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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Jul 19. 2022

좋은데 눈물 나

너의 알록달록 색깔 공

지난주, 일주일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곧 첫 생일을 맞이할 둘째와 가족 스냅사진도 찍고, 바다도 가고 곶자왈도 갔다. 그날도 바다에 가서 신나게 게, 소라, 새우 등을 잡으며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 뒷좌석 카시트에 앉은 5살 딸이 뜻밖의 고백을 했다.


 "나 눈물이 나"


잘 놀고 와서 갑자기 눈물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남편도 나도 약간은 놀라 되물었다. "왜 눈물이 나?"

그런데 아이의 대답은 더 뜻밖이다.


"엄마, 아빠, 여름이(동생 이름)가 너무 좋아서."


이렇게 또 아이에게 심장을 씨게 얻어맞는다. 눈물이 난다는 말로 순간 서늘해졌던 심장에, 따뜻한 물을 들이붓는 대답이다. 심장이 포근하고 부드러운 베개 위로 쿵 떨어진다. 슬퍼서 혹은 짜증 나고 화나서 나는 눈물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아이의 고백은 사랑보다 큰 감정으로 벅차게 한다. 나는 뒤돌아서 아이에게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다. "엄마도 가을이가 너무 좋아!"


아이의 그 말을 마음에 얹고 나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더없이 아름답다. 사실 장마기간에 간 휴가라 날이 계속 흐렸는데도, 맑다. 내 마음이 참 맑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에 얹힌 말은 자꾸만 자꾸만 되새겨지고 떠오르고 그랬다.


여행이 끝나고 제주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아이의 그 고백이 맴돌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서 눈물이 난다니. 아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좋아서 우는 것이나 뜨거운데 시원하다고 하는 것 같이, 상황과 반대되는 듯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아이는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내가 좋아서 운다고 할 때, 아이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었다. 우니까 위로를 해주어야겠는데, 좋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쏭달쏭거리던 아이였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묻지고 않았는데 스스로 좋아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 사이 아이는 한 뼘 더 자란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아이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알게 된 것이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생각났다.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면 그것은 색깔 공으로 표현된다. 기쁨은 노란색, 분노는 빨간색, 슬픔은 파란색과 같이 말이다. 그러다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되고 아이는 그 사이 성장한다. 그 성장을 보여주는 것 또한 색깔 공이었다. 이야기 말미에 아이의 색깔 공은 한 가지 색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인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감정을 한 순간에 느끼게 되면서 아이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뼘 더 자란다.


내 아이도 그런 것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뭉클하다. 어느새 이렇게 컸구나. 어릴 적부터 몸집이 작았던 데다 지금도 또래보다 작아서 늘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어느 틈에 조금 더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구나. 가르쳐주지 않아도 배우게 되는 건, 그만큼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았다는 것이겠지. 너의 마음을 보여주어 고맙구나. 그리고 나에게 그 마음을 말해주어 고맙구나. 너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 해 주어 고맙구나. 이렇게 잘 자라주어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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