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도 경력으로 쳐주나요?

왜 아니죠?

by 장새미

최근에 알게 된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분은 나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간단한 소개 후 그분은 나에게 무슨 일을 하시느냐고 물었다. 나는 최근 거의 10년 동안은 ‘주부’였다고 답했고, 그분은 나에게 그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었냐고 다시 되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결혼 전에 일했던 직장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분은 그제야 무척이나 흥미를 보이셨고, 나중에는 나에게 “능력자시네요~”하시며 나의 경력들을 칭찬해 주셨고 그렇게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대화가 끝나고 나는 영 개운치가 않은 기분이 되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분은 왜 내 주부 이전의 경력에 대해서만 궁금해하셨을까? 3군데에서의 직장 생활을 다 합해도 내 주부 경력보다 훨씬 짧은데 말이다. 아! 나는 다시 한번, 뼈아프게 깨달았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주부’로써 내가 했던 일들은 경력, 커리어 혹은 이야기할만한 경험으로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 어떤 직장생활보다 가사와 육아에서 내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노동으로 돈을 벌었느냐 못 벌었느냐가 기준이었다.


나는 그 부분이 좀 속상했던 것 같다. 아니, 좀 많이 속상했다. 언젠가, SNS에서 봤던 사진이 떠올랐다. 그 게시물은 어떤 조각상의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의 글이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스페인 사라고사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여자’라는 뜻의 조각상 ’라 무헤르 케 누카 이소 나다(La Mujer Que Nunca Hizo Nada)’가 그 제목에 담긴 메시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 호세 루이스 페르난데스가 제작했으며, 특히 가정 내에서 이루어졌지만 임금도, 기록도, 사회적 인정도 받지 못했던 여성의 노동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간과되어 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조각 속 여성은 세탁기, 양동이, 빗자루 등 온갖 짐을 등에 짊어진 채 몸을 굽히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습은 돌봄 노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끊임없고, 육체적이며, 책임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의도적인 반어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가족과 가정, 나아가 공동체를 떠받치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동상은 우리가 ’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그리고 그 공로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묻고 있습니다. “


왜 주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것일까. 그런데 나라는 사람도 그 평가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오늘도 나를 처음 보는 어떤 분이 나에게 무슨 일을 하시느냐고 묻는 질문에 나는 ’그냥‘ 주부라고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냥‘이라는 말은 왜 붙였던 것일까. 그건 겸손이라기보다는 나 스스로 내가 하는 일을 낮게 평가하는 단어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나 혼자 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음을 부르르 떨었다.) 아차 싶었다. 이젠 누가 물어도 주부 앞에 ‘그냥‘이라는 단어를 붙이진 말아야지. 남들의 평가에 나까지 동조하지는 말아야지. 나라도 내 경력을 자랑스러워해야지.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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