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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너만 있으면 ”

화려한 조연 설명서

by 삶은콩깍지


너만 있으면


양파는 주인공이 되는 날도 있지만 조연이 되는 날이 더 많다. 어떤 식자재와 같이 요리하든 상대방의 약점을 보안하고 장점을 돋보이게 해 준다. 고기와 볶으면 느끼함을 잡아주고 다시마 국물에 몇 조각만 넣어주면조금 더 풍부한 맛의 국물이 된다. 가만 생각해 보면 안들어 가는 데가 없다.

게다가 집에 아무것도 없는 날, 양파 한 알만 있다면 무언가 해 먹을 만 해진다. 그것도 꽤 맛있게.




양파 고르기



단단한 야구공처럼

양파는 일단 단단하고 볼 일이다. 속이 꽉 차고 잘 여문것은 꼭 야구공 같다. 잡았을 때 손끝에 닿는 느낌이 꽉 차 있어야 한다. 조금 물렁한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절대 안 된다. 단호해지자. 원래 수분이 많기 때문에 시작부터 그러면 보관 과정에서 더 빨리 변할 수 있다.


들어봤나? 수놈 암놈

겨울이 끝날 무렵, 유독 양파 사기가 꺼려진다. 햇 양파가 나오기 전까지 시중에는 저장 양파들이 돌아다니는데 잘 못 걸리면(?) 먹어보지도 못하고 자연에 돌려주게 되기 때문이다. 살 때는 괜찮아 보였는데 잘라보니 안이 물러 있다. 남은 거라도 햇빛에 바짝 말려 보지만 다음날 싹이 쑥쑥 올라온다. 정신없이 올라오는 싹에 무르기도 엄청 물러서 속았구나 싶다.

사실 이 녀석들은 수놈 양파다. 수놈들은 꽃대가 쑥쑥 올라온다. 생김새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너무 득 보는 듯한 크기는 한 번쯤 의심할 필요가 있다. 2.3월경 유난히 크고 왠지 좀 싸다 싶은 양파가 있다면 조금 기다리자. 급하다면 조금만 사자. 아니면 작은 걸 사자. 작고 단단한 것…




양파보관



햇빛에

양파는 햇빛 아래 바짝 말리는 게 최고다. 수분이 많은식자재이기 때문에 습도가 과해지면 썩기 시작한다. 덜 마른 양파 옆에 있어도 옮는다. 그래서 좀 널찍하게 뛰염뛰염 두고 말려야 한다.

사 오자마자 상태를 한번 확인하자. 그때 그때 다르지만 5.6알 정도가 망에 들어 있는 것이 1kg 정도다. 사실 몇 십 킬로씩 사게 되면 보관을 잘 해야 끝까지 제값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설렁설렁 바람만 통해도 괜찮다. 생각보다 금방 먹는다.


냉장?

쓰다 남은 양파는 밀폐용기가 제격이다. 다시 쓸 때까지 하루 이틀 냉장고에서 버티는 게 가능하다. 간혹 어쩔 수 없이 양파를 까야할 일이 있는데 숫양파를 만난 날이다. 변덕스러운 날씨만큼 무르기 시작한다. 겉이 멀쩡한데 까보면 시커멓게 골아있기도 한다. 귀찮아서 그대로 두었더니 반 이상 버리게 된 후론 발견 즉시 까려고 한다. 단단히 맘먹고 날을 잡자. 껍질을 싹 벗겨내자. 이제 어디로 보내야 할까?

냉동!

양파를 볶자. 완전히 누렇게 될 때까지 수분이 다 날아갈 때까지 인내하며 볶아보자. 이렇게 까지 했다면 식혀 냉동고에 보관하면 된다. 한번 고생해서 꽤 오랫동안 여유를 누릴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양파를 나누자. 바로 쓸 몇 개는 냉장고에 나머지는 냉동고에 넣을 건데 그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양파를 자르는 것. 냉동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아무래도 열을 가했을 때 빨리 녹아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식감을 낼 용도보다는 국물 맛을 살리는 용도로 더 좋다. 카레나 짜장, 라면 등에 베이스로 사용할 때 제 맛을 한다. 양파의 크기는 듬성듬성 여섯 등분 정도로 하면 제격.


양파껍질 다시 보기

어여쁜 껍질이 있다. 바삭 말라 얇은 종이 같은데 주황빛에 결이 있어 불빛에 보면 셀로판지 같다. 맨 바깥쪽을 벗겨내고 (간혹 잘 마른 것은 겉부터 쓸만하다) 한꺼플 안 쪽을 모아 잘 말려보자. 그냥 쟁반 같은데 펴두면 하루 이틀 만에 마른다. 워낙 얇은 탓에 겹쳐두지 않는다면 금방 마르는 편이다. 다 말랐다면 냉동고에 넣어 두면 된다.

그럼 어디에 쓸까? 다시마 국물을 낼 때 두 세장 같이 넣어주자. 국물 맛이 더 좋아진다. 간혹 콜레스테롤을 잡아준다 하여 우린 물을 마신다는데 아직 해보진 않았다.




양파응용


스테이크에 곁들일 부추치즈샐러드

양파 응용인데 요리이름에 양파가 없다. 양파는 그런 존재 인듯하다. 하지만 여기에 양파가 안 들어간다면 이 맛이 나질 않을 것이다.

양파는 그날 역할에 따라 크기를 달리 해야 한다. 국물맛을 살리려고 하는 건지 식감을 살리려고 하는 건지에 따라 다르다. 국물 맛 내기 용으로 쓰려는데 좀 크네싶으면 빨리 넣어주면 된다. 알아서 녹아내린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름조차 없는 조연이지만 부추와 함께 아삭하게 씹혀야 맛나다. 그래야 스테이크에 느끼함도 함께 잡아 줄 수 있다. 부추처럼 길쭉한 하돼 살짝 볶아 주자. 살포시 투명해지면 불을 끄자.

해먹당 간편 레시피

재료/

양파 1개, 부추 적당히, 치즈 2장


준비/

1. 부추를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자른다.

2. 양파도 부추처럼 길게 썰어준다.


순서/

1. 양파를 볶는다.

2. 양파가 투명이 되면 부추를 넣는다.

3. 한두 번 뒤적이고 불을 끈다.

4. 접시에 옮긴 후 치즈를 올린다.

5. 치즈가 살짝 녹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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