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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Feb 03. 2018

04. 영선재

han-ok

A. 04


youngseonjae





상량문을 읽다.


상량식이 있는 날 건축주는 다음과 같이 직접 쓴 상량문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차분히 읽어 내려갔고, 

나의 마음속에는 영선재를 설계해 나갔던 시간들이 촉촉하게 되살아났다.


“ 이제 돌아보니 저희 부부가 20년 전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집들이 대부분 산과 인접한 곳이었습니다. 다시금 2014년 10월 북한산 풍경에 이끌려 우연히 한옥마을을 접하고, 덜컥 계약부터 하였습니다. 

한옥을 잘 짓고 살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면서 공부도 하게 되었고, 점점 한옥의 아름다움과 북한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천운으로 훌륭한 삼간일목과 서울한옥과 인연이 이어져 이제 정월대보름 상량식을 합니다. 

은평은 저희 부부가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음의 고향이며, 결혼 20주년을 맞고 다시 돌아온 귀향입니다. 

이제 큰 딸과 아들이 함께 살게 될 집이 기둥이 서고 마룻대를 올리게 되니 꿈만 같습니다. (중략) 

이 집은 저희 부부의 이름 글자를 따서 영선재(榮宣齋)라 짓고, 영선재에 모이는 모든 복과 영화가 주변에 베풀어지는 너그러운 집이 되길 바랍니다.” 





2층 한옥을 그리다.



은평 한옥마을은 북한산 자락에 조성된 서울시내의 유일한 한옥마을 주택단지로 필지가 조성되었고, 

2층 한옥이 허용된 곳이라. 대부분의 한옥들이 2층으로 지어지고 있다. 

영선재는 건축주가 요구하는 공간들과, 생활들에 관한 많은 논의를 이어갔고, 복층 한옥에 대한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숙제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주어진 예산과 땅의 크기를 고려해, 1,2층 바닥면적을 합해서 30평으로 계획된 영선재는 생활에 필요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마치 협소 주택을 짓 듯 짜임새 있는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부부와 자녀들의 방이 위치한 1층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안마당과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였고, 

한옥의 연등 천정과 구조를 그대로 노출시킨 2층에 거실과 주방 그리고 다용도 손님방을 두어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는 한옥의 구조미를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멀리 북한산을 조망할 수 있는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였다. 

거실과 주방이 1층에 위치한 일반적인 구성과는 조금 색다른 공간 구성을 지닌 영선재는 

2층 한옥이 지닌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밀도 있게 활용하면서도 한옥 고유의 공간미와 구조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계획되었다.












맑은 향기가 가족의 삶에 은은하게 스며들기를...


은평 한옥마을은 한 채 두 채  한옥들이 늘어가면서, 또 군집되어가면서 2층 한옥들이 늘어선 

새로운 풍경의 마을로 탄생되고 있다. 

도심형 1층 한옥이 하늘이 열린 아늑한 마당을 품으며 모든 공간이 중정의 마당과 연결되어있다면,

2층 한옥의 경우는 좀 더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면서, 2층이라는 수직적 공간의 연결성과 높이가 지닌 

새로운 특성으로 인해 멀리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과 효율적인 공간 확장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옥의 공간과 아름다음을 기본으로 생활에 적합한 밀도와 기능을 수용해나가는 한옥의 모습에서 

다소 생경한 풍경과 공간 구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또 하나의 숙제와 가능성을 엿본다. 

작은 필지에서 생활에 필요한 공간을 수직적으로 풀어내면서, 한옥 고유의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지어진 영선재가 한옥의 생활을 택한 건축주의 용기에 적절히 부응해 나가며,

한옥 생활이 피워내는 맑은 향기가 가족의 삶에 은은하게 스며들기를 희망한다.












2018.02.03 sgim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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