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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너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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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스 Engels Feb 12. 2019

‘너 인마!’

너 어떤 인간까지 마안나 봤니?

 

엔젤스(Engels)   


마르크스는 말했다.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보다 진리에 더욱 가까이 가 있다”고. 이는 마르크스가 없는 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 아니다. 또 프롤레타리아가 부르주아보다 똑똑해서도, 더욱 잘 나서도 아니다. 단지 피지배계급은 지배계급보다 ‘눈치’가 많기 때문이다.

  가진 사람은 거리낄 게 없다. 자기가 원하는 것은 남들보다 쉽게 이룬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힘들이지 않고 살 수 있으며, 하고픈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쉽게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나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이것저것 재야  할 게 많다. 이걸 하려면 다른 걸 포기해야 하고, 저걸 얻으려면 또 다른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그러면서 느는 것은 눈치요,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다. 마치 형제·자매가 많은 집안의 셋째, 넷째가 그렇듯 살아남기 위해선 잔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물론 못 가진 사람의 장점도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 프롤레타리아는 부르주아가 겪지 않은(굳이 경험할 필요는 없지만) 세상의 다양한 이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사람 보는 안목도 생기고, 이들을 다루는 노하우도 터득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다. 비교적 쉽게 이런 능력을 깨달은 사람이 있는 반면, 회사에서 은퇴할 무렵까지 ‘착한 사람’이란 간판을 달고 사실상 ‘호구 짓’만 하다 끝나는 사람도 있다. 평범한 우리들 대부분은 대충 그 가운데쯤 위치한다. 눈치 있는 호구랄까.

[사진 픽사베이]

  ‘너인마’는 그런 대다수를 위한 이야기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관찰의 기록이다. 상위 1%의 금수저로 태어나 본의 아니게 99%의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 개천에서 용이 돼 거머리처럼 흙수저의 피를 빨아먹는 인간. 이들이 옳고 그르다 판단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건 우리를 힘들고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된다”고 했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깊이 살펴보기 때문”이다. 나다니엘 호손은 “오랫동안 꿈을 그린 자는 그 꿈을 닮아간다”고 했다. 그가 쓴 소설 속 주인공 어니스트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큰 바위 얼굴이 됐다.


  나는 지난 삶의 시간 동안 개천에서 태어나 용이 되고 싶어 처절한 사투를 벌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용의 먼발치에서 그가 흘린 콩고물이나 주워 먹는 ‘미생’일 뿐이다. 그러면서 나 또한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청춘의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꼰대가 돼가고 있었다.

[사진 픽사베이]

  내가 10대일 때는 서태지가 “전국 수백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주입한다”며 비판할 때 그와 정반대로 갔다. 누구보다 앞장서 교과서와 참고서 속 지식을 붕어빵처럼 머리에 집어넣었다. “청춘을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는 버나드 쇼의 말처럼 청춘이 뭔지도 모른 채 20대를 ‘취업’에 바쳤다. 30대는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서 주류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렸다. 부모님이 시골집 대문에 심어놓은 하얀 무궁화를 3년이 지나 발견할 만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40대는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공자님 말씀이 무색하게 연못가의 수양버들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예전엔 나이를 먹으면 마음이 넓어지고 타인을 이해하는 아량이 더욱 커질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짝꿍 미숙이에게 입에 물었던 사탕을 기꺼이 내줄 수 있던 유치원 때가 가장 도량이 컸다.

[사진 픽사베이]

  내가 본 어른(내 연령대에서 바라본)에게도 실망하기 일쑤다. 강백호가 아무리 볼을 잡아 뜯어도 푸근한 미소를 잃지 않는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이나 마치 내가 원하는 치킨은 모두 사줄 것처럼 미소 짓고 있는 켄터키의 치킨 할아버지는 세상에 없었다. 조금만 건드려도 욱하는 다혈질의 30대 아저씨가 그대로 노인이 됐고, 툭하면 짜증부터 내고 보는 40대 아줌마가 머리만 하얘졌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부족한 어린 양이며, 불쌍한 중생이다. ‘너인마’는 그런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직업적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기에 남들보다 조금은 더 관찰의 기회가 많았다. 그동안 네 권의 책을 쓰면서 머릿속에 떠도는 상념들을 하나씩 낚아서 촘촘히 엮어보는 경험도 했다.


  앞으로 ‘너인마’는 우리가 겪었던, 또는 겪었을 법한 캐릭터들을 하나씩 까발려 보려고 한다. 그가 어떤 행동을 했고, 그는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찰스 자비에(엑스맨의 프로페서X)와 같은 통찰력을 흉내 내면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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