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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Dec 13. 2022

칭찬받고 싶어, 인정받고 싶어.

위로해주세요 엄마. 제발요.



 내 생일을 맞아 모처럼 하나뿐인 동생도 식사 자리에 함께 했다. 어릴 때부터 워낙 엄마와 감정싸움을 많이 한 동생이다. 식사를 마쳐갈 즈음 시작된 동생의 이야기인 즉,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직장에 사직서를 이미 냈고 곧 퇴사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사직서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힘들었던 직장 상사와의 갈등을 이야기하며 눈물도 살짝 보인다. 안쓰럽다. 동생이 다 잘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동생에게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것 같았다.  


(엄마)"너 같은 애송이가 어떻게 그런 능구렁이를 이기겠어. 회사 입장에서도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능력이 있으니 그 사람을 못 자르는 거잖아. 네가 하는 일은 누구든 대체할 수 있을 거고."


 아. 엄마. 마음의 소리로만 하시지. 나도 모르게 엄마께 그만하시라고 말했다. 물론 모기만 한 소리로. 동생은 매서운 눈빛으로 엄마를 쏘아본다.


(엄마)"사회생활이 다 그런 거지, 어딜 가든 겪는 일이야. 버티고 못 버티고는 너한테 달렸고. 결국 못 버틴 네가 진 거고 그 사람은 잘 다니겠지."


(동생)"엄마한테 이런 말 들으려고 이야기 한 건 아니고요. 저도 다 알아요. 제가 모자라고 못났다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이렇게 된 상황을 제 입장에서 이야기한 거예요. 가족한테 훈계 듣고 싶어서 말했겠어요? 엄마한테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라고요!"



 이후로도 몇 번 더 큰소리가 오고 갔다. 식당엔 다른 손님들도 있었다. 딸과 사위 앞에서 무안함에 이성을 잃은 엄마와, 누나와 매형을 등에 업고 한껏 내지른 동생. 둘은 서로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동생이 가여웠다. 그리고 엄마의 말에 자신의 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버리는 동생이 부러웠다. 나라면 아무 말도 못 하고 엄마의 모진 소리를 듣고 있었겠지. 내 가슴에도 돌덩이가 들어앉은 듯 아팠다.


 


  


 집에 돌아오는 길, 계속 눈물이 흘렀다. 이 눈물은 동생이 안쓰러워서 흘리는 눈물은 아니었다. 동생과 엄마의 대화를 들으며 내 안의 결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던 어린 나는 늘 방에서 숨죽여 울고 있었다. 결과에 관계없이 내 노력에 대한 엄마의 칭찬과 따뜻한 위로가 고팠던 성장기, 엄마로부터 받은 건 날카로운 비판과 누구보다 객관적인 시선의 조언이었다.


"엄마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남들이 너 잘 되라고 이런 말 해주니?"  


 칭찬에 인색한 엄마, 남들에게 자식 흉은 봐도 칭찬은 전혀 할 줄 모르는 엄마였다. 자식 칭찬을 들어도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셨다. 그럴 때마다 '정말 내 친엄마가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에게는 그것이 겸손의 표현이었을까. 과한 칭찬이 독이 될까 봐 엄마는 그렇게나 칭찬을 아꼈던 걸까. 칭찬을 받기 위해 살다가 나 자신을 잃어버렸고, 좋은 결과를 받고자 노력했음에도 칭찬을 받지 못했던 나는 자신감도 잃었다. 엄마와 나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엄마의 쓴소리는 아플지라도 성장의 밑거름으로 잘 쓰였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단단함 뒷받침이 없는 비판과 조언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는 것을,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소민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공인중개사 시험에 매달렸다. 1년을 준비해서 단 하루 만에 치러지는 시험. 재수 삼수까지 도전했지만 결국 자격증 취득에 실패했다.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엄마는 다시 한번 도전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소민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고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다시 해봐도 붙을 자신은 없었기에 다시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며칠 뒤 엄마는 "엄마 친구가 너 시험 본거 물어보길래, 그냥 공인중개사 됐다고 했어. 자격증은 있어도 적성에 안 맞아서 일 안 한다고 하면 되잖아. 그렇지?"라고 말했다.  


 아, 엄마는 나를 부끄러워하는구나. 고작 애 하나 키우면서 일도 안 하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 나를, 못마땅해하는구나.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고 아팠다. 그렇게 또 한 번 무너졌다.







"네가 노력하는 모습을 다 지켜봤잖아. 엄마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엄마는 너의 미래가 정말 기대돼. 얼마나 멋진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반짝반짝 빛날 거야."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다. 소민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엄마를 그대로 닮아 살가운 말을 잘 못 건네는 나지만, 오늘도 노력한다.

 한 번이라도 더 표현하고 응원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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