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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 Jun 27. 2019

1DAY 바르셀로나 편

순미의 스페인 여행: 04화



3월 16일: 개선문, 피카소 미술관, 호프만 베이커리, 구엘 저택,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라 보케리아 시장, 몬주익 분수쇼





#바르셀로나일정


"여행 갈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어딘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미술관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번엔 좀 고민이 생겼다. 바로 엄마미가 예술 작품을 보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명색이 엄마미를 위한 여행인데 나 좋다는 곳만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미술관을 그냥 패스해 버리기에는 그림 그리는 일이 직업인 내게 너무 아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루트는 엄마미가 지루해할 만한 미술관 관람 일정을 최대한 전반부에 넣는 거였다. 연말 시상식들을 보라. 아무리 상반기에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 있어도 결국은 하반기 작품이 사람들 기억 속에 콕 박혀 수상자가 대거 나오는 것처럼 초반에 엄마미가 지루해할 만한 곳을 여러 곳 돌아다녀도 여행 후반부에 엄마미가 좋아할 만한 곳 위주로 다닌다면 '스페인은 참 괜찮은 나라구나.'라고 기억하시지 않을까?



#구글맵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관광 루트를 짜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먼저 가고 싶은 곳을 전부 구글맵에 체크하는 거다. (핸드폰을 잃어버리거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종이 지도에도 체크를 해둔다.) 미술관, 서점, 화방, 식당, 카페 등 이렇게 모두 체크를 하고 나서 보면 대략 이렇게 움직이면 좋겠다는 계획이 나오게 되는데, 체크한 곳을 모두 다닐 요량은 아니고 가게 문이 열지 않았다. 라던가, 줄이 너무 길다. 라던가 공사 중이라던가 하는 상황에 대비해 플랜 B 플랜 C를 만들어 놓기 위함이랄까? 보통은  체크 한 곳 중 50~60% 정도 가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첫날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이번 여행에서는 이 정도 볼 수 있겠구나.'라는 감이 오게 되는데, 첫날은 아무래도 맵 상으로 보는 도보 거리와 실제로 걸어서 체감하는 거리에 대한 온도차가 측정되어 있지 않고, 여행 첫날이라는 설렘 덕에, 이곳저곳 욕심을 내서 좀 빡세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엄마미를 제일 힘들게 끌고 다닌 날 또한 바르셀로나에서 여행 첫날. 바르셀로나가 도보 이동시간과 대중교통 이용 시간이 비슷해 "이 정도면 그냥 걸어 다닐까?" "이 정도면 걸을만한데?"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어느새 2만 보를 넘게 걷고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첫날은 숙소에서 아침 9시 반쯤에 나가 저녁 10시가 넘어 돌아왔으니, 지금 생각해도 많이 무리한 스케줄이었던 것 같다. 물론 둘째 날부터는 설렁설렁 다녔다고. 10시에 나가서 7~8시에 숙소에 돌아오는 정도? 어쩐지 엄마미가 밤마다 코를 그렇게 굴더라.

바르셀로나에서 첫째 날 일정은 개선문을 시작으로 피카소 미술관, 호프만 베이커리, 구엘 저택,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라 보케리아 시장 그리고 몬주익 분수쇼였다. 사실 몬주익 분수쇼를 보는 건 무리가 아닐까? 했는데 우리가 바르셀로나에서 머무는 동안 분수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요일이었기에 무리해서 첫째 날 보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카드


바르셀로나에서 맞은 첫날 아침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한국에서 미리 구매한 바르셀로나 카드를 수령하는 일이었다. 바르셀로나 일정을 짤 때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입장권은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저렴하다.' '구엘 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제외하고는 도보로 쉽게 이동 가능하다.' '교통권은 T10이면 충분하다.'라는 글을 보게 된다. 나 또한 마지막까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방법을 선택하려고 했었는데, 엄마미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보니 여행 중 발생하게 될 여러 가지 변수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내가 예약한 날짜에 무조건 입장해야 한다. 막상 가서 보니 내가 계획했던 동선을 실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일 컨디션을 무시해야 한다. 등 엄마미는 최근 허리 시술까지  받으신 경험도 있으시고 유럽 자유여행은 처음이시니 융통성 있게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바르셀로나 카드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꽤 괜찮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바르셀로나 카드를 수령할 때 혜택이 적힌 바우처도 함께 받게 되는데, 사용처가 상당해 과연 이 혜택을 제대로 누리는 여행자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혹시 바르셀로나 카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까? 해서 내가 직접 누린 혜택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구엘 저택은 1인 12유로지만,  9유로에 입장했고, 피카소 뮤지엄,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호안 미로 미술관, 카탈루냐 미술관은 모두 줄을 서지 않고 무료로 입장했다. 까사 바뜨요는 1인에 28.5유로로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면 24유로에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바르셀로나 카드 덕에 22유로를 내고 입장했다. 아이러니하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바르셀로나 카드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곳, 구엘공원이 있다. 3월이 스페인 여행 비수기라 '줄이 길어봐야 얼마나 길겠어?'라고 생각해 사그라다 파밀리아만 한국에서 미리 예매하고 갔는데, 구엘공원 티켓팅 줄이 상상 이상으로  길고 느렸다. 참고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바르셀로나 카드로 할인이 가능하지만 현장 발권은 추천하지 않겠다. 만약에 다시 바르셀로나를 찾는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구엘공원 이 두 곳은 미리 티켓팅을 하고 나머지 관광지는 바르셀로나 카드로 현장 발권할 것 같다.


#라보케리아시장


당시에도 살짝 느꼈지만, 한국에 와 찍은 사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확실히 느껴졌다. 개선문에서 찍은 사진 속 엄마미와 피카소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 속 엄마미의 표정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어르신들이 많이 가는 패키지여행 코스에 왜 미술관, 박물관이 없는지 알겠더라. 물론 난 좋았다. "엄마미 미안." 그런데 우리 둘 다 첫날 일정 중 너무 좋아했던 곳이 있다면 역시 시장이었다. 라 보케리아 시장은 내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가본 어떤 시장들보다 컸고 종류가 다양했다. 너무 다양해서 도대체 뭘 사 먹어야 좋을지 모를 정도였다. 게다가 우리 모녀는 과일 킬러. 그중에서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 과일은 붉은 용과였다. 용과 하면 흰색에 검정 씨가 콕콕 박혀 있는 것만 생각했는데, 붉은빛을 도는 용과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맛은 이미 알고 있는 바로 그 맛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비싸서 쉽게 사 먹기 힘들었던 과일과 샐러드를 잔뜩 사 가지고 다음 일정을 위해 몬주익 언덕으로 발길을 옮겼다.

#몬주익분수쇼


람블라스 거리에 있던 숙소에서부터 시작해 개선문, 피카소 미술관, 호프만 베이커리, 별다방, 현대미술관, 구엘 저택 그리고 라 보케리아 시장까지 모두 도보로 이동했던 우린, 세상에! 몬주익 언덕까지 또 걸어서 이동했다. 엄마미와 편하게 여행하겠다며 바르셀로나 카드까지 구매해놓고 또 걸어서 이동하다니. 혼자 헝그리 정신으로 여행하던 습관이 이렇게 무섭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미의 체력도 이 세상 에너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몬주익 언덕으로 발걸음을 향한 데는 바로 세계 3대 분수 쇼인 몬주익 분수쇼를 보기 위함이었다.

살면서 본 분수쇼라고는 부산 광복동에 위치한  *데백화점에 있는 분수쇼가 전부였는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면 세계 3대인 걸까? 카탈루냐 미술관 앞 계단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추위와 싸우며 기다려 본 분수쇼는 미안하지만, 나머지 세계 2대 분수쇼가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그저 그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백화점 내에 있는 그 분수쇼보다는 훌륭하다. 혹 이 분수쇼를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우리가 처음 몬주익 분수쇼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던, 카탈루냐 미술관 앞 계단에서는 음악소리도 그렇고 물줄기의 세세한 형태 또한 잘 보이지 않으니 분수 물을 맞게 되더라고 최대한 가까이 가서 볼 것을 권한다. 엄마미와 나도 처음에는 카탈루냐 미술관 바로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여기가 명당이구나?' 했다가 중간에 가까이 달려가 보았다고. 게다가 분수쇼를 하는 동안 카탈루냐 미술관 쪽에서 레이저쇼(?)도 진행을 하는데 분수가 위치한 곳에서 보아야 볼 수 있다.

#그날밤


기절





글, 사진, 그림: 딸 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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