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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Apr 19. 2021

회계와 역사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회계와 역사에 관한 책을 연달아 읽었다.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를 먼저 읽고 그 이후에 추천을 받아서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를 읽었는데, 두 책이 비슷한 내용을 비슷한 순서로 이야기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구성이 달라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두 책 모두 회계가 생겨난 시기와 장소에 따라서 시간 별로 설명해준다. 차이가 있다면,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는 회계를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에게 더 친근한 설명을 해준다는 것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많다는 것이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좀 더 무겁게 다가가는데, 회계가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회계의 각 시대 별로 '책임성'이 어떻게 변해왔고 현재에는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로 마무리 된다. 이렇듯 두 책의 예상 독자는 조금 다르고, 같은 회계와 역사를 다루더라도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가 다르다.



나는 먼저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를 읽었다. 회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 책을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아래와 같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그림들이 들어가있고, 세계사를 통틀어 알만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통해서 좀 더 회계를 친근하게 느끼게 도와주었다. 특히 회계에 대한 이야기로 빼놓을 수 없는 미국의 개척시대와 그 이후 발전 과정에 대한 역사는 이 책이 좀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명화를 여러 장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회계의 역사와 관련된 명화들인데 시대 별로 회계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와 회계사의 위상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본문을 따라 읽어가면서 시대에 맞춰 앞의 명화들을 이야기하는데, 그 때마다 그림들을 떠올리면서 더 자세히 시대상을 느낄 수 있었다.




회계가 생겨나게 된 배경은 두 책 모두 르네상스 시기의 베네치아로 시작한다. 메디치 가의 번영과 베네치아가 상업의 중심지가 된 이유 모두 회계 관리가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상업의 중심지가 스페인, 네덜란드로 변하면서 회계 역시 어떻게 다루어졌나를 설명하고, 영국을 거쳐서 마지막에는 개척 시대 이후부터 현대의 미국까지를 다룬다.


그 동안 상업 도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다가 회계라는 관점에서 세계사를 살펴보니 좀 더 자세히 알게된 것 같다. 특히 회계사가 회계를 정확하고 부지런하게 기록하도록 책임성과 싸워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컴퓨터가 없는 시대에는 기록 자체만으로도 무척 부지런해야 할 수 있을텐데 거기에 큰 돈을 보면서도 부정한 일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유혹을 참는 것은 회계사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것은 일반 가계부와 근대 국가까지의 국가 재무를 비슷한 원리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자세히 회계적으로 어떻게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식 부기의 원리로 크고 작은 회계 관리가 된다는 점이 신기했다. 


또한 두 책 모두 공통적으로 회계가 투명하고 잘 관리되는 시대에는 상업이 번성했지만, 회계에 부정한 일이 많아지고 잘 관리되지 않으면 몰락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시나 해서 참고 문헌을 찾아보니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의 참고문헌으로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가 들어있었다. 그렇다고 이 책만 참고한 것이 아니라 많은 참고 문헌이 있으니 절대적으로 다른 저자의 생각을 옮겨왔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상업의 중심지가 바뀐 것은 다른 역사적 이유도 있지만 회계 관리도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의 회계사에 대한 이미지와 회계 관리는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에 와서 매우 복잡해진 경제 요소들 때문에 회계 관리는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최근에 일어난 엔론 사태 등 회계 부정 사건이 많아지면서 회계사에 대한 이미지는 추락했다고 한다. 동시에 회계 관리에 부정이 많아졌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 점을 경계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책을 마친다.


회계라는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세계사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본다. 하지만 회계에 대한 작은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즐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긴 했다. 잘 모르는 용어도 나오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내용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회계에 지식을 가지신 분이 읽으면 어땠을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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