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 중간이 전체를 지배한다

by Sam의 기억 궁전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선택은 언제나 합리적 계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는 가격과 품질, 기능과 효용이라는 논리적 요소를 기준으로 사람들이 제품을 고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싼 것도, 지나치게 비싼 것도 꺼려한다. 그 대신 그들 다수는 적당하다고 느껴지는, 스스로 안심할 수 있는 지점에서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경향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골디락스 원리이다.


골디락스 원리는 잘 알려진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유래한다. 어린 소녀 골디락스는 곰들의 집에 들어가 차려진 죽을 맛본다. 하나는 너무 뜨겁고, 또 하나는 너무 차갑다. 그러나 마지막 하나는 딱 알맞은 온도여서 기분 좋게 먹는다. 침대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침대에서만 안도감을 느낀다. 이 단순한 동화는 인간의 본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극단을 피하고 균형점을 찾는다. 그리고 그 균형이 주는 안도감 속에서 선택을 정당화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중간효과”라 부른다. 소비자는 선택지가 여러 개 제시될 때 양극단에 위치한 옵션을 피하고 중간 옵션을 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작은 사이즈의 커피는 부족할 것 같고, 가장 큰 사이즈는 과한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관의 팝콘,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 전자제품의 모델 라인업에서도 소비자는 반복해서 같은 행동을 한다. 그리고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이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자라는 자기 이미지를 유지한다. 지나치게 싼 것을 고르면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것 같고, 지나치게 비싼 것을 고르면 낭비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이 설명하기 편한 선택지를 고른다. 그것이 바로 중간이다.


기업들은 이 본능을 교묘하게 활용한다. 가격 전략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미끼 효과이다. 잡지 구독을 예로 들어 보자. 온라인 전용은 5달러, 인쇄 전용은 14달러, 그리고 인쇄와 온라인을 함께 제공하는 것은 15달러이다. 이때 소비자들은 대부분 마지막 옵션을 선택한다. 인쇄 전용 14달러는 거의 팔리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소비자가 15달러를 더욱 합리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장치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면서, 실제로는 자신들이 원하는 결정을 유도한다.


애플의 아이폰 라인업 역시 같은 원리를 따른다. 기본 모델은 다소 부족해 보이고, 프로 맥스는 지나치게 비싸다. 그래서 수많은 소비자가 프로 모델을 선택한다. 애플은 자신들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 모델을 중간에 배치해 두고,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거기로 이끌리도록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 원리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도요타는 엔트리 모델, 중간 모델, 고급 모델을 함께 제시한다. 엔트리 모델은 저렴하지만 옵션이 부족하고, 고급 모델은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 많은 소비자가 결국 중간 모델을 선택하고, 이는 제조사 입장에서 가장 높은 이익률을 보장한다. 넷플릭스 또한 베이식, 스탠다드, 프리미엄이라는 세 가지 요금제를 제공한다. 스탠다드는 화질과 동시 시청 가능 기기의 수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대다수의 가입자는 이 요금제를 선택한다. 베이식은 불편하고, 프리미엄은 불필요하게 비싸 보이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의 사례도 흥미롭다. 유니클로는 기본 라인 외에도 디자이너 협업 라인을 제시한다. 소비자는 이 협업 라인을 보면서, 기본 제품이 지나치게 싸구려라는 인상을 받지 않는다. 대신 적당히 프리미엄을 느낄 수 있는 중간 가격대의 제품을 고른다. 브랜드는 이처럼 라인업 전체를 하나의 무대처럼 설계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어디에 발을 디딜지를 미리 예측하고, 그곳을 가장 수익성이 좋은 지점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다.


골디락스 원리는 보편적이지만 문화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본이나 한국처럼 중용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타인과 지나치게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문화 속에서, 중간은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반면 미국과 유럽 일부 시장에서는 극단적 프리미엄을 선호하는 소비자 집단도 크다. 나만의 개성과 최고의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적 코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브랜드는 각 문화에 맞게 중간 옵션의 위치와 매력을 조정해야 한다.


이 원리가 주는 전략적 시사점은 분명하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최고의 제품이나 최저가의 서비스가 아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딱 맞다고 느낄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책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의 메시지, 제품 디자인, 매장 인테리어, 심지어 광고의 어조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지나치게 화려하면 진정성을 의심받고, 지나치게 평범하면 개성이 사라진다. 소비자에게 편안한 균형점을 제시하는 것이 곧 신뢰와 매출을 가져오는 열쇠이다.


성공적인 마케팅은 종종 혁신과 화려함으로 주목받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브랜드이다. 소비자는 합리적 계산보다 마음의 평화를 좇는다. 지나치게 뜨겁지도, 지나치게 차갑지도 않은 죽을 선택하듯, 지나치게 크지도, 지나치게 작지도 않은 침대를 고르듯, 소비자는 늘 딱 맞는 지점을 찾는다. 마케팅의 역할은 바로 그 지점을 설계해 주는 일이다.


골디락스 원리는 동화에서 비롯된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오늘날 전 세계의 기업들이 가격과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데 활용하는 보편적 법칙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는 언제나 딱 알맞은 선택을 찾으려 한다. 마케팅의 본질은 그들이 머물 수 있는 안락한 균형점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골디락스 원리는 바로 그 본질을 가장 간결하고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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