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나는 왜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가 되었을까?
어느 순간 잔병치례도 조금씩 시작됐다. 바로 정리를 한 그 주에 열이 확 오르더니 감기몸살이 심하게 왔다. 의사 선생님이 독감을 의심할 정도의 열이었다. 가게를 하는 동안 그렇게 덥고, 춥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정신없이 바빠도 어디 한 번 크게 아픈 적 없이 가게를 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튼튼하고 (매우 많이)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이번 감기가 참 독하구나 하며 그냥 전처럼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감기는 병원에 갔다 온 후로도 2주가 지나 겨우 나았는데, 그 뒤로 여전히 몸은 축 쳐지고 피곤하고 자도 자도 졸리기만 했다.
감기가 낫자 다음엔 귀가 붓다가 그 아래 목까지 부어 병원에 가서 약을 먹었고, 입술은 약을 발라도 수백 개의 모래 알갱이가 붙은 것처럼 까칠어져 입술을 움직이고 건드리지도 못해 고통의 날을 보냈다. 그 뒤 어느 날은 다리 전체에 두드러기가 붉게 잔뜩 올라와 샤워를 했더니 뜨거운 열에 더 위로 번져나가 피부과를 갔다 오기도 했다.
몇 달 사이 잘잘한 병 치례가 계속되었는데 그때까지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별 이상한 증상을 다 겪네?라고 지나가는 해프닝 정도로만 생각했고, 항상 건강했던 내 몸이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동안 왕성한 식욕으로 너무나 잘 먹었고, 집에서 쉬는 날은 너무나 많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