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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새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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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Jun 29. 2022

여름 이발

여름.

나무가 가장 머리숱이 많아지는 시기.

지난봄, 연한 연둣빛으로 싱그럽게 올라온 새순들이 

진한 초록빛으로 몸집을 키울 때


발 밑에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낼 정도로

풍성해진 머리칼이 

후덥지근한 햇볕에 살짝 답답해질 즈음


장마가 온다.


장마는 나무들이 이발을 하는 기간이다.

빗줄기로 머리카락을 적시고

바람으로 숱을 친다.


쏴아아 쏴아아

바람의 가위질은 거칠지만 시원하다.

슈우우 슈우우

나뭇잎들과 작은 가지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어느새 나무 그늘 밑 한쪽 구석은 

잘려진 머리카락이 소복하다.


새찬 바람의 가위질이 끝나면 

빗줄기로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감겨주고

개운한 바람으로 드라이도 잊지 않는다.


장마기간 기분 좋게 이발을 마친 나무들은

푹푹 찌는 한여름을 조금 더 가볍게 날 수 있다.


올해 이발사의 실력은 어떠할런지...

장마가 끝난 뒤 나무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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