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shine State
중학교 시절, 교실 창밖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었다.
요즘과는 다르게 수업이 끝나면 항상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하던 그 시절. 뉴스에서 본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이라는 물질에 대해 알고 있었다. 청소시간쯤 항상 활활 태워지던 쓰레기를 보며 다이옥신을 들이마시고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국민학교 4학년쯤이던가. 등교 준비 중에 날씨가 궁금하면 전화기를 들고 131번을 눌렀다. 기계음성으로 재생되어 들리던 오늘의 날씨는 맑은지, 흐린 지, 비가 오는지, 최고기온은 몇 도인지 따위를 읊어줬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열흘 치 예보, 15분 단위 초단기 예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미세먼지 항목이 추가되었는데 시간 단위로 보여주는 동네별 수치와 전 세계의 대기질까지 볼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날씨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13년 전이다. 그날은 낮동안 공기가 안 좋았는데 저녁이 되니 시야가 또렷해졌고 미세먼지가 물러갔다는 판단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남편 퇴근 마중을 나갔다. 그렇게 지금까지 내 눈은 미세먼지 측정기 역할을 한다. 실시간 데이터라고 제공되는 것들도 1시간 전 값을 평균화한 것이고 측정소는 거점으로 운영되니 오차는 항상 존재한다. 지금은 베란다에서 멀리 내다보이는 고층 건물을 기준점 삼아 관측을 한다. 눈으로 측정을 하고 포털사이트의 미세먼지 지도와 풍향 정보를 참고한 내 직관은 틀린 적이 별로 없다.
공기청정기를 처음 마련 한 것은 10년이 훌쩍 넘었다. 먼지만 걸러주는 필터역할이 대부분인 것들이 많은데 난 특별한 것을 찾고 있었다. 우주선에서 쓰이는 기술이 적용된 '번개'의 원리로 공기를 정화한다는 제품 설명에 마음을 뺏겨 당시 50만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썼다. 몇 년을 사용하다가 UV를 사용하는 제품 구조 특성상 오존이 실내에 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 궁극에 가까운 제품은 없나 궁금했다. 친구집에 갔던 날 본 스위스 제품. 꽤나 큰 덩치의 그것은 재벌기업 총수가 집안 공기를 하와이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쓰는 유명한 공기청정기였다. 폼알데하이드 같은 VOC와 바이러스까지 걸러낸다는 그것. 지금 우리 집 거실에 두고 몇 년째 사용 중이다. 내장된 필터가 고가의 소모품인데 그것을 아끼느라 필요할 때에만 전원을 켠다.
집에 들이는 가전제품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 그중에서도 제습기, 가습기, 공기청정기, 에어컨은 쾌적한 공기를 만들고픈 인간의 투쟁의 결과물이다. 이런 것들이 필요 없는 완벽한 기후를 가진 도시는 어디일까. 브리즈번.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온화한 날씨와 맑은 공기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볕에 빨래를 너는 일상을 잠깐 상상해 본다.
건조기는 이제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나 역시 7년째 사용 중인데 작년부터 이 건조기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 시작은 귀찮음이었다. 필터 먼지 비우기, 주기적으로 먼지필터 물세척하기, 콘덴서에 낀 먼지 청소하기. 이걸 참고 써야 하나. 독일 브랜드 건조기는 좀 다른 방식이라길래 깊이 파봤지만 역시나 제습방식의 한계는 같았다.
건조기를 치우고 그 자리에 크고 튼튼한 건조대를 놓을 생각이다.
빨래터에서 방망이를 두드릴 순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