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신분으로 본명으로 책을 출간한 것이 꽤나 염려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사실 저보다 먼저 책을 출간한 작가님들로부터 회사에선 모르는 게 좋다는 말을 여러 번 듣기도 했고, 저 또한 괜한 구설에 오르고 싶지 않아 철저하게 필명 사용을 고수해왔는데요. 첫 책을 출간할 때도 망설임 없이 '꽃개미'라는 필명을 사용했던 이유 이기도 합니다.
그런 제가 두 번째 책 <지하철이 무섭지만 퇴사할 순 없잖아>에서는 필명을 사용하지 않고 본명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결심을 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후 마음을 돌보며 일상을 회복해나가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배운 삶의 태도를 담은 책입니다.공황장애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집필하는 내내 이 책이 마음이 아픈 분들, 불안과 스트레스로 흔들리는 분들께 따뜻한 위로가 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담았기에 이 책에서 만큼은 끝까지 솔직하고 싶었습니다.
책의 프롤로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괜찮아요. 공황은 누구나 걸릴 수 있어요. 저를 보세요. 누가 저를 보고 공황장애 환자라고 생각하겠어요? 정신적 결함이 있어서 혹은 당신이 잘못해서 공황장애에 걸린 게 아니니 절대로 부끄러워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세요.(8p)" 실제로 저처럼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직장 동료를 위로할 때 제가 했던 말인데요. 그 동료는 자신의 병을 부끄러워하며 숨기다가 심각한 상태가 되고 나서야 뒤늦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고, 꽤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병을 숨기느라 오히려 병을 키운 셈입니다. 공황장애가 결코 부끄러운 병이 아닌 것처럼, 책의 저자로서 당당하게 공황장애를 밝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공황에도 용기 있게 맞섰던 것처럼 저자의 이름도 용감하게 내세워보라는 출판사 팀장님의 제안도 힘이 되었고요.
회사원인 제가 이름을 밝히고 책을 출간한 일이 잘한 일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먼저 책을 출간하신 분들의 조언처럼, 어쩌면 제 본업을 지키는 데 골치 아픈 일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진심을 담은 한 권의 책을 통해 공황장애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고, 마음이 아픈 분들께 희망과 용기를 드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꼭 그러길 바랍니다. (부디 회사에선 계속 모르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