야?"




"난! 꼬마마녀야!"


나윤이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어요. 동화책에서만 보던 마녀를 미용실에서 만났으니까요.


"꼬마마녀?"


"응. 그런데 너 기분이 안 좋아?"


꼬마마녀는 나윤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어요.


나윤이의 커진 눈이 더 커졌어요.


"어떻게 알았어?"


꼬마마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어요.


"네 얼굴에 '나 슬퍼'라고 써 있는데?"


나윤이는 얼른 고개를 돌려 미용실 거울을 쳐다봤어요.


아무리 봐도 어디에 슬프다고 쓰여 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엄마도 모르고, 미용실 원장님도 모르는 것 같았는데.


꼬마마녀는 정말 마녀인 걸까요?




꼬마마녀는 거울을 보고 있는 나윤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어요.


"나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을 하나 알고 있어. 내가 도와줄까?"


"그게 뭔데?"


"기다려봐."


꼬마마녀는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무지갯빛 가위를 꺼냈어요.


그리고 나윤이의 머리카락 하나를 잡고 가위로 싹둑 잘랐어요.


잘려나간 나윤이의 머리카락은 선풍기 바람을 타고 햇빛 속으로 사라졌답니다.




"나윤아, 가자!"


머리를 다 자른 엄마가 나윤이를 불렀어요.


나윤이는 꼬마마녀와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꼬마마녀는 벌써 사라지고 없었어요.


"엄마 머리 어때? 머리 자르니까 엄청 시원하다."


"시원해?"


나윤이는 꼬마마녀가 자른 머리카락이 있던 자리를 가만히 만져보았어요.


머리카락을 만진 손에 무지갯빛 가루가 묻어났어요.


박수치듯 손을 털자 무지갯빛 가루는 재잘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어요.




"안녕히 계세요!"


나윤이는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깡충 뛰어 미용실을 나왔어요.


나윤이의 머릿속에는 온통 꼬마마녀와 무지갯빛 가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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