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ring Jan 30. 2023

저도 수영 시작했어요.

내 별명은 '중급반 인어'



 대중목욕탕을 싫어한다. 굳이 여러 사람 몸을 봐가며, 내 몸을 보여주며 씻고 싶지 않다. 그런 이유로 가까운 체육센터에 수영장이 있어도 다닐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동네 학교 엄마들과 수영장에서 마주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 몸으로 탈의실에서 건너 건너 아는 엄마들과 마주친다면. 으악. 너무 싫다. 더군다나 나는 수영을 할 줄 안다. 어릴 때 이미 접영까지 전부 다 배웠고 작은 대회에도 나간 경험이 있다. 이미 할 줄 아는 운동이기에 굳이 배우러 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요즘 운동 뭐해요?"


 "수영 시작했어요. 소민엄마도 수영 같이 해요~"

 


 한두 명이 아니다. 알고 지내는 동네 엄마들이 전부 다 수영을 배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딜 가나 수영이야기다. 수영을 안 하면 이방인이 될 것만 같았다. 수영에 푹 빠져 수영 이야기만 하는 동네 언니들의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수영이 그렇게 재밌는 운동이었나? 어릴 때 배운 수영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선수반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구토가 나올 정도로 심하게 뺑뺑이를 돈 기억이 있다. 강사님은 한 시간 내내 귀가 얼얼할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더군다나 얼떨결에 출전한 대회에서는 내가 몇 등인지도 모를 정도로 소박한 성적을 받았었다. 그렇게 마무리된 수영 경력이다.


 

 수영을 할 줄 알긴 하지만 어릴 때 배운 수영이라 자세는 엉망일 테지. 다시 배우는 게 나을까. 배울까 말까. 에라 모르겠다. 해보자. 분명 접영까지 할 줄 알지만, 사람이 겸손해야 한다. 어릴 때 나갔던 대회에서도 접영으로 출전했지만 내가 제대로 접영을 해낸 기억이 최근 10년 동안엔 없었다. 아이와 수영장을 가도, 여행을 가서 바다에서도 접영으로 수영할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므로 접영을 배우기 시작하는 중급반으로 등록했다.





 겸손하길 잘했다. 접영을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규수업 시작 전 탈의실도 목욕탕도 한 번 미리 가봐야겠기에 아이와 자유수영을 하러 갔던 날, 좌절했다. 25m 길이의 수영장에서 고작 25m를 수영하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에. 등산도 가끔 하고 달리기도 하며 생활 운동을 나름 꾸준히 해왔는데, 내 체력이 이것밖에 안되었나. 힘도 들이지 않고 설렁설렁 수영을 하는 수영인들은 쉬지도 않고 10바퀴는 거뜬해 보였다.  50분 중급반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으려나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할 각이다.




 다행히도 탈의실과 샤워실은 쾌적했다. 샤워실에서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시간 동안 타인의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고 나 또한 다른 사람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각자 옷 갈아입고 씻기 바쁘다. 수영장 물도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몇 바퀴 돌다 보니 실리콘 수모 안에 열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머리를 푹 담그니 시원하다. 나보다 먼저 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딸아이와도 가끔 자유수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낳고는 내 운동에 돈을 쓰는 일이 왜인지 모르게 눈치가 보여 등산, 걷기, 달리기 등 돈 안 드는 운동으로 주로 해왔었다. 그런데 우리 동네 수영장은 주 3회에 65,000원으로 저렴하다. 가임기 여성은 10% 할인도 해준다. 한번 운동하는 데에 커피 한 잔 값도 안 드는 비용이다. 필라테스, 골프, 테니스에 비하면 너무나도 저렴하지 않은가.



 아이와 자유수영을 마치고 나왔다. 거울을 보니 피부가 좋아 보인다. 수영장 물이 좋은가? 그래서 동네 언니들 얼굴에서 그리 반짝반짝 빛이 났었나 보다. 피부까지 좋아지는데 안 할 이유가 없네. 그렇게 나는 수영장을 다니기로 했다.



 "언니! 나 수영 등록 했어요. 다음 달부터 같이 가요."






지금은 수영에 푹 빠져서 3개월째 배우고 있다.

초급반에서 수영을 배우는 동네 언니들이 붙여준 내 별명은 '중급반 인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