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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과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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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Jan 22. 2022

책이 집에 가득하면 생기는 고민

못말리는 장서가들

집값이라는 건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이 마련하기 어렵다. 그런고로 나도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세로도 마련할 수 있는 집의 넓이는 한정되어 있다. 이렇게 사람이 들어가서 살 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마당이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집을 책으로 채우고 있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건만 벌써 집은 포화상태다. 책장 하나를 들이느냐 마느냐로 심각하게 고민을 할만큼 집은 이미 책으로 가득 차있다. 이쯤되면 책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문제가 되어버린다.


돈이라도 많았으면 만족할만한 크기의 서재라도 하나 만들었으련만, 그러기는커녕 내 몸 하나 누일 집도 못 사는 마당에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책을 사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하는 사람인걸. 책 읽는 인구는 나날이 줄어간다니 이 글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래도 책을 아주 많이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나 따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만큼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꽤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런 분들은 내가 하는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책이 계속 증식한다는 말이 얼마나 맞는 말인지 아는 분들은 알 것이다.


심한 집에서는 화장실에도 책을 둔다는 말을 들었다. 집 통로마다 책이 쌓여있고 부엌이며 방이며 온통 책이 점령한 집도 있다는데 도시 전설 같지만 그래도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책이 마음먹고 증식한다면야 집 하나 정도는 그냥 잡아먹힐 수 있으니까. 그런 집은 이사를 한 번 하려고 해도 난리가 난다. 몇 박스 씩 책이 나와서 책 박스만 이삿짐 대부분을 차지해버린다. 그 정도면 이삿짐 업체에서 견적을 따로 내야한다. 책 짐이 워낙 무거워야지. 그 책을 포장하는 것도 일이지만 다시 풀고 정리하려면 그것도 일이다. 


뭐, 대안책이 없는 건 아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괜히 책이 증식한다는 말이 있겠는가. 책을 사놓고도 쌓아만 놓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도서관이 영 안 맞는 사람이 있다. 이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츤도쿠(책을 쌓아놓기만 하고 읽지 않는 행위)가 꽤 있다. 책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읽고 싶다고 생각한 것만으로도 책을 구입하는 습관이 있어서 책이 늘어만 간다. 결국 그런 사람들은 집이 책으로 미어 터질 때 즈음이 되면 눈물을 머금고 중고서점에 책을 팔기도 한다.


요즘에는 전자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소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책은 종이책으로 소유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중에는 종이책도 전자책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요즘에는 전자책이 함께 발간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절판이 된 책 중에는 종이책으로밖에 구할 수 없는 책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답이 없다. 


나는 책을 어느 정도 팔다가 도저히 답이 없어서 천천히 전자책으로 바꿔나가는 중이다. 신간은 되도록이면 전자책으로 사고 세계문학전집이나 중요한 책만 종이책으로 구입한다. 그러고보면 나도 어느 정도 책 증식에 시달리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부동산이 없는 한 장서가가 되기는 틀린 게 아닌가 싶다. 언젠가 멋지고 넓은 서재라도 들이면 좋으련만 지금처럼 벌어서는 한도 끝도 없어 보인다. 지금은 그저 끝도 없이 늘어가는 책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Photo by Iñaki del Olm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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