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은 영웅일까 도망자일까?

독서_ [사자왕 형제의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창비

by SAM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해야 하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

가끔 너무나 확고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의 세상은 온통 자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절어있는 것 같은데, 왜 아직도 누군가는 어떤 것에 신념이 있을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도저히 흉내내기 어려운 일이다.

취향이나 덕질이라는 것이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더 큰돈을 포기하거나,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물질과 체력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것을 기쁨으로 삶을 살아간다. 숫자적으로는 아무것도 플러스가 없으나, 전체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은 언제나 신비롭다.


사자왕 각자의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동생 칼의 신념은 '형'이었다. 언제나 반짝거리던 형은 무엇이든 잘할 것 같았고, 그런 형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수도 있다. 이 것은 비단 형이 본인의 목숨을 구해주어서만은 아니라, 형처럼 되고 싶다는 동경의 마음일 것이라. 그렇다면 형 요나탄의 신념은 무엇일까? 적이라고 해도 무엇 하나 죽는 것을 그저 바라보는 것도, 죽일 수도 없는 형은 전체를 살리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더군다나 낭길열라는 사후의 세계. 왜 굳이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내가 빌려읽은건 이 표지였다 :)


하지만 신념이 있어 그 누구도 죽이지 못하고, 모험을 자청했던 요나탄도 견딜 수 없는 게 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장애인인 채로 살아가는 것. 그는 결국 동생에게 부탁해 함께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선택을 해버렸다.


사후세계인 낭길열라도 결국은 인간세계라서 누군가는 배신을 하고,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행복만 있을 것 같은 낭길열라도 결국 또 다른 사후세계가 있어 그들은 결국 낭길리마로 떠난다. 낭길리마는 정말 최종의 세계일까?


갑자기 '인셉션'이 생각났다. 결국 우리는 끝도 없는 이후의 세계를 기대하며 계속 현생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현생을 잘 살기위해 계속 꿈에 꿈으로 들어가서 해결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현실을 도피하며 계속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인지. 이 것은 매번 다음번을 기약하며 실행하지 못하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동화의 포커스는 사람답게 살 고 싶어서 싸우는 사자왕일까, 비참한 현생을 피해 계속 다른 세계로 도망치는 사자왕일까?


2010년 개봉했을 땐 보다가 잠들었던 것 같은데...? 너무 재밌다!




나는 무엇 때문에 요나탄 형이 그처럼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기사의 농장 벽난로 앞에 앉아 편안히 살면 안 될 까닭이 뭐란 말입니까? 그러나 형은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째서 그래?"

내가 다그쳤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p.85, <6. 들장미 골짜기로>)



"형, 비겁한 페르크를 왜 살려 줬어? 그게 잘한 일이었을까?"

"그게 잘한 일인지 아닌지는 나도 몰라. 어쨌든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인데, 만일 그걸 하지 않으면 쓰레기처럼 하잘것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 내가 전에도 말했지?"

"그렇지만 형이 바로 사자왕이란 걸 페르크가 알아차렸더라면 어쩔 뻔했어? 그가 형을 붙잡아 갔을 게 뻔하잖아."

"글쎄, 그랬더라면 텡일의 부하들은 쓰레기가 아닌 사장왕 요나탄을 잡아간 셈이었겠지."

(p.230, <12. 아, 카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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