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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만만한 즐거움“

많이 사도 다 방법이 있다

by 삶은콩깍지


만만한 즐거움



감자만큼 친숙한 게 또 있을까? 밥 대신 먹기도 하고 반찬으로도 해 먹고 간식으로도 쏠랑 쏠랑 잘 들어간다. 쪄 먹고, 구워 먹고, 삶아 먹고 튀겨도 먹고 그런 친근한 마음에 한 박스를 덜컥 저질러 버린 어느 날, 취소할 사이도 없이 집 앞에는 10킬로 감자 한 박스가 와 있었다. 감자와 나, 너무 잘 아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감자 고르기



얼마나 필요한지부터

감자를 사러 가면 둘 중 하나다. 골라야 하거나 이미 담겨있거나. 둘은 뭐가 다를까? 가격도 조금, 감자의 생김새도 조금씩 달라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난 꼭 집어서 어느 쪽을 선호하는 건 아니고 그냥 그때그때 다르다. 기준은 그날에 있다. 오늘 얼마나 필요한가 가 가장 중요하다. 양을 정하기 애매하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오늘 할 요리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주인공은 분량이 많다.



상처와 시간

상처나 흠이 조금 있다고 지금 당장 감자 맛이 크게 좌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처의 유무는 시간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껍질만 쓱쓱 벗기면 될 것을 자르고 도려내는 과정에서 품이 많이 들게 된다. 재료 손질 과정은 단순 반복이다 보니 너무 과하면 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또 보관하는 동안 상태가 빨리 나빠질 수 있다. 우리도 상처가 생겼을 때 이차감염의 위험이 있듯 감자도 그렇다. 상처 부위를 중심으로 변화가 급하게 진행될 수 있다.



직접 고를 때

된장찌개를 끓일 거라면 감자 한 두 알이면 된다. 이때는 필요한 만큼만 골라 사면 좋다. 고르는 감자는 알이 크고 상급품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보통 무게를 달아서 판매한다. 상대적으로 비싼 느낌이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크고 흠이 적기 때문에 깨끗이 씻어 껍질째 써도 좋고 껍질을 벗겨낸 후에도 따로 손질할 것이 적어 시간을 절약해 준다.



담긴 걸 살 때

샐러드나 반찬을 할 거라면 감자가 조금 넉넉하게 필요하다. 이땐 이미 담겨있는 것을 이용하면 좋다. 그램당 가격도 조금 저렴해진다. 알이 조금 작고 가끔 상태 안 좋은 게 한 두 알 걸릴 때도 있다. 최대한 그런 것을 피하려면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감자가 비닐포장이 되어 있다면 높이 들어 가장 아래쪽을 살펴보자. 처음에는 아니었겠지만 운반되며 부딪혀 상처가 낫을 수 있다. 상처가 난 것은 쉽게 상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없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감자가 바구니에 담겨 있는 곳도 마찬가지다. 위는 멀쩡해도 아래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다 쑤시기엔 사장님 눈치가 보일 테니 한 두 개만 내려 잴 아래쪽 감자를 슬쩍 보자. 상처가 있는가?

그리고 하나 더 감자에 녹색빛은 없는가? 녹색빛이 돌거나 연하게 라도 비치면 다른 걸 찾아보자.



감자 보관


보관의 기본

감자는 어둡고 건조한 곳을 좋아한다. 바람도 잘 오가게 하자. 이런 조건들이 땅 속과 비슷한 환경이 아닐까 싶다. 간혹 감자를 햇빛 차단 기능이 있는 비닐에 넣어 팔기도 한다. 감자는 빛을 보면 녹색이 되기 때문에 이런 기능은 참 고맙다. 거기에 포장 입구를 벌려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면 더 좋다. 조금 샀을 땐 고민할 것이 없지만 박스로 샀다면 우린 좀 더 바지런 해져야 한다.



박스가 도착했다

싸다는 이유로 감자 한 박스를 사 보았다. 포슬포슬한 감자 맛을 본 다음이라 감자에 꽂힌 후였다. 막상 현관 앞에 놓인 걸 보니 입이 딱 버러 졌다. 정말 많구나. 참 실하는구나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10킬로는 제법이다. 현관에서 베란다까지 한참을 옮겼다. 막상 옮겨놓고 나니 이걸 언제 다 먹나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다 방법이 있다. 순서대로 먹으면 된다.



가장 먼저 할 일

박스채 감자가 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박스를 뒤집는 것. 좀 귀찮겠지만 박스 맨 아래 있는 감자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박스에 넣을 땐 모두 괜찮았겠지만 먼 길을 오는 동안 꽤나 힘들었을 거다. 덜컹거리며 부딪히고 눌리고 했을 거다. 잴 아래에 있던 감자는 오죽할까. 감자에 상처가 있는지 상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상태가 안 좋은 것과 좋은 것을 구별해 상태가 안 좋은 것부터 먹으면 된다.



한 상자 끝까지 먹어보기

가장 싱싱할 땐

싱싱할 때는 뭘 해 먹어도 맛있지만 그대로 찌거나 감자볶음을 할 때 특히 좋다. 간을 진하게 하지 않고 소금이나 후추만 살짝 해도 감자 본연의 맛이 살아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먹기 좋게 썬 감자를 넣음 다음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고 겉이 살짝 노릇해질 때까지 구우면 되는데 싱싱할 때라 포슬포슬한 식감에 겉면에 쫀득한 맛이 더해져 정말 맛있다.


물리기 시작하면

구워 먹고 쪄 먹고 본연의 맛 따위 지겨워질 때면 양념을 해서 먹자. 단짠 조합의 감자조림도 좋고 칼칼하게 고추장 매운 양념을 해도 좋다. 고기나 생선과 같이 조려도 맛나다. 식어가던 감자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 난다.


상태가 불안하다…

긴가민가하게 녹색 빛이 보이고 싹이 나려는 듯 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불안 불안한 상태에서 며칠 더 지났더니 아뿔싸, 싹은 이미 났고 감자가 물컹거리기까지 한다. 그럼 지금이다. 감자전을 할 때가 된 것이다.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껍질을 벗겨낼 때 손 조심하자. 도려낼 것이 제법 많을 수도 있다. 하다 보면 인건비 안 나오겠다 싶어 한숨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감자전을 먹어보고 나면 맘이 달라질 것이다.




감자 응용



감자땅콩버터 볶음밥

땅콩버터가 감자와 묘한 조화를 이루어 낸다. 감자가 물리기 시작할 때쯤 해 먹으면 좋다. 한 두 개 남은 소시지와 양파 한 개를 품앗이하듯 모아 만들 수 있어 알뜰하다.

재료와 양념을 먼저 볶아 완전히 익었을 때 밥을 넣어주면 되는데 감자상태가 기준이 된다. 주걱으로 감자를 잘라 쓱 하고 둘로 나눠지면 이제 밥 차례.



해먹당 간단 레시피

재료/

주재료_감자 두 개, 양파 한 개, 파, 소시지, 밥

부재료_들기름, 허브솔트, 새우가루, 땅콩버터

선택_치즈, 계란


준비/

1. 감자 껍질을 벗기고 썰어준다.

2. 양파, 소시지를 썰어준다.

*다진 것보다는 조금 크면 좋다. 비슷하게 익을 수 있는 정도로 크기를 맞추자.


순서/

1. 들기름을 붓고 파를 볶아준다.

2. 소시지 넣고 허브솔트를 뿌려준다.

3.감자,양파를 넣고 볶다가 새우가루를 넣는다.

4.땅콩버터,맛간장,들깨가루를 넣는다.

5.밥을 넣고 수분이 날아갈때 까지 볶는다.

*계란후라이와 치즈를 올려 먹으면 더 맛있다.




https://youtube.com/shorts/jzfZtw-U5Ow?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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