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나를 위한 행복
찰칵, 찰칵, 잠 깐 만!! 필터 한 번만 더 바꿔 찍고 먹자.
근사한 곳을 가고, 예쁜 것을 먹고, 그럴싸한 일이 생길 때마다 무조건 핸드폰을 들었다. 각도를 바꿔가며 포커스를 맞추고 필터를 돌려가며 분위기에 맞는 모드로 사진을 몇십 장씩 찍고, 집에 돌아오는 길부터 사진 고르기를 시작한다. 카톡 프사 거리를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골라 티가 안 나게 적당히 보정을 하고 일정한 텀을 둬가며 신중히 바꾸고 남아있는 저장 목록을 보며 흐뭇해했다. 누군가 내 카톡을 보고 ‘삼각이는 잘 살고 있구나, 즐겁게 사는구나' 라며 생각할 걸 상상하니 우쭐하고 오늘의 나들이가 만족스러웠다.
사진만 보면 지금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았고, 예뻐 보이게 박제되어 있는 카톡 프로필의 내가 진짜 나인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힘든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내가 불행해 보일까 봐, 못나 보일까 봐 최대한 잘된 일만 말하고 사소한 고민은 별거 아닌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열심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한 노동의 피로에 나오면서부터 지쳤고, 만난 지 한두 시간이 지나면 내 본모습이 들통날까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기 바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는 행복해야만 했다. 행복해 보이고 행복해져야 해서, 눈에 바로 보이는 성과를 내려고 발악을 했다. 그런데 남에게 보이기 위해 잘되고 행복해지는 것이 정말 행복한 걸까?
집으로 돌아와 어두운 방에 누우면 크고 어두운 감정이 미친 듯 덤비며 나를 더 비참하게 했다.
잠 못 드는 새벽. 체한 듯 일어나 토해내듯 일기를 썼다.
"이제 나를 위해 살게.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살아볼게. 살아낸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게. 다시 이 일기장을 폈을 때, 네가 이 편지를 읽고 과거의 나에게 고마워할 수 있게 내가 원하는 삶으로 어디 한번 버텨볼게."
이제는 내 행복은 오직 나를 위한 행복이고 싶다. 오직 나를 위해 행복해지고 싶다.
종종 살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그런 어느 날이 있어요.
그런 날들의 소소한 단편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