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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Mar 05. 2021

남편이 브라질로 출장을 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가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남편이 브라질로 출장을 갔다.


워낙 출장이 잦은 직군이라 내일 가는 출장을 오늘 통보받아도 놀라지 않을 ‘짬’까지는 갖추었는데,

코로나가 무서워 재택근무까지 하는 마당에 하루 확진자가 6만 9천명에 달하는 나라로 간다니

내 짬으로도 여간 마음이 어려운게 아닐 수가 없었다.


갑자기 간다는 것도 아니고 사실 연초부터 예정 되어있던 출장인데다

브라질은 제작년에도 출장을 다녀왔던 나라였지만

미리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건, 이미 경험이 있었건,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앞에 속절없이 마음은 돌이 되어 가라앉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데, 제 작년에 브라질로 보낼 때와 또 다른 점이 있었다.

걱정은 바이러스 뿐 만이 아니라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이 나를 당황케 했다.


사실 이전에는 남편이 출장을 간다 그래도, “나는 친정에 가 있으면 돼”하고 말았다.

내 몸에, 애 몸까지 건사해야하는 ‘육아’의 짐을 나눠 질 곳이 있다는 것에 퍽 위로를 받으며 말이다.

이젠 남편 없인 살아도 친정엄마 없이는 못산다는 어느 언니의 말처럼

(맞벌이를 하는 그 언니는 결국 친정엄마와 살림을 합쳤다. ㅎ)

육아에 있어서 ‘친정’이란 그런 곳이다.


그런데 그런 든든한 친정에 가있으면 될 일인데도 왜 내마음은 무거운 것인가.

지금 남편 없이 할 육아가 걱정되는 것인가?

그렇다. 그게 걱정이 되는 것이다.

‘남편 없이 가을이를 어떻게 혼자 보나…’ 그런 걱정이 드는 것이다.

나는 그게 못내 당황스러웠다.

‘친정 엄마가 남편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데 왜?’ (대표적으로 ‘밥’이 있다.)

‘진짜 왜지?’

그리고 깨달았다.


‘아!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었구나!’


이제는 친정엄마보다도 남편이랑 하는 육아가 더 익숙하고 편해진 것이다.

‘에? 그 정도였어? 야근에 출장도 잦은 남편이었자나!’

그런데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결국 엄마에게는 육아를 ‘부탁'하게 되는 것이고, 남편은 ‘함께’하는 것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친정엄마가 불편하다거나 부탁하기 어려운 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부탁하기도 전에 다 알아서 해주시니 남편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내 마음은 왜 그런것일까?


이제는 정말 원가족을 벗어나 내 가족이 더 자연스럽고 당연해진 것이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는 이제 엄마는 ‘남의 식구’고 남편이 ‘내 식구’가 된 것이다.

그게 다른 점이었다.


단순히 ‘육아’에 있어서만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딘가 기댈 구석이 없어진 것 같아 마음도 허전했다.

(내가 이렇게 까지 남편에게 많은 것을 기대고 있었던가?)

코로나로 인해, 밖에 나가 이사람 저사람 만날 수가 없으니

가족끼리 보낼 수 밖에 없게 된 연말인데,

남편이 없으니 함께 연말을 보낼 가족이 없다는 마음에 울적했다.

(친정에 와 있는데도 여전히 그런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서럽고 허전한 일이라는게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또 한 번 놀랐다.

남편이 없어 허전한 마음을 채우는건 친정엄마나 아빠, 혹은 동생네도 아닌

내 아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제 두돌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딸이었지만,

그래도 이 헛헛한 연말에 나의 마음을 붙잡고 있게 해준 것은 그 어린 딸이었다.


집안일에 육아까지 일은 친정엄마가 다 해주어도,

나를 웃게 해주는 건 아이 뿐이었다.

이 외로운 연말, 아이라도 내 곁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여러번했다.

늘 돌봐 주는 건 내 쪽이지, 아이에게 무얼 바라겠나 했는데

세살짜리 쪼그만게 이렇게 든든할줄은 또 몰랐다.

그래도 내 식구가 하나 곁에 있다는게, 이렇게 위로가 될 일인가.

말을 제법 잘해 이제 친구같다는 농담을 하긴 했지만,

정말 말통하는 어른들보다 네가 더 든든할 줄이야.

이런 이상한 마음 참 처음이다.


결혼한지 4년차.

어느덧 우리는 어색하고 어쩔 줄 몰라하던 신혼을 지나 이렇게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매일 함께 지낼 때는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상을 살아내느라 몰랐던 것을

떨어져보니 알게 되었다.


남편은 없으면 몸도 마음도 힘들고,

애는 있으면 이렇게 마음이 든든한게,

아,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었구나.


서로가 없으면 힘이 들고 서로가 있으면 힘이 되는 그런 ‘가족’이 되었구나.


결혼을 하면 ‘부부’가 되고, 애를 낳으면 ‘부모’가 되는게 아니라는걸 겪어보고야 알았는데

언제 진짜 부부가 되고, 언제 진짜 부모가 되나 했더니 어느새 우리는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가족’이 되는 것이 쉽지 만은 않구나 했었는데,

어느새 우리가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연말이다.


브라질에 있는 아빠와 영상통화를 하며, 화면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던 아이.

그래 지금은 비록 들어가 만날 순 없지만 조만간 우리 세식구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보고싶다.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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