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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Jan 19. 2022

등원, 그 전쟁 같은 일상에 대하여

잔뜩 흔들고 뚜껑이 열린 콜라처럼 터져 나오던 분노

둘째가 첫째보다 먼저 일어나서 분유를 먹고 놀다 보면 첫째가 일어나고, 첫째가 아침밥을 먹고 본격적인 등원 준비를 할 시간쯤이 되면 둘째는 졸려할 때가 많다. 오늘도 그랬다. 그래서 둘째를 범퍼침대에 뉘어놨는데 아니나 다를까, 운다. 안 안아주니까 점점 더 크게 운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엄마의 마음을 긁는다. 울음소리가 날카로워질수록 마음이 아프게 긁혀 생채기가 난다. 그래서 조급해진다. 그러다 첫째를 다그친다. 빨리하자고... 꾹꾹 참으며 얼른 준비해보려 하지만, 아이는 내 맘 같지 않고, 그렇게 긁히고 긁히다 보면 나도 화가 난다. (아프기 때문이리라.) 첫째 등원이지만, 둘째도 데리고 나가야 하기에 둘째에게 양말을 신긴다. 울고불고 발버둥 치는 통에 양말 신기기가 어렵다. 


결국 아이에게 버럭 한다.

“너만 울고 소리 지를 줄 알아?!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말도 못 알아듣는 5개월짜리에게 기어이 화를 냈다.

아이는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멈췄다가, 더 크게 운다. 아니, 오열을 한다. 


한 번 터져 나온 마음은 마치 잔뜩 흔들었다가 뚜껑이 열린 콜라 같다. 다시 뚜껑을 닫아 새어 나오는 것을 아니, 흘러넘치는 것을 아니, 터져 나오는 것을 멈추고 싶은데 될 리가 없다. 아이에게 몇 번 더 소리쳤다. 감정을 실어서. 무슨 말을 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성을 읽은 상태였다. 오늘 아침 일인데, 진짜 생각이 안 난다.) ‘나도 애쓰고 있는데, 너까지 왜 이래!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아마도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다고 진정될 아이도 아닌데, 그걸 알면서도 기어이 터트려 버리는 나다. 나라는 엄마다.


미친 여자처럼 소리치는 엄마 때문에 무서웠을 대상은 사실 첫째다. 내가 둘째를 옷 입히러 들어간 사이, 안방에서 머리끈을 넣어두는 통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첫째는 아마도 어쩌다 그 통을 엎은 모양이다. 내가 안방에 들어가자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해서는 허겁지겁 머리끈들을 주워 담고 있었다. 순간, 마음속에서는 신경질적인 한숨이 새어 나왔지만 그런 아이의 표정을 보니 화를 낼 수가 없다. 그리고 정신이 번뜩 든다. 결국 긁힌 내 마음을 핑계 삼아 나도 아이에게 생채기를 냈구나... 콜라 뚜껑을 급히 닫았다. 괜찮다고, 이따가 엄마가 치울 테니 나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기띠를 잠그느라 낑낑대고, 첫째 잠바 지퍼가 잘 안 잠겨서 낑낑대고, 앞보기로 안겨있는 아이 때문에 신발이 잘 안 신겨져서 낑낑댈 때마다 욱, 욱, 욱 하고 화가 올라왔고 미처 제대로 잠기지 못한 뚜껑에서는 퓌식퓌식 콜라거품이 새어 나오듯 신경질적인 말들이 새어 나왔다.


그야말로 ‘전쟁 같던’ 등원 준비를 마치고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들어오니 진이 다 빠진다. 하지만 바로 둘째를 재운다. 아까부터 졸렸던 아이는 금세 잠이 든다. 잠든 아이를 내려다본다. 잠도 혼자 자지 못하고, 밥도 혼자 못 먹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나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아기인데... 그래서 우는 건데... 말을 할 수 없어서 우는 건데... 그걸 아는 어른이, 운다고 아이에게 화를 냈다... 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나는 내 두 아이를 택했구나... 하는 쓰린 마음이 올라온다. 안방에 들어가니 머리끈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다. 첫째의 그 당황한 표정이 다시 선명히 그려진다.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다. 


나처럼 애 둘 육아를 하는 동생에게, 아침부터 5개월짜리에게 화를 냈다고 했더니 본인은 유치원을 안 가겠다고 울고불고하는 첫째에게 냅다 소리를 질렀다 했다. 나만 치른 전쟁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았다. 같은 하소연을 남편에게도 했고 괜찮다고 자책하지 말라며 여름이(둘째)도 그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얘기해주는 남편 덕에 위안을 얻는다. 이미 터진 콜라를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끈적해진 바닥을 깨끗이 닦고 정리할 뿐... 잠든 둘째가 깨어나면 꼬옥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얘기해줘야지... 유치원에 간 첫째가 하원하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야지.. 내일은 좀 더 친절한 마음으로 등원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콜라가 격렬하게 흔들리더라도 뚜껑만은 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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