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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날로 먹는다고?”

굽고 찌고 생으로 먹기

by 삶은콩깍지


날로 먹는다고?



어린 시절 우리 집에 오는 애호박은 늘 셋 사이를 오갔는데 된장찌개가 되든지 부침개가 되든지 아니면 볶아지든지였다. 그래서인지 나 또한 애호박을 살 때 된장찌개를 해 먹거나 볶을 게 아니면 사지 않았다. 애호박은 아주 목적이 뚜렷한 식재료로써 딱히 더 알아볼 마음도 없고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도 안 해서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애호박 구입



일단 사고 본다?

딱히 고를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애호박은 반듯하다. 비닐에 담겨 쭉 뻗은 자태로 빼곡히 올려진 모습이 다른 채소에 비해 유난히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다. 뭐 고를 필요로 없어 보인다. 아무거나 짚어가도 될 거 같다. 나도 그랬다. 어제까지.

스키니진을 입은 듯한 팽팽함, 투명한 비닐 아래 선명해 보이는 초록의 자태, 신뢰 가는 출처(농장이름 또는 브랜드를 명시해 놓았다)는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삐죽하게 튀어나온 꼭지의 상태가 중요하다. 색이 선명하고 힘 있게 뻗어있나?



누굴 골라야 하나

5월쯤이 되면 혼란의 순간을 맞게 된다. 제철을 맞은 애호박들의 모양이 다양해지면서 선택에 기로에 놓이는 것이다. 둥근 것, 짙은 녹색에 긴 것, 꽤 자유로운 볼륨감을 뽐내는 것도 있다. 인큐애호박에 익숙해졌다면 조금은 낯선 모양 일 수 있다. 하지만 겁먹지 말자. 사실자연에는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 마치 우리처럼 말이다.

자유로운 애호박들은 부드럽다. 인큐애호박이 단단하게 응축된 식감이었던 것에 비해 제철 호박들은 수분이 많아 부드럽고 촉촉하다. 그래서 찌개를 끓이면 더 맛있다. 무침이나 볶음을 해도 좋지만 오래 열을 가하면 부스러진다. 애호박이 녹아내리는 것으로 모양은 좀 없을 수 있지만 이게 은근 단맛이 강해 중독적이다. 단 진한 녹색의 긴 애호박인 쥬키니호박 일명 돼지호박은 은근한 쓴맛이 있으니 요리할 때 참고하자. 이 맛이 좋아 질지 또 누가 알겠는가?



이젠 확인 가능

비닐에 쌓여 알 수 없었던 애호박의 단단한 정도를 제철 애호박을 고를 땐 확인할 수 있다. 꼭지 상태와 같이 꼭 살펴보자. 신경 써서 가져온다 해도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보니 배송 과정에서 표면에 다소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조금 긁힌 정도가 신경 쓰이겠지만 그것 보다 먼저 단단한 정도를 보자. 들어 올렸을 때 묵직하고 손끝에 닿는 느낌이 탄탄해야 한다.




애호박 보관



냉장

사실 한 개, 많으면 두 개 정로라 보관할 게 있나 싶다. 게다가 인큐호박은 자체 포장까지 되어 있는 터라 방치하다시피 두었다가 먹어도 뭐 그다지 변화가 없는 듯하다.

제철 호박은 인큐호박처럼 자체 포장이 없다. 채소칸에 덩그러니 넣어두긴 뭣해서 시장 봐온 까만 비닐봉지째 넣어 둔다. 사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조금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애호박에서 나오는 수분을 대신 흡수해 줄 무언가에 두루룩 말아 두는 것이다. 키친타월이나 신문지, 천 같은 것이면 된다.

그럼 인큐호박은? 정말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 걸까? 이미 비닐에 쌓여 있어 그냥 두어도 왠지 오래 갈듯 하지만 그 안에서 조용히 변화한다. 비닐을 벗기고 제철 호박처럼 보관하면 좋고 아니라면 그래도 7일은 버틴다 하니 믿어 보자.



말리기 vs 냉동

싸지면 욕심이 나게 마련이다. 애호박 맛에 눈을 떠 사재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면 나도 모르게 잔뜩 담아 온다. 두세 개야 가뿐하겠지만 그 이상은 어찌하랴… 방법은 둘, 말리든지 얼리든지. 둘 다 해보자.


얼리기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로 애호박을 자르자. 두께가 일정하면 열을 가했을 때 비슷한 속도로 익어서 편하다. 모양은 맘 대로 하면 된다. 반달 모양이든 깍둑썰기든 편한 대로 하자. 단 두께가 얇을수록 조리했을 때 형태가 남아있긴 어렵다.

얼린 호박들은 아무래도 얼었다 녹는 거라 힘이 없다. 그래도 본연의 맛은 가지고 있어서 찌개나 국물음식에 넣으면 좋다. 식감을 기대하기보다 응축된 맛을 느껴보자.


말리기

적당히 얇게 자르자. 수분이 날아가면 애호박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편이 좋다. 일정한 두께 유지를 위해 채칼로 툭툭 쳐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막 썬 애호박은 물기를 머금고 있어 서로 달라붙는다. 겹치지 않게 한 장 한 장 잘 펴주자.

바람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말리면 가장 좋지만 건조기나 오븐레인지 등 기계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여건이 되는 대로 하자.

바스라 질듯 바짝 말린 호박은 볼품없어 보인다. 모든 게 다 빠져나간 듯 보이지만 사실 다 머금고 있다. 물에 불려 기름에 볶는 순간 쫀득한 식감과 달달함까지 되살아 난다. 기대 이상 일지도.



어느 날 냉장고 안 잊고 있던

애호박을 찾았다면 표면은 미끈거리고 꼭지가 쪼글아들어 흰 곰팡이가 생겨 있을 수 있다. 우선 미끈거리는 건 씻어내고 잘라보자. 딱 봐도 이건 아니구나 싶으면 상관없겠지만 의외로 너무 멀쩡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우선 껍질은 벗겨 내자. 감자 깎는 칼로 벗기면 시원시원하게 벗겨진다. 속은 익을 대로 익어 색이 진하고 익혔을 때 빨리 물러지겠지만 뭐 나쁘지 않다. 냄새가 이상하지 않다면 먹을 수 있다.




애호박 응용


생 애호박 & 닭가슴살 샐러드

애호박을 날로 먹으면 풋내가 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후추와 소금에 살짝 재워두면 짭짭한 맛이 호박 고유의 맛과 만나 새롭다. 애호박 특유의 향이 조금 낯설 수 있겠지만 찌거나 데치거나 할 것 없이 조리가 간단해서 좋다. 애호박을 눕혀 채칼로 쳐낼 때 느낌이 꽤 신선하다. 손은 조심하자. 채칼들이 꽤 날카롭다.


해먹당 간단 레시피

재료/

애호박 1개, 닭가슴살 1팩

허브솔트, 통겨자소스 큰 한 숟가락, 청귤소스 큰 두 숟가락 , 새우가루 작은 한 숟가락


준비 /

애호박 재우기

1. 애호박을 가로면이 길게 눕힌다.

2. 채칼로 윗면부터 쳐나간다.

3. 애호박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손을 조심하자.

4. 얇고 넓적한 애호박 사이사이에 허브솔트를 뿌려주며 켜켜이 쌓는다.

5. 5~10분 기다린다.


순서/

1. 닭가슴살을 전자레인지에 데운다.

_종류마다 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팩을 벗겨내고 뚜껑을 덮어 데우면 좀 더 촉촉하다.

2. 닭가슴은 먹기 좋게 자른다.

3. 애호박은 그대로 써도 좋고 채 썰어 사용해도 좋다. _내 취향에 맞추면 된다.

4. 애호박과 닭가슴살을 버무린다.

5.그 위에 통겨자소스, 청귤소스, 새우가루를 곁들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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