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뽑아 먹는 겨울 무 보관법
“찬 바람 불면 때가 왔다”
무를 좋아하지 않았다. 무겁고 크다는 이유로 잘 안 먹었다. 사도 들고 오기 힘들어 버거웠고 오늘은 꼭 해보겠다 마음먹은 날도 무 하나 도마 위에 올려두고 한참을 물끄러미 보았다. 나에게 무는 시작부터 맘이 무거워지는 그런 식재료였다.
가을의 끝자락 얇은 옷소매 사이로 으스스하게 몸을 떨며 집으로 돌아온 날, 현관 앞에 무 한 다발이 와 있었다. 아무튼 지금 먹어야 한다는 둥 이유를 줄줄이 달고 무 한 다발이 거기 있었다.
그해 겨울은 어느 겨울보다 참 따뜻했다. 무의 힘으로
무 고르기
크기와 맛은 비례 관계가 아니다
무 앞에 서면 혼란스럽다. 가격은 같은데 크기도 생김새도 다 달라 이중에 어떤 게 진짜 좋은 건지 알기 어렵다. 같은 값이면 가장 좋은 걸 사고 싶다는 욕망이 강렬하게 끓어오른다.
일단 크면 좋아 보인다. 하지만 크기와 내구성이 비례하진 않는다. 일명 바람 들기. 무를 잘랐을 때 구성이 숭숭 보이는데 그 안에 공기가 찼다 하여 바람이 들었다 한다. 그런 무는 퍼석하고 맛이 없어 아무것도 만들어 먹지 못한다. (단 국물은 낼 수 있다.)
무를 들어 올려 크기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라면 피하자. 바람 무게일 가능성이 크다.
나랑 맞는 무 찾기
무엇이 적당한 비율일까? 잎사귀가 달려 있던 윗부분바로아래 녹색 부분이 1/3 가량 그 아래 새하얗게 쭉 뻗은 자태를 상상하며 무를 고르러 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상상 속의 무를 만났다고 해도 각각의 쓰임정도를 모른다면 나에게 맞는 무를 못 찾은 거나 마찬가지다.
각각의 정체
단순한 형태이지만 자세히 보면 구역이 있다. 잎사귀가 있었던 자리(무청이라 하며 무의 잎사귀는 없이 판매되는 것이 많다) 바로 아래는 녹색빛이다. 그 아래부터는 내려갈수록 흰색. 색이 달라지면 맛도 조금씩 달라진다.
무의 하얀 부분은 뿌리다. 뿌리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굵직함 속에 영양가가 그득하다. 알싸한 맛이 나서 국물 낼 때 유독 좋다. 두껍게 칼 닫는 대로 썰어 멸치, 다시마와 같이 물속에 풍덩 넣고 끓이면 속이 뜨끈해진다. 국물 맛이 시원하다.
단맛이 나는 건 오히려 녹색 부분. 한 동안 맛을 반대로 생각해 녹색 부분을 국물 내는데 쓰곤 했는데 뭐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단지 국물내고 남은 부분인 흰 부분을 생채로 했을 때 맛이 좀 더 알싸할 뿐… 완전히 아래쪽보다는 무청 쪽에 가까울수록 껍질만 벗겨낸 후 채를 썰어 양념해 먹으면 더 맛나다. 겨울에 더 달고 여름에는 좀 덜 달다.
무 하나 사서 요리조리 써먹기 참 좋다.
무청이 있다면 좋지만…
흐드러진 잎사귀가 함께 붙어 있는 무를 살 수 있다면 무엇이 덤인지 헷갈릴 정도로 아무튼 이득이다. 하지만 잎사귀는 운반과정에서 시들 수 있어서 그런지 날이 추운 때나 김장철이 아니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청 달린 것이 있다면 그대로 사 말리는 것도 해 볼만하다. 단 무청에 너무 꽂혀 무의 상태를 놓이면 안 된다. 무가 쪼개지거나 상처가 없이 매끈하되 흑이 묻은 것인지 꼭 확인해 보자. 그리고 잘 뻗은 무청까지 있다면 뭐~
무 보관
쓸 만큼만 잘라
큰 무를 한 번에 모두 써야 된다고 생각에 한동안 부담스러웠다. 어느 날은 그냥 반만 쓰고 반은 냉장실에 넣어 두었는데 꽤 오래 버텼다. 씻지 않고 넣으면 더 오래 버틴다. 필요한 만큼만 자르고 남은 부분은 면포나 키친타월에 감싸서 넣어주자. 요즘은 세척 무도 많지만 보통은 흙이 조금 묻어있다. 아주 조금의 흙과 몸통을 감싼 천들이지만 무는 착각이라도 하는 듯 잠이 든다. 물론 너무 오래 넣어두면 무도 알아차리겠지만.
다발에게 헌 옷 양보
제철이 되면 무를 다발로 판다. 그것도 아주 싸게. 저렇게 많이 뭐 할까 싶지만 조금 욕심이 난다면 이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이때 주의 할 것은 습기제거와 서늘한 온도유지다. 온도를 유지하되 바람이 들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신문에 싼 다음 랩으로 감거나 하여 베란다 같은 곳에 두는 것인데…
헌 옷으로도 가능하다. 옷이 천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옷감이 습기를 대신 빨아드려 주고 적당한 온도로 보온까지 해준다. 얇은 여름옷은 두루룩 싸기 편하고 약간 도톰한 가을 겨울 옷은 윗도리와 바지의 형태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좋다. 윗도리도 좋지만 바지가 좀 더 편했다.
두 단계 무말랭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잘 말린다. 단 두 단계로 끝이지만 시간과 정성이 든다. 적당한 크기라는 것이 참 중요한데 너무 얇으면 빨리 말라서 좋지만 완전히 말랐을 때 부스러진다. 그래서 도톰하게 잘라주는 좋다. 보통 성인 손가락 두께를 정도면 된다. 처음이라면 한 판 정도만 해보자. 쟁반이나 채반에 간격을 두고 평평히 편 정도를 한 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딱 한판만 해가 따스하고 바람이 잘 오가는 곳에 둬보자. 오가며 가끔 봐주고 한 번씩 뒤집어 주자. 애정을 줄수록 잘 마른다.
물론 요즘 기계가 잘 되어 있어 건조기도 가능하다. 그건 편할 때로 하면 된다.
도전!! 무청 말리기
먼저 무청을 무에서 잘라내자. 잘린 무에 바람이 들지 않도록 너무 깊게는 자르지 말자. 그대로 걸어주자.무청이 잘 마르려면 걸어 둘 곳이 필요하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오가는 곳이면 된다. 무가 잘 말랐던 곳이면 충분하다. 단 무청은 닫는 곳 없이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옷걸이나 세탁건조대가 있으면 좋다. 상황만 적당하다면 해볼 만하다.삶은 다음 말리기도 하는데 말린 다음 삶아 냉동고에 보관하는 편이 편했다. 장단점이 있다.
무 응용
새빨간 무말랭이 무침
입맛이 없다. 그렇다고 안 먹는 것도 아니고 군것질만 잔뜩 하니 마냥 헛배만 부를 때 해 먹어보자. 가수한 밥이랑 먹으면 딱이다.
말린 무말랭이는 딱딱하기는 하지만 금방 풀린다. 씹히는 맛을 좋아한다면 뜨거운 물에 30~40분 정도만 담가 두자 꼬득꼬득한 식감이 좋다.
해먹당 간단 레시피
재료/
무말랭이200g
다데기 두 숟가락, 고춧가루 반 숟가락, 매실청 두 숟가락
준비/
1. 물을 끓인다.
2. 말린 무말랭이에 끓는 물을 고루 부어준다.
3. 30분 정도 넣어둔다.
4. 채반에 걸러 물을 빼준다.
순서/
1. 무말랭이는 면포에 넣어 물을 짜낸다. 꽉
2. 다데기를 넣는다.
3. 고춧가루를 넣는다.
4. 매실청을 넣는다.
5. 잘 버무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