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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Feb 22. 2021

'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서점 여행자의 노트 - 김윤아


북저널리즘 출판사의 책은 읽기가 부담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아무 서점에서나 슥 집어와도 들고 오기에 부담이 없는 사이즈라 근처 서점에 들렀다가 마음에 드는 제목으로 골라왔다. (가격은 책 두께와 비례하지 않는 것이 함정이다.) 언젠가 전 세계의 도서관에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눈에 띄지 않을 제목이 아니었다. 가볍게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얇은 책을 골라왔다.




서점을 여행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긴 대형 서점은 별다른 특색 없이 베스트셀러와 팔릴 만한 책들을 눈에 띄는 공간에 전시해놓고, 대형 서점인만큼 책이 많아 분류된 카테고리 별로 책을 진열해 놓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독립 서점이나 중고책들을 잔뜩 늘어놓은 고서점들은 딱 정해져 있는 분류법이라는 것이 없다. 서점 주인의 취향이나 서점에서 다루는 특정 주제들에 맞춰서 진열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서점 주인의 안목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런 서점을 여행하는 것도 꽤 매력적일 것이다.


저자는 파리와 뉴욕, 런던에 있는 서점을 다니면서 각기 다른 독립 서점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전개는 대화 / 연대 / 발견 /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묶어서 키워드에 맞는 서점들을 소개한다. 도시별로 소개하기보다는 이런 전개를 통해서 독립 서점이 해당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만큼 유서가 깊고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서점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다음 여행자를 위해서 지역별로 한 번쯤 정리해주는 것도 좋아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지역별로 분류된 정보는 없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서점이 지나치게 유명한 도시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점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언어가 어느 정도는 능숙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을 표현하고 있는데, 큰 도시들 외에 작은 도시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서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히 아쉬워하고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 같다. '책'이라는 주제 자체에 깊이 생각하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권해보고 싶다. 역사적으로도 특정 서점이 탄압을 받거나 어려움을 겪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책을 보존하고 다루는지 등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책의 사회적 의미와 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책을 보는 '안목이 높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책에 대한 안목이 높은 직원이나 상인을 엄격한 과정을 통해서 선발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독서라는 행위에는 의미가 있지만, 모든 책이 같은 가치를 가진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읽는 사람에게 맞는 책이자 다른 책 보다 더 나은 책을 선별하는 능력은 어떤 것일까. 나로서는 만난 분들 중에 몇몇 조예가 깊은 분들이 떠오르는 동시에, 나 자신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만 어렴풋이 해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사회에 더 많은 '책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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