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_<일상, 전시가 되다> @후암동, [순수박물관]
무겁고 힘들었던 삶의 부분을 이렇게 내어 보이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리가 접하는 타인의 삶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삶의 부분을 접할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자신의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을 이렇게 전시로 엮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잘 가늠되지 않았다. 우리 각자의 회사생활은 거지 같고 비상식적이고 거지 같은 면면이 쌓인다. 남보다 더 빨리 더 높게 승진하고 싶지 않더라도, 회사원은 필연적 부당함을 맞닥뜨린다. 하물며 본인의 더 큰 욕망이 회사에 있다면, 그 자신은 얼마나 많은 위선과 부당함을 묵과하고 견뎌야 했을까? 그리고 그러한 욕심은 더 소중한 것을 잃어야 깨닫나 보다. 예를 들면 가족, 건강, 마음 같은 공기같이 주변에 있지만 잘 와닿지 않는 것.
1시간 30분 정도의 전시를 보는 한 걸음, 한 걸음, 이런 상황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다. 어떤 순간은 끔찍하고, 어떤 순간은 혼란스럽고, 어떤 순간은 슬프다. 잘 엮인 소설 한 권을 눈으로 보는 느낌으로 생각을 하며 나아가게 된다. 전시는 시각과 청각이 모두 정성스레 준비된 느낌이다.
전시를 다 보고는 눈물이 찔끔 났다. 마침, 같은 고민을 안고 있어서인지 모든 공간의 한 발짝 한 발짝이 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인 듯 생각이 많아졌다. 처음 박물관에 들어서서 만난 관장님과, 전시를 다 보고 난 후의 관장님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다음 일정이 있어 아주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그래도 평일 혼자 오롯이 박물관 전체를 누리고, 생각할 거리를 잔뜩 안고 떠날 수 있었다.
나의 일상이 전시가 된다면, 나는 어떠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을까? 15년 이상을 한 회사에 다니며, 내가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그 안에서 저렇게 장면 장면으로 만들어 같이 고민할 시간을 갖고 싶게 한 사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 한순간 한 순간은 참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시간이 지나니 상처도 기억도 흐릿해져서 뿌옇게 남는다. 어떤 기억은 잊기 위해 기도했고, 어떤 것은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모든 것의 경계가 희미해져서, 다른 사람의 일상으로만 겨우 기억을 이어가게 된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생각이 많고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 찾아가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