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그렇다

신발 박스에 담긴 인간

by Sam Giller



성격유형 검사. 16가지로 분류되는 알파벳 4개의 조합.


소셜미디어 스크롤 중에 뜬 광고. 16개 유형을 더 세밀하게 쪼갰다는 새로운 테스트.

로또 번호라도 고르듯이 신중하게 답변을 선택한 뒤 검사결과보기를 눌렀다.

'only $0.99'가 나타나고 "에라이." 하고는 브라우저 닫음.









페르소나를 프로파일링 하는 성격검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배경을 파헤치고 오늘날의 시사점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Carl Jung의 말이 나온다. "가장 큰 위험은 인간이고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


성격유형 검사의 창시자로 알려진 Myers-Briggs 모녀. 딸 이자벨이 테스트를 만든 건 2차 대전 직후였다.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던 시기에 효율적인 인적자원 관리의 도구로 사용될 거라는 믿음에서 시작됐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옥스퍼드 대학교 영어과 교수이며 <성격을 팝니다>의 저자인 Merve Emre. 그녀는 대학을 갓 졸업 후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고 업무의 첫 관문으로 성격유형검사를 받았다. 미래에 자신이 그 회사의 CEO가 될 수도 있다는 검사결과를 받았지만 자신이 컨설턴트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성격유형검사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Myers-Briggs 모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주 단순한 작업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조사하던 중에 이자벨이 추리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쉽게 찾은 첫 번째 소설과 달리 두 번째로 쓴 추리소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렵게 두 번째 소설을 찾아냈고 왜 그토록 숨기려 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지적인 신여성의 이미지와 달리 그녀의 내면에는 인종주의가 깊게 뿌리 박혀 있던 것이다.






뉴욕 시의 Hope 프로그램을 이끄는 강사와 수강생들. 구직 지원 과정에서 거쳐야하는 인성 테스트의 의도를 이해하고 현명하게 답하는 훈련을 한다. 그들은 전과가 있거나, 피부색이 어둡거나, 장애가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실수하기를 바라는 고용주와 어떠한 실수도 해선 안 되는 그들.



Kyle이라는 남성이 등장한다. 약국에서 일하고 싶었던 그는 온라인으로 지원하라는 얘길 듣고 지원서를 작성했다. 인성테스트 결과에 따라서 불합격 처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는 자신이 구제불능인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던 그.

결국 스스로 29년의 삶을 마감했다.



영상 면접 프로그램을 만드는 한 회사. 얼굴의 미세한 근육, 눈빛, 목소리의 떨림까지 잡아내는 예리한 분석. 그것은 편견이 내재된 시스템과 알고리즘으로 사람을 걸러낸다. 면접위원 한 명의 편협한 시각은 기껏해야 수백 명의 탈락자를 만들지만 시스템은 영구적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하층민을 제조한다.



다큐멘터리 [페르소나: 성격 검사의 어두운 진실]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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