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우는지 몰라서 울었다.

‘생리전증후군’에 대하여…

by 장새미

내 지인들은 알고 있겠지만, 나는 자기애와 자존감이 제법 높은 편이다. 그래서 예쁜 얼굴은 아니어도 생긴 것에 만족하며 산 달까… 나는 얼마 전,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어울릴만한 단발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열심히 뒤적거렸다. 몇 가지 원하는 스타일을 추려보고 사진들을 골라 동생에게 보냈다. 동생은 나의 단발행을 응원했지만, 나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겠다며 망설였다. 동생은 나에게 단발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고,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들을 이야기했다. 얼마 전 같이 찍은 가족사진에서 내 얼굴이 너무 크고 길어 보였다고, 그래서 단발을 해보려는데 숱이 많고 부한 내 머리가 단발이 어울릴지 모르겠다고, 인터넷에서 단발 사진을 찾아볼수록 저 머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사진 속 여자들처럼 예쁘게 생기고 싶은 건 아닐까 생각한다고, 그냥 예쁘게 태어났으면 참 편했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만한 말들이다.


나는 여동생과 무척 다르게 생겼다. 사람들은 우리가 자매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절대 자매라고 생각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우리의 외모를 곧잘 비교했다. 동생은 쌍꺼풀이 있고 눈이 큰데, 나는 쌍꺼풀이 없고 눈이 작았기 때문에 예쁜 동생과 그렇지 못한 나로 규정지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상처받거나 속상해하지 않았다. 내 얼굴도 내 나름대로의 고유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의 많은 권유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까지 쌍꺼풀수술을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나의 외모를 저렇게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동생도 나의 그런 반응에 당황스러워하는 듯했다. 무슨 일 있었냐고 묻는 동생에게 나는 정말 아무 일이 없어 난감했다. 우울증인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나 보다. 그렇게 동생이랑 한참 동안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이 갑작스러운 우울감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한 나는 문득 점심시간임을 깨달았다. ‘배가 고파 그런 걸까?‘ 하고 나는 잔치국수를 해 먹었다. 어제 해 먹고 너무 맛있어서 혼자 무척 신나 했었는데, 고명이랑 국물이 마침 남아있어 국수를 삶아 똑같이 만들어 먹었건만 오늘은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쳤다. 여전히 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잔치국수를 먹다 왜 우느냔 말이다.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나 스스로도 너무나 당황스럽지만, 나는 이유를 알지 못해 더 울었다. 엉엉 울었다.


이유라도 알아야 나 스스로를 다독이기라도 할 텐데, 나는 내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울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울 이유가 없어서 나는 울었다. 참 사람 미칠 노릇이다. 결국 동생은 일 끝나고 우리 집에 맛난 음식들을 사들고 왔다. 내가 걱정되어 찾아온 동생에게 나는 내 상태를 설명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딴소리만 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내가 우울하고 갑자기 눈물이 났던 이유는 ‘생리전증후군‘ 때문이었다. 후… 나는 이런 감정기복이 너무 싫다. 너무 힘들다. 가뜩이나 감정적으로 예민한 사람인데 이렇게 뜬금없는 타이밍에 찾아오는 우울감은 매번 당할 때마다 당황스럽다. 생리기간 중에 오는 증상이면 그렇구나.. 하며 나를 이해라도 해볼 텐데, 생리 전에 찾아오는 감정기복은 나 스스로도 예측이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으니 여지없이 나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 사실 그 누군가는 주로 남편이다. 갑자기 별것도 아닌 일에 남편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면 그건 거의 ‘생리전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더라도, 필요이상으로 화를 낸 것에 대해서는 늘 미안함이 뒤따른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내가 싫어진다. 그날도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괜히 쓸데없는 소릴해서 동생을 걱정시킨 것이 못내 미안했기 때문이다.


생리통도 정말 싫지만, (아니 생리는 그 자체로 너무 불편하고 힘들지만) 특히나 나는 이 감정기복이 너무너무 싫다. 애도 둘이나 낳았으니, 이제는 생리 좀 그만하고 싶다고 생리할 때마다 얘기한다. 평온하게 집에서 잔치 국수를 끓여 먹다가 대뜸 울음이 터져본 적이 있는가. 내가 왜 우는지 몰라서 울어본 적이 있는가. 매달 찾아오는 ‘생리전증후군‘이 매번 이렇게 당황스러우면 어쩌란 말인가. 아… 이제 그만하고 싶다 정말…


ps: 나는 결국 단발로 커트를 했고, 20년 만의(?) 칼단발이라는 변신에 신나 하며 제법 만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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