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마늘 까는 법, 야무진 보관법
어떤 형태든 있으면 이득
마늘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먹었는지 모르고 먹기도 한다. 당최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다. 있는지는 모르지만 없는 건 묘하게 티가 나서 뭔가 빠진 듯 한 맛이 난다. 허전하고 단조롭다.
마늘은 대부분 갈 거나 잘게 빻인 채 양념 속에 쏙 들어간다. 다른 재료들과 어우러져 자신의 맛을 녹여낸다. 필요한 곳에 마늘이 아낌없이 들어간 요리는 깊은 밀도가 느껴진다.
마늘 고르기
간 마늘
사실 한 번도 간 마늘을 사본 적이 없다. 왠지 조금의 수공비를 더 주고 시간을 산 느낌이라 꽤 부유해진 기분이 들 거 같지만 선택은 항상 통마늘이었다. 통으로 사면 먹는 스팩트럼을 넓힐 수 있다. 고기 구울 때 통째로 몇 개 넣어 먹고, 먹기 힘든 닭가슴살에 슬라이스로 구워 넣어 먹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만약 간 마늘을 사려한다면 냉동으로 사는 걸 추천하고 싶다. 색이 빨리 변하니까 냉동에서 냉동으로 가는 게 지속시간을 늘려줄 것이다. 너무 싸게 너무 많이 사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좀 더 괜찮은 걸 살 수 있다.
깐 마늘
깐 마늘은 뽀얗다. 아주 동그랗지도 않고 삐죽 입술을 내민 듯 작지만 자존심이 강해 보인다. 품종에 따라 크게 태어나는 게 있고 작게 태어나는 게 있어서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르다.
흔히 토종마늘이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원래 자라던 것으로 재래종(한지형)이라고 한다. 좀 작은 편이라 조금 더 맵고 그래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통마늘로 파는 것은 알이 좀 더 큰 수입종(난지형)이 더 많다. 알은 크지만 덜 맵다. 대시 보관기간이 좀 짧다. 재래종이든 수입종이든지 일단 여물어야 한다. 크기보다 단단함을 더 신경 써야 한다.
한 접 도전?
제철이 되면 마늘이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맨들맨들하게 하얀 것만 아닌 거친 껍질에 쌓인 것을 만날 수 있다. 땅 위로 삐쭉 올라온 잎사귀는 바람에 연신 낭창이지만 단단하게 뭉친 알알은 어찌나 꽉 땅을 붙잡고 있는지 사람의 힘 만으로 들어 올려내기란 쉽지 않다.
껍질에 쌓여 있어 그 속을 완전히 가늠할 순 없지만 일단 묵직해야 한다. 과하게 크기보다는 알차게 꽉 짜인 느낌의 것이 좋다. 마늘의 알싸한 향까지 난다면 최고! 한 접은 100개, 받는 즉시 아찔해지는 양이지만 100번만큼 싱싱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
마늘 까기
세 가지 경우
마늘을 까야할 때는 세 가지다.
첫 번째 한 접이상 샀을 때. 가장 싱싱할 때다. 사자마자 작업하면 약간의 수분끼가 있어 까는 게 조금 수월하고 정말 예쁜 마늘을 만날 수 있다. 한 번에 까서 저장하려는 큰 꿈을 안고 시작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말동무나 드라마와 함께 해도 하루종일 걸 릴 수 있다.
두 번째 먹기 바로 전. 한 번에 까지 않아도 껍질채 잘 말려 두면 그때그때 쓸 수 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마늘이 필요할 때 한 두 개 가져간다. 껍질은 바짝말라 바스락 소리를 내며 벗겨지면 앙증맞은 마늘 몇톨. 통째 써도 되고, 얼마 되지 않으니 그대로 꽁꽁 찧어 양념에 넣어도 좋다. 왜 굳이 하기 전에 마늘을 바로 까서 쓰는 걸까? 그게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고기 구울 때 바로 까서 한두 개 툭 넣어보자. 맛이 기가 막히다.
세 번째 임박.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는 법. 잘 말리며 먹다가 도 어느 날부터 한 두 개씩 썩은 게 보인다. 너무 오래 두면 안쪽으로 쪼그라들거나 그대로 말라버리기도 한다. 이때는 할 수 없다. 더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다 까야한다.
정리. 사자마자 부담 없을 정도만 깐 다음 저장하고 나머지는 말려가며 필요할 때 까서 먹는다. 그렇게 쓰다가 상태를 봐서 안 되겠다 싶을 때 하루 날을 잡으면 된다. 남은 양이 많지 않으면 날을 잡을 필요도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
마늘 쉽게 까기
잘 마른 마늘은 단단하다. 껍질은 밀착되어 있다. 한 번에 까려 하면 안 된다. 두 번에 나눠서 해보자. 제일 바깥부터 하나씩 벗겨보자. 빨리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훨씬 잘 된다.
Step1 //
겉껍질은 거칠다. 칼로 꼭지 쪽을 쳐내면 딸려온다. 딸려 온 것만 벗겨내면 일 단계는 성공이다. 맑은 물을 한편에 받아 두고 첫 번째 단계를 통과한 마늘을 휙 던져 넣자. 수분이 충족되어 잘 불면 속껍질을 벗기기 좋다.
Step2 //
지금부터 조금 섬세해져야 한다. 속껍질은 꽤 단단하게 표면에 밀착되어 있다. 하지만 그건 물에 들어가기 전 상황. 지금쯤 살살 불어나 있을 거다. 얇은 막을 벗겨내듯 한 톨한 톨 작업하자. 꽤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다 하고 나면 꽤 뿌듯해진다. 애초에 시간이 없어 빨리 할 목적이라면 그냥 깐 걸 사는 게 낫다. 성질 버리고 시간도 버린다.
그래도 있다 껍질!!
그렇게 했는데도 붙어 있다면. 그냥 먹자. 그 정도는 먹어도 된다. 먹다 보면 거슬려서 뱉어 내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방법이 있다. 물에 젖은 마늘 한 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문지르자. 손바닥을 비비듯 사이에 마늘을 두고 비비면 마지막 조각이 빠져나간다.
마늘 보관
냉장
깐 마늘은 통으로 냉장고에 주로 보관한다. 간 것도 가능하다. 일단 얼마간은 괜찮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색이 변하고 물러간다. 가끔은 곰팡이도 생긴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고 키친타월이나 면보로 틈틈이 없애준다면 조금 오래갈 수 도 있겠지만 변화 자체를 막긴 어렵다. 그래도 매번 안 까도 되니 틈틈이 먹기 좋고 보름 정도는 두고 먹어도 괜찮다. 상태가 안 좋아지려는 낌새가 보이면 잽싸게 갈아버리도록 하자.
냉동
깐 마늘은 갈아서 얼리면 좋다. 한두 접 정도 날을 잡고 까서 몽땅 간다음 냉동고에 쟁여 두면 만사가 편하다. 게다가 간 마늘을 예쁘고 편하게 소분하는 방법도 많고 시중에 나온 도구도 다양하다. 도구를 이용하면 조금 더 편할까 싶지만 정작 써본 적은 별로 없다. 일단 냉동고에 얼릴 정도 양이 되려면 마늘 양이 꽤 많아야 하는데 한 번에 마늘을 까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 취향
집집마다 마늘 먹는 스타일이 다르다. 양념에 주로 사용하는 집은 간 것이 주로 필요하니 몽땅 갈아 냉동 보관하면 편하다. 통으로 먹는 굽거나 요리에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면 그때그때 벗겨 쓰거나 조금만 더 까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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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응용
만능 다대기 양념
다대기 양념은 한국 음식계에 양념 끝판왕 정도 아닐까? 과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맛이 고추장보다는 세고 풍미가 깊다. 각종 김치, 오이무침, 무말랭이등에도 이 양념 하나면 가능하고 매콤한 찌개에도 적당량 넣으면 맛이 좋다. 집집마다 생강을 더 넣기도 하고 비율이 조금씩 달라지며 개성이 강한데 자기 취향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
해먹당 간편레시피_다대기 양념
재료/
찹쌀가루, 물, 고춧가루
간 마늘, 설탕, 소금
*비율
찹쌀가루:물:고춧가루= 1:4:4
간 마늘:설탕:소금=1:2:1
준비/
찹쌀풀
1. 물을 끓인다.
2. 찹쌀가루에 끓인 물을 붓는다.
3. 적당한 농도가 될 때가 잘 저어준다.
순서/
1. 간 마늘, 설탕, 소금을 넣는다.
2. 고춧가루를 넣고 한 두 번 뒤적인다.
3. 식힌 찹쌀풀을 두세 번 나눠 붓는다.
4. 적당한 농도가 나올 때까지 잘 저어준다.
*찹쌀풀은 농도를 보면서 넣어주세요. 고춧가루 상태에 따라 물을 많이 먹으면 되직할 수도 있어요. 그럴 땐 물을 더 넣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