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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Feb 07. 2023

수영장의 남자사람들이 궁금하지만 궁금해하지 마



 남편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과정 속의 3년 동안, 우리는 서로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각자의 남사친, 여사친을 전부 정리했다. 정확하게는 나는 '남사친 여사친은 절대 안 돼'의 입장이었고 남편은 '여사친은 친구인데 뭐 어때' 였지만. 질투심이 강한 내가 우겨서 정리시켰다고 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지키는 이 존재하는데, 남편은 내가 신경 쓸 만한 여자사람에 대해서는 미리미리 언질을 해준다는 것이다. 나 또한 남편이 신경 쓰일 남자사람과의 만남 자체를 만들지 않거나 피한다.

 

 가령 미용실에 가서 남자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하게 되었는데 마음에 들었다면 남편도 데리고 가서 같이 머리를 자른다던지, 골프를 같이 배울 때도 같은 남자프로님께 레슨을 받는다던지 하는 식이다. 나 스스로도 개인 PT와 같은 신체 접촉이 있는 운동은 배울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의 삶을 살면서 아이의 육아를 오롯이 홀로 해낸 나는 남편 없이 남자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피아노 조율사님이나 화장실 변기 교체 할 때 오셨던 수리기사님 정도랄까. 가끔 오가다 마주치게 되는 아이 친구의 아버님들도 있구나.




 수영 강습 등록으로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되었다. 강사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여자 선생님을 찾아 수강 신청을 한다 하더라도 선생님이 바뀌는 일도 자주 있는 일이고 승급이 이루어지면 바뀌는 것이 당연했다. 어쩔 수 없지 뭐. 방긋. 15년을 연인으로 부부로 살아와서인지 남편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 듯했다.(내가 그만큼 믿음을 주는 아내였겠지)  


 그랬던 남편이 무심하게 쓱 한마디를 던진다.


"수영장 다니는 아내 말려야 한다던데, 괜찮겠지? 수영장 가서 운동만 하고 와!"


어디선가 수영장 다니며 수영장 강사와 외도를 한 아내이야기를 들은 남편의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 겉으로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줬지만 마음속으론 내심 반가웠다. 나한테 영 관심이 없지는 않구먼. 이런 표현이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느껴진다.


"운동만 해. 걱정하지 마."




 그렇게 시작한 수영장 우리 반의 강사선생님은 남자다. 더군다나 남자회원 여자회원의 수가 반반이다.      

여자회원들끼리는 샤워하면서 혹은 탈의실에서 머리를 말리면서 벌써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나누었다. 대부분이 동네에서 함께 학교 보내며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다.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운동할 때만 만나는 관계, 그 정도로 딱이다. 그런데 남자회원님들과 강사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마음속에 물음표가 떠다닌다. 운동만 해야 하는데 자꾸 궁금해지는 걸 어떡하나.


 아침 9시 수영 강습에 여자회원들만 많을 거라는 내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과장 좀 보태서(조금 많이 보태서) 반은 남자인 것 같다. 그 정도로 남자회원의 수가 많다. 대체 남자회원님들은 무슨 일을 하시는 걸까. 휴직 중인 분들인 걸까.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자영업자인가. 일반 회사원인 내 남편이 평일 오전 시간에 집에 있다는 것은 휴가를 냈을 때가 유일하므로 평일 오전에 운동하는 남자들의 직업이 정말 궁금하다. 어리면 대학생일 거라 추측을 하고, 나이가 많아 보이시면 은퇴하신 아버님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중간한 나이대의 남자 회원님들의 신상은 알 길이 없다. 수영복 차림이라 나이를 예측함이 어렵기도 하고.


 우리 반 강사님은 선수출신은 아니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운동한 몸이 아니다. 몸을 자세히 보려고 본 건 아니고 수영을 배우려면 강사님을 볼 수밖에 없다. 자꾸 변명을 하게 되네. 그렇다면 언제부터 수영을 배워서 이렇게 수영강사를 하게 되신 걸까. 수업 중에 어렴풋이 30대부터 수영을 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본인 이야기인지, 다른 회원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다른 일을 하다가 취미인 수영이 너무 좋아 업이 되셨으려나. 나이도 남편과 비슷해 보이는데 결혼은 하셨으려나. 수영강사 월급으로 결혼과 육아가 가능할까. 금수저인가.




 궁금한데 묻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으므로 혼자 궁금해하기만 한다. 알 길이 없으니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런 궁금증을 갖는다는 것을 남편은 알까. 혼자 괜히 뜨끔해서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남편 눈치를 살핀다.


 어쨌든, 현재 수영에 푹 빠져 하루에 많은 시간을 수영 생각을 하며 보내는 나에게 '수영장의 남자사람들' 또한 수영일상의 일부분이므로 오해는 없길 바란다. 궁금은 하지만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은 아니니까.  단지 나 스스로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수영장 사적 모임에는 남편 동행 없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글이라고나 할까. 남편 보고 있나? 날 믿어요.


이런 남자사람은 동네 수영장에 없다




더불어 남편도 수영 좀 배웠으면 좋겠다. 수영만 한 운동이 없는 것 같다. 

주말 자유수영에 부부가 함께 와서 수영하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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