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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Dec 26. 2021

평범한 삶이 키워낸 히틀러

어느 독일인의 삶 - 브룬힐데 폼젤

악은 있어요. 악마도 있어요.
신은 없지만 악마는 있어요.
정의는 없어요. 정의 같은 건 없어요.


제목에서 말하는 "어느 독일인"이란 나치의 수장 중의 하나인 괴벨스의 비서로 일했던 저자 브룬힐데 폼젤을 가리킨다. 어느 독립 서점에 갔다가 제목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당장 질렀다. 나치 밑에서 일을 했던 폼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일을 했는지, 끔찍했던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등이 실려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척 좋은 책이었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전쟁을 겪은 폼젤이 이야기하는 세상은 위에서 인용한 말 그대로이다. 폼젤은 히틀러가 빠른 시간 안에 쉽게 정권을 잡은 사실과 끔찍했던 유대인 학살이 일어났던 방식과 독일 국민들이 그 모든 것에 그렇게 쉽게 동조했다는 사실에 대해 저렇게 촌평한다. 악은 있지만, 신은 없다고.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믿었던 정의같은 것은 없다고.


폼젤과 같은 평범한 독일인은 하루 하루를 평범한 일상으로 버텨냈다. 그 평범했던 일상은 히틀러를 키워내고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사람들을 단순히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살했다. 폼젤은 그 일상에 대해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단순히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 어떻게 책임질 일이 되냐고. 하지만 책에서 드러나는 그 일상에는 정치적 무관심이 도사리고 있었다. 히틀러를 키워낸 원인은 바로 평범한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대중이라고 생각해요. 
숙고하고 비판하는 일에는 좀 게으르고 나태하다는 말이죠.
사람들은 배만 부르면 그만이에요.
그래서 정치판에 누군가 나타나 자신들의 걱정을 일부라도 해결해주면 만족해해요.
그러지 못하면요? 그 다음은 아무도 모르죠!


폼젤이 말하는대로 대중은 파시즘의 등장과 홀로코스트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 그저 당장의 실업 문제를 해결해주고 배고프지 않게 해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이었다. 그 댓가로 독일 국민들은 전쟁을 치뤄야했고 참혹했던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엮은이 토레 D. 한젠은 말한다. 대안 우파의 등장과 극단적 포퓰리스트가 그 대표적인 예시인데, 이들은 파시즘이나 다름없는 구호를 외치고 차별을 원하며 때로는 폭력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만약 우리가 폼젤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비판없이 내버려둔다면 언제든지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책이 나온 2018년 당시 트럼프가 당선되고 브렉시트가 실현되는 등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한젠은 이 사실이 시사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폼젤의 삶은 누구나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치가 등장했을 때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폼젤이 했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엄중하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폼젤과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나치에 저항하고 그들을 막을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어느 독일인의 삶>을 읽으며 누구에게나 나치를 지지할 수 있는 악마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폼젤이 처한 상황을 상상해볼수록 정말 신은 없고 악마는 있는 세상에 공감하게 된다. 단지 삶에 얽매이는 개인에게 있어서 무엇이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부분을 필사했다. 너무나 주옥같은 문장이 많이 있었고, 문장마다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를 울리기 때문이었다. 폼젤의 말을 통해서 우리를 휩싸는 거대한 '악의 평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러 번 읽으면서 곱씹을만한 내용도 있었다. 여러모로 울림이 많았고 오랫동안 보관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을 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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