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김 Apr 29. 2021

책이 사고 싶어 지는 책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 이수은


책을 소개하는 책은 읽으면 책을 더 지르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고전을 소개하는 책들은 대부분 그렇게 재밌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재미있다. '자존감이 무너진 날'에 읽는 책, '남 욕이 하고 싶을 때' 읽는 책과 같이 고전을 소개하는 책 치고는 분류부터 재미있다. 이름만 들어봤을 뿐 어떤 내용인지 몰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도 이 책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된다. 책에 대한 책 중 이 책은 문체부터 재미있고 책을 사고 싶어 지게 만든다.



사실은 책 표지가 화려한 책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견이 있다. 이 책도 가벼운 내용이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재기 발랄한 묵직함에 깜짝 놀랐다. 책에 대한 책이 이렇게 가슴을 뜨끔하게 하고 소장 욕구에 불을 지필 수 있는지 몰랐다. 양장에 예쁜 일러스트가 들어갈만한 다시 말해 표지 값을 하는 책이었다.


"명절에 책 읽는 인간"이라는 장에서는 이런 문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명절에 독서라니, 왠 팔자 좋은 소리냐고 타박하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등 명절에 책을 읽을 사람이 들을 법한 소리를 적어놓았다. 이런 말들이 속을 시원하게 해 주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에도 몰입하게 되는 맛이 있었다.


그렇다고 고전에 인문 고전만 들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학과 물리학에 관한 책이 등장했을 때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저자의 내공이 넓고 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인문 고전에 대해서 즐겁게 설명하려면 그만한 내공이 필요하게 마련인데 저자는 그런 일들을 손쉽게 해내는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 소개에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20년 간 일해왔다고 한다. 직업적으로 다양한 책을 읽게 된다고 하는데, 직업적 이유에서든 개인적 이유에서든 저자가 다양한 책을 접해오면서 쌓은 지식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낸 또 다른 책인 <숙련자를 위한 고전 노트>도 있다는데 한 번 사서 읽고 싶어 졌다. 저자는 특히 고전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 책으로 고전을 읽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만 아쉬운 점은 깊이 있는 소개보다는 상황별로 소개하는 것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인데, 아주 깊은 소개를 받고 싶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다. 소개하는 책에 대한 깊은 내용은 약간 생략되어 있는 편이다. 아마도 깊이 소개하기에는 소개할 책이 너무 많아서 일 수도 있고, 책 자체보다는 책을 읽는 상황에 조금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싶어서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면 소개하는 책을 직접 읽어보거나 다른 책들을 참고하는 편이 나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첨언을 하자면 "싸우러 가기 전에 읽어둘 책"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 있는데, 이 책은 꽤 두꺼운 책이다. 싸우러 가기 전에 읽을만한 이성도 없을뿐더러 두께상 무기로 쓰기에 더 적합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휴가를 다녀온 듯한 소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